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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보릿고개

by 소담* 2023. 5. 11.

요즘 찔레꽃이 한창이다

 

산속을 걷다보면 찔레꽃 향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흠 흠 콧숨을

크게 들이쉬는데 그때 마다 어떤 추억 하나가 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소싯적 어느 봄날.

 

누이들과 함께 산에 올랐다. 여기 저기 찔레나무가 무리지어 있었는데

누이들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연한 새 줄기를 뚝 끊어서 껍질을 벗긴

다음 내 입에 넣어주었다.

    

단맛도 아니고 비릿하면서 텁텁했는데 나는 그 맛이 그리 달갑지가

않았지만 누이들은 맛있게 잘 도 먹었다.

이처럼 찔레꽃을 보면 나는 누이들이 먼저 떠오른다.

 

 

찔레꽃은 사연이 참 많다.

찔레 꽃 필 무렵이면 딸네 집도 안 간다.”는 말이 있다.

오죽했으면 이런 말이 생겨났을까.

 

찔레꽃이 필 때면 보리가 익어 가는데 이때는 묵은 곡식이 다 떨어지고

보리가 아직 여물지 않아서 집집마다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사람들은 이 시기를 이르러 마치 힘들게 넘어가야 하는 고개에 빗대어

보릿고개라고 했다.

 

사실 나는 보릿고개의 처절함을 잘 모른다.그래서 하는 얘긴데

나는 이른바 베이비붐세대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 온 탓일까!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인구가 부쩍 늘어나게 되는데

이때 출생한 이들을 두고  베이비붐 세대라고 한다.

 

그런데 같은 베이비붐 세대라고 해도 10년을 기준으로 초반과 중반

그리고 후반생들이 겪었을 보릿고개는 다소 온도차이가 있다.

1955-56년생의 초반이 보릿고개를  몸소 겪은 세대라면

후반인 1962-63년생은 보릿고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물론 1962년생인 나 때만 해도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미국에서 

무상으로 원조 해 준 급식빵을 먹었을 정도로 식량이 부족했다.

학교에 다녀오면 밥은 늘 조막만 하게 있고 그 곁에 여름에는 감자가

겨울에는 고구마가 양푼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나마 감자나 고구마로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그때 그 시절.

고구마에 하도 질려버린 탓에 세월이 흐른 지금은 고구마에 손도 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어머님으로부터 죄로 간다.”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자랐다.

 

음식을 함부로 하면 죄로 간다.”고도 했고

남을 헐뜯거나 험담을 하고 돌아다니면 죄로 갈 소리하지마라고

그 사람을 나무라기도 하셨다.

 

전기밥솥도 냉장고도 없던 시절

 

여름이면 더운 날씨 때문에 밥이 더러 쉴 때가 있었는데

쉰밥도 어머니는 절대 허투루 다루지 않았다

찬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조리에 받쳐서 다시 드셨을 만큼

모든 음식을 소중히 다루셨다.

 

보름 전.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와이프와 함께 식사준비를 했다

평소처럼 와이프가 식탁에 반찬을 차리는 동안나는 밥을 푸기 위해 밥솥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밥이 선 밥이 아닌가.

 

알고 보니 와이프가 아침에 밥을 안치면서 버튼을 보온에 둔 채 

취사를 누르지 않은 탓이었다.

 

싸모야! 밥이 선 밥이네.

 

그나저나 어떻게 하지. 밥을 버릴 수도 없고.......

 

그때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나를 쳐다보던 와이프가

 

죄로 가게 음식을 왜 버려요? 내가 따로 퍼 놓을 테니까 그냥 놔두세요!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와이프의 입에서 나온 죄로 간다.”는 말이 너무 신기했다.

 

어라! 죄로 간다.” 라니?

 

신기한 나머지 와이프에게 물었다.

 

자네가 죄로 간다.”라는 말을 알아?

 

그 말을 왜 몰라요.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자주 들었던 말인데........

 

지금은 죄로 간다.”는 말을 듣기가 힘들다.

그런데 와이프가 이 말을 알고 있다니.

 

그  날 저녁!

  

와이프가 선 밥을 프라이팬에 올리고  얇게 펼쳐서 

한참을 지지고 나니 고소한 누룽지가  완성이 되었다

 

남은 밥은 김치국밥을 만들었는데.

 

묵은 김치에 선 밥과 콩나물, 어묵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 놓으니

별미가 따로 없다. 어찌나 맛있던지 두 그릇을 금세 뚝딱 비웠다.

 

밥을 버리지 않았으니 죄로 갈 짓을 안했고 별미로 국밥까지 

곁들였으니 이거야 말로 도랑치고 가재 잡은 격이 아닌가.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눈에 많이 띤다.

그래서 인지 거리에서 음식을 먹고 다니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가 있는데.

오늘 오후.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공원 벤치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앞서가던 와이프가 갑자기 돌아가자고

내 손을 잡아 당기는 것이 아닌가.

벤치 주변을 보니  컵라면, 핫도그, 떡볶이먹다 버린 음식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노라니 나도 모르게 한 숨이 절로 나왔다.

 

애고! 요즘 아이들은.

음식을 버리는 것이 죄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나 한건지.......

 

한 평생! 보릿고개를 숙명으로 여기고 살다가 저 세상에 먼저 가신

우리 조상님들이 지금의 이런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

 

 참! 기가 막혀서 혀를 찰 노릇이다.

 

쯧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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