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길.
자전거의 폐달을 힘차게 밟았다.
때마침! 출근길을 반겨주기라도 하는 듯
살랑살랑 봄바람이 내게 인사를 건네 왔다.
봄바람이 스쳐가는 거리.......
진달래와 철쭉꽃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내 눈길을 유혹하는데.
매일 아침!
이렇게 멋진 풍경을 마주하며 출근을 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이것은 내 인생의 커다란 즐거움인지도 모른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집에서 자전거로 십여 분 거리에 있다.
걸어가면 약 삼십분이 걸리지만 자전거로는 십여 분이면
충분한 거리이기에 궂은 날이 아니면 늘 이렇게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회사에 도착해서 늘 그랬던 것처럼 탈의실에 들어가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컵라면 냄새가 진동을 했다.
출근을 하면 늘 마주하는 이 풍경!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은 한 두 번이 아니고 벌써 여러 해 째다.
과장이라는 젊은 관리자가 아침을 집에서 먹지 못하고
습관처럼 이렇게 회사의 정수기 앞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있다.
회사인지 가정집인지 구별이 안가는 라면 냄새 때문에
짜증이 난 나머지 오늘은 작심을 하고 한 마디 건넸다.
이 사람아!
한 두끼도 아니고 매일같이 아침을 컵라면으로
때워서야 되겠어! 와이프가 밥도 안 해줘!
핀잔을 주기위해 은근히 툭 던진 내 말에 이 친구 하는
소리가 가관이다.
“맞벌이라서 힘들어요.”
이 사람아!
요즘 세상에 맞벌이 부부가 아닌 사람 몇이나 되겠어.
나도 맞벌이 부부지만 우리는 꼭 아침을 먹는다네.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이 친구는 영식(?)이라고 한다.
삼시세끼를 모두 밖에서 해결한다고.
그러고보니 이 친구! 웬지 모르게 참 측은해 보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나도 삼식(?)이다.
밥 세끼를 모두 집에서 먹고 있는데.
내가 다니는 회사는 1공장에서 4공장까지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다. 이러다 보니 아직까지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식당이 없다. 할 수 없이 100여명이 넘는 직원이
점심이나 야근을 하려면 주변에 있는 가까운 식당이나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식사를 해야한다.
나는 다행히 집이 가까워서 점심을 집에서 해결하고 있는데
요즘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보름 전부터 서서히 일감이 줄어들더니 반토막이 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저녁까지 집에서 해결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 나는 원치 않게 삼식이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요즘 이 삼식이가 화젯거리다.
▶ 10가지로 알아보는 남편의 식습관 ◀
1. 집에서 한 끼도 안먹는 남편 - (사랑스런 영식씨)
2. 한 끼 먹는 남편- (귀여운 일식씨)
3. 두 끼 먹는 남편- (두식씨)
4. 세 끼 먹는 남편- (삼식씨)
5. 세 끼 먹고 간식먹는 남편- (간나쉐끼)
6. 세 끼 챙겨 먹고 종종 야식 먹는 남편- (종간나 쉐끼)
7. 세 끼 먹고 간식 먹고 야식 먹고 마누라 먹는 남편
- (씨발노무쉐끼)
8. 시도 때도 없이 먹는 새끼- (씹쉐끼)
9. 세 끼 먹고 간식 먹고 야식 먹고 마누라는 쳐다도 안보는 남편
- (쌍노무쉐끼)
10. 세끼 먹고 간식 먹고 야식 먹고 마누라는 쳐다도 안보고
외박나가는 남편 - (뒈질노무 쉐끼)
윗 글을 보면 삼식이까지는 욕이 들어가 있지 않다.
다시 회사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때 젊은 과장이 내게 물었다
삼시세끼를 집에서 먹으면 와이프가 싫어하지 않느냐고........
나는 이 친구를 향해 이렇게 대답했다
이 사람아! 자네 결혼 할 때 주례 선생님이 했던말 기억하고 있어!
내 질문에 당황을 했는지 얼버무리듯 내뱉는 그의 말이 재밌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
기억이 없다고!
이 사람아! 그래서 주례선생을 잘 만나야 돼.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나는 주례 선생님이 했던 말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네.
뭐라고 했는데요?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이 친구에게 그때 그 말을 그대로
전해 주었다.
신랑! 소담군은 검은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신부를 공주처럼 모시고 삼시세끼 걱정없도록
가족 경제를 책임지겠습니까?
나는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네”
다음은 신부에게 묻겠습니다.
신부 소영 양은 검은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신랑 소담 군을 왕처럼 모시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 줄 수 있겠습니까?
네!
수줍은 듯 입안을 맴도는 신부의 작은 목소리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주례선생님이 다시 물었다.
책임 질 수 있겠습니까?
“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걸쳐서 확인한 신부의 대답이
마침내 또렷하게 예식장에 울려 퍼졌다.
주례선생님의 훌륭한 주례사 덕분 이었을까!
세월이 흐름 지금!
와이프는 나를 위해 매일같이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챙겨주고 있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주례 선생님의 말씀은 분명했다.
남편은 가정 경제를 위하여 돈을 벌어야 하고
와이프는 가족의 건강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주례선생님 덕분에 나는 오늘도 삼시세끼를 자랑스럽게
집에서 해결하고 있다.
이런 삼식이도 나름대로 지켜야 될 법칙이 있다
무슨 음식이든 그저 해 준대로 잘 먹어야 한다.
맛이 있네! 없네! 싱겁네! 짜네!
이맛도 저맛도 아니네!
이런 군소리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직장의 사정 때문에 원치 않은
삼식이가 되었지만 어찌보면 삼식이 경험을 일찍
해 본 내가 훗날 나이들어서 와이프와 더 좋은
관계를 갖지 않을까!
요즘 정년 퇴직을 한 남편들이 그 동안의 수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듯 삼시세끼를 늘 와이프가
차려준 밥만 고집하는 삼식이가 있단다.
이러면 정말 삼식이는 욕을 먹는다.
와이프가 해 놓은 음식에 감사해 할 줄 알고 차려주기
전에 스스로 찾아서 해결하는 그런 삼식이가 진정한
삼식이가 아니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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