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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추어탕(鰍魚湯)

by 소담* 2023. 10. 26.

내 고향 남원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것이 참 많다

대표적인 것이 목기(木器)와 식도(食刀) 그리고 반상(飯床)인데

이들 못지않게 명성을 떨치는 것이 또 하나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추어탕(鰍魚湯)이다.

 

추어탕의 재료는 당연히 미꾸라지다.

그래서 한문에서 자를 보면 미꾸라지 추()자를 쓰는데

이때 ”(鰍) 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을 추()자 왼쪽에

물고기 어()자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러고 보면 추어탕은 역시 가을철에 먹어야 제 맛이다.

 

세월이 좋아진 지금이야 양식이 가능해져서 사시사철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지만 내가 소싯적 때만 하더라도 추어탕은 가을에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보양식이었다.

 

요즘 김해평야를 거닐다 보면 가을 추수가 한창이다.

벼 타작을 보노라니 소싯적 어떤 풍경 하나가 눈에 아른거렸다.

 

 

추수가 끝나고 난 어느 가을 날!

 

친구들과 함께 도랑으로 미꾸라지를 잡으러 나섰다.

삽으로 양쪽 도랑을 막고 양동이로 물을 품고 나면 거무스름하고

미끈미끈 한 펄이 드러나는데 이때 양손을 모아 펄을 앞으로

파내면 그 사이에서 토실토실한 미꾸라지가 구물구물 거렸다.

 

미꾸라지를 잡아오면 어머니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뒷마당에 있는 장독대에서 소금 한 줌을 가져오고 텃밭에 있는

호박잎을 따다가 미꾸라지를 해감을 시키는데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대야에 있는 미꾸라지에 소금을 뿌리고 얼른 소쿠리로 덮었다

소금을 맞은 미꾸라지는 팔딱팔딱 뛰는데 그 소리가 아주 요란했다.

어느 순간 미꾸라지가 제풀에 겨워 조용해지면 어머니는

소쿠리를 걷어내고 거친 호박잎으로 미꾸라지를 이리저리 치대기

시작했다. 미꾸라지를 해감 시키는 데는 호박잎이 최고라는

어머니의 말씀대로 잠시 후 미꾸라지가 목욕을 한 듯 깨끗하게

손질이 되었다.

 

해감을 마친 미꾸라지는 솥에 넣고 삶았는데 .

잘 삶아진 미꾸라지는 건져서 바로 확독에 붓고 '폿돌'로 갈았다.

 

확독에 담긴 미꾸라지는 폿돌로 가는데 갈다가 힘이 들면

다시 반대로 돌리기를 수 십 차례 반복 하다보면 뼈와 살이

구별이 안 될 만큼 차지게 변하게 되는데 이때 확독에

미꾸라지 삶은 물을 붓고 바가지로 물을 퍼서 가는 체에 대고

굵은 뼈를 걸러내었다.

 

어머니는 추어탕을 끓일 때 이렇게 뼈까지 넣고 마지막에는

들깨가루를 넣었다.

 

추어탕은 역시 무청 시래기가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내가 어릴 때에는 미꾸라지가 참 흔했다.

여름에 장마철이 되면 도랑에 있던 미꾸라지가 개골창을

타고 올라와서  마당에서도 볼 수 있었고 심지어 고샅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흔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미꾸라지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힘들다.

 

지금도 고향에 가면 도랑이 있지만 양쪽 벽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바닥까지도 온통 시멘트로 도배가 되어서 미꾸라지가

도저히 살 수가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글을 쓰고 나니 어머니께서 손수 지어 주셨던

그 시절 그때의 추어탕이 눈앞에 아른 거린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어머니의 손맛도 볼 수도 없고.......

 

글을 쓰고 나니 추어탕 생각이 간절하다

 

꿩 때신 닭이라고 했던가!

 

지금 당장 미꾸라지가 없으니 오늘 저녁 와이프한테 

*얼추탕(孼鰍湯 )이라도 끓여 달라고 졸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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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탕 : (명사) 밀가루 국에 미꾸라지는 넣지 않고 여러 가지 양념만 넣어 추어탕처럼 끓인 국.

*확독 : 표준어로는 "돌확"이라 하나 전라도에서는 돌을 '독'이라 해서 "확독"으로 불린다.

*폿돌 : 일명 "폿독"이라고도 하는데 "확독"에서 음식을 갈아내는 작은 몽돌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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