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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45

토하잡이 저물어 가는 오후! 베란다에 서서 우두커니 멍을 때리고 있다. 찬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이 애처로워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때 문득 소싯적 어떤 풍경하나가 휙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추수를 끝내고 난 텅 빈 들녘 지금처럼 찬바람이 부는이맘때쯤이면 어머니와 옆집 할머니는 약속이나 한 듯토하 잡이에 나섰다 토하는 전라도말로 '새비'라고 부르는데 민물에 사는조그만 '새우'를 일컫는다. 어느 늦가을 날. 어머니와 손을 잡고 토하잡이에 나섰다.요천수를 가로질러 둑을 넘고 나면 솔밭 앞으로조그마한 '보' 가 하나 나타나는데 마을 사람들은이곳을 "해대방죽"이라고 불렀다 이 방죽은 늘 고여 있는 물이 아니고 어느 높이에다다르면 물이 넘쳐흐르게 되어있는데 이 물이도랑을 이루며 망골 마을 앞으로 끝없이 이어 졌다.. 2024. 11. 22.
무밥과 무생채 소싯적에 새벽녁이면 깊은 잠을 깨우는 소리가 있었다. 썩썩썩 무를 써는 소리. 앞집에도, 옆집에도, 뒷집에도 썩, 썩, 썩  아직 어둠이 남아있는 새벽녘.어머니는  늘 새벽같이 일어나서 무를 썰었다. 무써는 소리에 잠에서 깨언난 나는 눈을 비비며 어머니의 손길을 바라보았다. 동그랗게 썰어진 무가 가지런히 놓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무채로 변하기 시작했다.  무채는 다시 옆으로 돌려서썰게 되는데 이때 밥알처럼 크기가 작게 변했다.   얘야, 무줄까!!! 어머니는 파란 무 머리를 동강내어 먹기좋게 한 조각을 내 입에 넣어 주셨다. 아삭 ................. 이불 밑에서 맛보는 무의 향기! 약간 매운 맛도 풍기면서 어찌나 시원하던지. 마침내 햇살이 밝아지며 아침 밥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밥은 강된장에.. 2024. 11. 3.
거짓말 같은 참말! 거짓말 같은 참말!  내 몸을 사랑하지 않은 죄가 너무 컸다 너 자신을 알라고 했는데 나는 몰랐다 그동안 수없이 거짓말을 했던 내 자신이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부끄러웠다   모든 병은 식원병에서 비롯된다고 했다생각해 보니 결국 이 놈의 술이 문제다   거짓말 같은 참말 오늘 이 순간부터지독하게 당장 술을 끊어야겠다 ◆  술을 끊었다!  ◆ 술을 끊었더니 가족이 보였다.  술을 끊었더니  건강이 보였다.  술을 끊었더니  행복이 보였다.  =========================================== 술을 끊고 다짐의 증표(證票)를 블로그에 남기다 단기 4357년 음력  9월 7일서기 2024년 양력10월 9일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소담 쓰다 2024. 10. 9.
메밀꽃 필 무렵 처서가 지난 어느 날   어머니께서 원두막에 놓인 살림살이를 하나 둘 집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형님이 리어카에 기다란 기둥 네 개와 널빤지, 사다리등잡동사니를 가득 싣고 왔다 해마다 연례행사 처럼 처서가 지나고 나면 원두막은 이렇게 수명을 다했다   집에 가져 온 재료들은 내년 여름을기약하며 가지런히 묶어서 *더그매와 헛간에 보관을 했는데.   원두막이 사라진 밭은 어떤 모습일까!   아쉬운 마음에 부리나케 밭으로 뛰어갔지만 수박과 참외, 오이넝쿨로 무성했던 밭은 온데간데없고 벌겋게 속살을 드러낸 바닥에는 뿌연 흙먼지만 어지럽게 날리고 있었다.   여름방학 내내 원두막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냈는데.그때의 풍경들이 사라진 밭을 물끄러미 보노라니 어린 내 마음에도 무언가를 잃어버린.. 2024. 9. 25.
장유 막걸리 요즘은 지역마다 유명한 막걸리가 최고의 관광지가 되고 있다.   장수 막걸리(서울장수막걸리주식회사), 소성 막걸리(인천탁주), 생탁 막걸리(부산합동양조), 지평 막걸리(지평양조장) 춘향골 생막걸리(남원탁주공동제조장) 등 술 종류도 다양한데....... 막걸리는 그 지역의 경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막걸리의 중요성은 대단하다.   이는 비록 술을 빚는다서가 아니라 지역을 품은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부가 콘덴츠가 함께 어우러져있기 때문이다.   6-70년대에만 해도 술도가를 ‘주조장’이라고 불렀는데요즘은 ‘양조장’이라는 이름을 더 선호하고 있다.   술을 지은다고 해서 주조장(酒造場)이라고 해도 좋고술을 빚는다고 해서 양조장(釀造場)이라고 해도 좋다   그런데 요즘은 ‘주조장’과 ‘양조장’.. 2024. 6. 12.
칠칠하고 팔팔해야 구구하지 않게 산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그중에서도 막걸리를 최고로 친다. 남들은 양주가 좋다고 하지만 태생이 촌놈이라서 인지내 입맛에 맞지가 않아서 공짜로 줘도 안 마시는 것이 양주다.막걸리 외에도 때에 따라서 소주도 즐기는데삼겹살에는 역시 소주만한 것이 없다.    막걸리 얘기를 하면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다국무총리를 지내신 전 이낙연 총리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막걸리를 좋아하는 그를 두고 어느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총리님!막걸리 주량이 어떻게 되십니까?허허허!  너털웃음을 짓던 그가 하는 말이 재미있다.“저수지 한 개는 비워야 되지 않겠소!”   역시 술을 좋아하는 분답게 재치 있는 입담이 마치 걸쭉한 막걸리를 닮았다.   막걸리 하면 우리 할아버지도 빼놓을 수 없는데 고인이 되신 어머님의 전언에 따르.. 2023. 9. 9.
남원농악의 뿌리 독우물 굿 내 고향 남원에는 유명한 남원농악이 있다. 농악깨나 공부 했다고 하면서 남원농악을 모르면 ABC도 모르고 영어 공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한 굿인데 이 굿의 뿌리가 바로 내가 살던 옹정리의 독우물이다 그래서 남원농악은 곧 "독우물 농악"이라 부른다.   우리 마을은 앞으로 요천수가 흐르고 뒤로는 야트막한 산이 있어서 풍수적으로 얘기하면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요천의 하류에 해당하는 금지면 일대는 남원에서 가장 넓은 평야를 형성하고 있는 곳인데 이런 지리적 환경 덕분에 쌀이 아주 풍부했다. 쌀이 풍부했다는 것은 곧 배가 부르다는 것을 의미하는데배가 부르면 노래가 절로 나온다.이때 나오는 소리가 바로 그 유명한 "판소리"다.  판소리는 서편제 동편제 중고제 등으로 나누어.. 2023. 8. 20.
조껍데기와 씨껍데기! 나는 막걸리를 좋아 한다.그러다 보니 장소에 따라 다양한 술맛을 찾게 되는데.   막걸리는 지방마다 지역 특성에 맞는 고유한 명칭이 있다. 그런데 오늘!  이름도 생소한 막걸리 하나를 알게 되었다.   “씨껍데기”   제주도에 ‘조껍데기’ 막걸리가 있다면울릉도에는 ‘씨껍데기’ 가 있다.   그렇다면 어찌해서 섬에서 ‘껍데기’라는 술이 나오게 되었을까!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빠져 들었다.   섬이라는 곳이 원래 알곡이 드문 곳이 아닌가!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귀한 알곡 만큼이나  껍질도함부로 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태어난 것이 바로 껍데기 술이 아니었을까   새삼 조상님들의 슬기를 보는 듯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오늘은 장날!   해가 질 무렵 혼자서 뒤늦게 시장 구경을 나섰다.어슬렁어슬.. 2023. 6. 6.
세상이 만만하다 막걸리 詩 : 천상병(千祥炳)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아침에 한 병 사면 한 홉 자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 달에 한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 가지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 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느님의 은총인 것이다.  위 글은 문단의 마지막 기인(奇人)으로 불리던 .. 2023. 2. 16.
도둑눈 오던 날 소싯적 겨울이 오면!우리들의 놀이터는 누가 뭐라고 해도 논배미가 최고였다 타작이 끝난 논은 넓어서 맘껏 뛰놀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위험한 곳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훌륭한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논배미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뛰어 놀았는지 벼 그루터기는 사라져 온데 간데 없고 다져진 논은 반들반들 윤기가 흘렀다 남자들은 주로 자치기와 말뚝박기를 했고 여자들은 목자놀이나 고무줄놀이를 즐겼다 그런데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라 할지라도 오래 즐기다 보면 싫증이 날 때가 있었다. 이럴 때면 남자들은 여자친구들을 괴롭혔다고무줄도 끊어 버리고 목자놀이를 할 때 갖고 놀던 *사금파리도 도랑에 차버리고....... 이렇게 훼방을 놓다보면 화가난 여자들이 남자들을 잡기위해 부리나케 쫒아 다녔는데........ 우리들의 어린 시절.. 2022. 12. 28.
사무치는 그리움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 역 이쁜이 곱분이모두 나와 반겨 주겠지달려라 고향 열차 설레는 가슴안고 눈 감아도 떠오르는그리운 나의 고향 역  나훈아의 ‘고향역’ 추석이 다가 올 무렵 이 노래를 들으면 노래 속의 가사처럼 고향 가는 생각에 어찌나 마음이 설레던지....... 해마다 두 아이들을 데리고 와이프와 함께 고향을 찾았다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명절날 인데  차가 밀리는 맛도 있어야지....... 평일 날처럼 쉽게 씽씽 오 갈수 있다면 그것이 어찌 명절이겠는가.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 는 말 처럼 차가 밀릴 때 마다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노란 황금 들녘이 끝없이 펼쳐지고 농로 길에 핀 코스모스 꽃바람의 장단에 하늘하늘 춤을 추며 우리의 눈을 유혹하는데. 어디 이뿐인가! 석양.. 2018. 9. 23.
주대식 (酒大食) 친구에게 주대식 (酒大食)씨!  참! 오랜만에 자네 이름을 불러보는군.그 동안 잘 지내고 계셨는가!  오늘 오후! 퇴근 길에 어느 집 울타리 앞에서 머물렀다네.노랗게 활짝 핀 영춘화가 나를 붙잡더군.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잠시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데 그 순간 불현 듯 자네 모습이 떠오르지 뭔가!  그러니까 그게 언제더라?  자네와의 만남을 얘기 하려면 시간을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되겠구먼.  내가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하던 첫째 날회사 앞에 있는 영춘화가 활짝 만개를 했었지.아마 그때가 딱 요 맘 때가 아니었나 싶네.  그때 꽃샘추위가 장난이 아니었지.신입사원인 나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꽃샘추위는 내게 한 겨울처럼 느껴졌어.  그렇게 잔뜩 움츠려 있던 나를 향해 자네가 어디선가 난로를 들고 오더니.. 2018.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