본문 바로가기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by 소담* 2022. 9. 26.

일요일 아침

 

거실에서 리모컨을 들고 여러 채널을 검색하고 있건만

도통 맘에 드는 프로가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땅히 볼만한 방송도 없고 하루 종일 집안에 죽치고

앉아 있자니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자전거 라이딩을 나서기로 했는데.

 

안방으로 들어서자 와이프가 티비에 푹 빠져있다.

조용히 옷을 갈아입는 순간 와이프가 나를 부르는데.

 

미래 아빠!

지금 이 프로가 재미있어서 그러는데 

딱 이것만 보고 같이 가면 안 될까!

 

끝나고 같이 가자는 와이프의 부탁에 잠시 TV 앞에 앉았다.

와이프가 시청하고 있는 것은 한국방송의 시니어 토크쇼인

'황금연못' 이었는데 요즘 이 프로가 인기가 있다고 한다.

 

프로에는 여러 사람이 출연하는데 그 중에 80대의 아저씨

한 분이 했던 말이 귀에 들어왔다.

 

여보! 당신하고 나하고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은 다 당신 덕분이요.

그러니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우리 또 만나서

지금처럼 해로(偕老) 합시다.” 하고 끝을 맺었는데.

 

아저씨의 말이 끝나자 사회자가 부인되는 사람에게 물었다

 

남편께서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또 만나자고 하는데

부인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회자의 질문이 끝나자 배시시 웃던 부인이 하는 말!

 

글쎄요! 난 잘 모르겠는데.......

저 양반이 저렇게 애걸을 하니 뭐 별수 있겠어요.

그냥 또 만나서 살아야죠!

 

부인의 말이 끝나자 주위에 있는 모든 출연진들이

한바탕 웃으며 잠시 소란스러워 졌다.

 

언뜻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닌 것 같지만 부인의 말을

곰곰이 새겨보면 결국에는 긍정에 가까운 얘기다.

 

방송이 끝나고 와이프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김해평야를 달렸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황금 들녘이 어찌나 멋이 있던지

스쳐가는 가을 바람이 머리끝을 스칠 때 마다

나도 모르게 와 좋다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얼마를 지나 왔을까!

 

한참을 달리다 보니 자전거 쉼터에 도착 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차를 마시는 그 순간!

 

TV에서 보았던 아저씨의 말 한마디가 불쑥 떠올랐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우리 또 만나서 지금처럼 해로(偕老) 합시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러 그렇다면 우리 와이프는 다음 생애에도

나하고 같이 살고 싶어 할까!  궁금해서 물었다.

 

싸모야!  만약에 우리가 이 세상 다하고 나면

다음 생에도 나랑 같이 살고 싶어!

 

그때 힐끗 나를 바라보던 와이프가

 

뭐하러 또 같이 살아요!

"같이 살아봤으니까 다른 사람하고도 살아봐야지.”

 

그 순간! 내 머릿속이 갑자기 하얗게 변했다.

 

생뚱맞은 내 질문에 당황할 법도 하련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거침없이 나오는 와이프의 답변이 나를 당혹하게 만들었는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 못된 것일까!

 

다른 사람하고도 살아봐야 한다는 와이프의 대답이

내게는 다소 의외였지만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말의 의미를 다시금 되짚어 보았다

 

다른 사람과 살아보고 싶다는 것은 어찌 보면

우리들의 관계가 지극히 평범했다는 것은 아닐까.

 

만에 하나 관계가 형편없었더라면 막말로

 

미쳤어요! 또 만나게........”

 

이런 대답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은가.

 

여기에 비하면 다른 사람하고도 살아 봐야겠다.’는 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내 자신을 스스로 위로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어느 듯 금세 평정심이 되돌아왔다.

 

커피를 마시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그네 앞에서 멈추었다.

 

 

흔들거리는 그네에서 김해평야의 황홀경에 빠져 있는 그 때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

조금전에 다음 생애도 자기랑 같이 살 거냐!”고 물었지?

내가 다른 사람하고도 살아봐야 한다고 하니까

자기 은근히 당황한 것 같더라!

 

이 사람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다음 생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데 내가 언제 당황했다고 그래!

  

시치미를 뚝 떼는 내 모습이 어설프게 보였는지

 웃던 와이프가 또 다시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 내가 아까 했던 말은 내가 복에 겨워서 한 소리야!

내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 하는데........

 

이쯤에서 나도 내 속마음을 털어 놓기로 했다.

 

싸모야! 아까 자기가 한 말에 나 솔직히 말해서 약간 서운했어!

 

(그 사이 와이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자네 덕분에 오늘 하루!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네!

그래서 하는 얘긴데 "내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아."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앞으로 내가 자기를 더  많이 사랑해야겠어!

 

그 순간!

와이프의 굳었던 얼굴이 황금들녘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내내 와이프에게 묻고 싶은

말 하나가 입안에서 빙빙 맴을 돌았다.

 

싸모야!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누구랑 살고 싶어 할까!"  

내가 궁금하지도 않아?

 

이렇게 묻고 싶었지만 나는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

 

"꽃삽을 들고"의 실린 모든 글은 "이용허락표시(ccl)"가 걸려 있습니다.

티스토리(다음) 블로그 "꽃삽을 들고"의 실린 모든 글은 끝머리 오른쪽 하단에

위와 같은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이 표식은 이용허락표시(ccl)가 담겨있으니 주의 하라는 내용입니다.

제 블로그의 CCL은 몇 가지 이용방법 및 조건을 부가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원래의 저작자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상업적 이용을 절대 하지마라는 것이며

세 번째 절대 글을 변경하지 마라는 내용입니다

"티스토리(다음)" 블로그 ""의 실린 모든 글은 위와 같이 "이용허락표시(ccl)"가

걸려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일부사진 제외)

이와 같은 일이 지켜지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 ♣ 꽃삽을 들고 > 이야기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릿고개  (5) 2023.05.11
행복은 좋은 관계에서 !  (2) 2022.12.26
말이야 막걸리야!  (0) 2022.06.12
호박꽃과 감자꽃  (0) 2021.10.03
희망은 지켜야 한다  (0) 2021.09.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