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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못다한 인연!

by 소담* 2023. 10. 27.

계절이 바뀔 때면 비가 온다고 했던가!

 

간밤에 내린 비에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선선해 졌다

물씬 가을향기가 느껴져 오는데.......

 

이렇게 찬바람이 불면 문득 떠오르는 여인이 있다

 

고교시절 3학년 때의 어느 가을 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위해 전라선 옹정역에서

여수행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그만 순천역에서 열차가 멈추어 버렸다

무슨 까닭 인지 열차가 출발 하려면 두 시간 이상을 더 기다려야 된다고.

 

우리는 열차를 포기하고 순천역에서 버스를 타고 여수로 향했다.

 

운명의 그날!

 

나는 차 안에서 한 여인을 만났다

친구들은 앞좌석에 앉았고 나는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는데

우연하게 내 옆에 빈자리가 하나 남아있었다.

 

시간에 맞춰 버스가 막 출발 할 무렵.

 

그 때 급하게 차에 뛰어 오른 여학생이 있었다.

자리를 찾는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그녀가 마침내

내 옆에 빈자리를 향해 다가오는데.

 

그 순간! 나는 그녀의 미모에 그만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쌍꺼풀 없는 반달눈에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 갸름한 얼굴에

양 갈래로 묶어 어깨 앞으로 늘어뜨린 긴 머리가 어찌나 예쁘던지.......

그런 그녀가 내 앞에 다가오더니 살짝 목례를 하며 내 옆 자리에 앉았다.

 

한 참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몇 학년이세요?

 

씩 웃던 그녀가 '3학년인데요.'

 

3학년이라는 말에 왠지 나도 모르게 어떤 동질감이 나를 즐겁게 했다.

 

'저도 3학년인데요.' 그렇게 우리는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나는 그녀에게 이름과 주소를 물었다

피식피식 웃기만 할 뿐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집요하게 주소를 묻고 또 물었다

 

그 순간 앞에 앉은 아주머니 한 분이 뒤를 돌아보며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힐끗 힐끗 쳐다보는데.......

 

할 수 없이 이번에는 말 대신 수첩과 볼펜을 그녀에게 건넸다.

받아 줄 듯 말 듯, 한 동안 애를 태우던 그녀는 빙그레 웃기만 할 뿐 

여전히 수첩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눈빛으로 서로의 감정을 엿보기에 바빴다.

 

그녀와 나는 은근슬쩍 이따금씩 눈이 마주 쳤는데

그때마다  씩 웃으며 서로가 못 본 척

고개를 돌려 애먼 차창만 바라보았는데.......

 

그렇게 긴장된 시간이 흘러가고.

 

잠시 후 버스가 어느 이름 모를 기착지에 다다랐다.

 

차가 멈추자 그녀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발길을 멈칫 거리던 그녀가 나를 바라보더니

엷은 미소와 함께 뜻 모를 눈빛을 남기고 돌아서는데

나는 돌아서는 그녀를 향해 잘 가세요! 라고 인사를 건넸다.

 

피식 웃으며 '' 라는 짧은 대답과 함께 그녀가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그녀와 나는 차창을 사이에 두고  또 다시 

눈이 마주쳤다.

버스는 출발을 하고 내 눈은 온통 그녀에게 쏠렸는데.

 

얼마를 지나 왔을까!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향해 오래도록 연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난 뒤 나는 심한 마음의 병을 앓았다.

 

그녀의 주소를 알아 낼 것이 아니라.

거꾸로 내 이름과 주소를 적어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더라면.......

 

나는 왜! 그때 그 생각을 못했을까.

뒤늦게 나의 돌 머리를 두고두고 한탄해야만 했다.

 

어느 듯 내 나이 예순 두 살.

그녀  역시 지금의 나처럼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씩 웃음도 나오지만 그때 그 시절의

그녀의 얼굴은 아직도 내 가슴속에 곱게 포장되어 남아있다.

 

그때 그 소녀는 지금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금요일 오후

 

남원이 고향인 친구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동안 같은 김해에 살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는데

모처럼 오늘에서야 드디어 연락이 왔다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민속주점으로 향했다

막걸리를 마시며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데 그 사이

여동생이 뜬금없이 우리 동네에 사는 선배에 대해서 물어왔다

 

오빠!

혹시 오빠 동네에  "김대식" 씨라는 분이 있나요?

 

응. 있지

그런데 갑자기 그 선배를 왜 물어!

 

사연을 물어보니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한 언니가 젊은 시절

우리 마을에 사는 이 선배와 펜팔로 사귀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답장도 없이 그만 모든 소식이 끊겼다고........

그래서 나를 만나면 어디에서 잘 살고 있는지

꼭 물어 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하는데.

 

선배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글 솜씨가 아주 대단했다.

아니나 다를까 언니 되는 이 사람도 이 선배의 편지에

흠뻑 빠졌다고 했다.

전라도 남자와 경상도 여자가 나누었을 그들의 편지에는 

과연 어떤 사연들이 오고 갔을까!

 

불행하게도 이 선배는 오래전에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렇지만 나는 여동생에게 선배가 죽었다는 얘기는

절대 하지마라고 했다.

 

행여 죽었다고 하면 언니가 그 시절 편지 속에 오갔던

수많은 호기심과 아름다운 상상들이 뒤늦게 마음에 상처가 될까봐.......

 

그냥!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그렇게 전하라고 얘기 해 주었다

 

어쩌면 나 역시

내가 고교시절에 만났던 그녀도 어디에선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그 누군가에게 전해 듣고 싶은 어떤 간절한 마음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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