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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들의 밀어/그때 그시절17

원두막이 있는 풍경 내 고향에는 "요천수" 라고 부르는 큰 강이 있다.요천수는 마을 앞을 휘돌아 흐르는데 뚝길을 따라 걷다보면 시원하게 펼쳐진 들판에 할아버지께서 일궈놓은 큰 밭이 떡 자리를 잡고 있다 어머니는 해마다 여기에 참외와 수박, 오이를 심었다. 한 여름날! 수박과 참외가 발디딜 틈 없이 자랄 무렵. 어머님은 형과 함께 원두막을 짓기 시작했다. 원두막은 전망이 가장 좋은 뚝 가장자리에 떡하니 자리를 잡았는데 사다리에 올라서 보면 온 밭이 한 눈에 다 들어왔다. 원두막은 비바람을 가릴 수 있도록 가리개가 있어서 비가 오거나 저녁잠에 들 무렵 사방을 둘러치고 나면 마치 안방에 있는 듯 아늑했다 우리 원두막은 신작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도로가에 있는 다른 원두막 보다 우리 원두막에 손님들이 더 많이 붐볐다그때.. 2025. 6. 29.
고무신 엘레지 월요일 오후 해질 무렵 모처럼 대청천 둑길을 걸었다. 한참을 걷는데 때마침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피라미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물위로 뛰어오르는데 그때마다 피라미가 떨어진 자리에 동그란 물결이 원을 그리며 사방으로 넓게 퍼져 나갔다. 하늘엔 손에 잡힐 듯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고. 풍경에 도취되어 한참동안 사색에 잠기며 걷는 그때할머니 한분이 실버카를 몰고 *잰걸음이다 할머니를 바라보니 새삼 돌아가신 어머님이 떠올랐다.나이가 들면서 허리가 안 좋아지신 어머님도 말년에는실버카에 의지를 하고 다니셨는데 필시 앞에 있는할머니도 허리가 좋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라.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할머니의 고무신이 찐한 보라색의 컬러 고무신이다.옛날 같았으면 흰 고무신이나 검정 고무.. 2025. 5. 13.
토하잡이 저물어 가는 오후! 베란다에 서서 우두커니 멍을 때리고 있다. 찬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이 애처로워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때 문득 소싯적 어떤 풍경하나가 휙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추수를 끝내고 난 텅 빈 들녘 지금처럼 찬바람이 부는이맘때쯤이면 어머니와 옆집 할머니는 약속이나 한 듯토하 잡이에 나섰다 토하는 전라도말로 '새비'라고 부르는데 민물에 사는조그만 '새우'를 일컫는다. 어느 늦가을 날. 어머니와 손을 잡고 토하잡이에 나섰다.요천수를 가로질러 둑을 넘고 나면 솔밭 앞으로조그마한 '보' 가 하나 나타나는데 마을 사람들은이곳을 "해대방죽"이라고 불렀다 이 방죽은 늘 고여 있는 물이 아니고 어느 높이에다다르면 물이 넘쳐흐르게 되어있는데 이 물이도랑을 이루며 망골 마을 앞으로 끝없이 이어 졌다.. 2024. 11. 22.
무밥과 무생채 소싯적에 새벽녁이면 깊은 잠을 깨우는 소리가 있었다. 썩썩썩 무를 써는 소리. 앞집에도, 옆집에도, 뒷집에도 썩, 썩, 썩 아직 어둠이 남아있는 새벽녘.어머니는 늘 새벽같이 일어나서 무를 썰었다. 무써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며 어머니의 손길을 바라보았다. 동그랗게 썰어진 무가 가지런히 놓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무채로 변하기 시작했다. 무채는 다시 옆으로 돌려서써는데 이때 밥알처럼 크기가 작게 변했다. 얘야, 무줄까!!! 어머니는 파란 무 머리를 동강내어 먹기좋게 한 조각을 내 입에 넣어 주셨다. 아삭 ................. 이불 밑에서 맛보는 무의 향기! 약간 매운 맛도 풍기면서 어찌나 시원하던지. 마침내 햇살이 밝아지며 아침 밥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밥은 강된장에 비며 먹어.. 2024. 11. 3.
메밀꽃 필 무렵 처서가 지난 어느 날 어머니께서 원두막에 놓인 살림살이를 하나 둘 집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형님이 리어카에 기다란 기둥 네 개와 널빤지, 사다리등 잡동사니를 가득 싣고 왔다 해마다 그랬던 것 처럼 처서가 지나고 나면 원두막은 이렇게 수명을 했다 집에 가져 온 재료들은 내년 여름을기약하며 가지런히 묶어서 *더그매에 보관을 했는데. 원두막이 사라진 밭은 어떤 모습일까! 아쉬운 마음에 부리나케 밭으로 뛰어같다. 수박과 참외, 오이넝쿨로 무성했던 밭은 흔적도 없이사라지고 텅 빈 밭에는 벌겋게 속살을 드러낸 채 뿌연 흙먼지만 어지럽게날리고 있었는데. 밭갈이를 끝낸 다음 날 아침. 수박과 참외가 사라진 밭에는 배추와 무를 심고바깥쪽으로는 넓고 긴 두둑을 내어 .. 2024. 9. 25.
도둑눈 오던 날 소싯적 겨울이 오면!우리들의 놀이터는 누가 뭐라고 해도 논배미가 최고였다 타작이 끝난 논은 넓어서 맘껏 뛰놀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위험한 곳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훌륭한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논배미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뛰어 놀았는지 벼 그루터기는 사라져 온데 간데 없고 다져진 논은 반들반들 윤기가 흘렀다 남자들은 주로 자치기와 말뚝박기를 했고 여자들은 목자놀이나 고무줄놀이를 즐겼다 그런데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라 할지라도 오래 즐기다 보면 싫증이 날 때가 있었다. 이럴 때면 남자들은 여자친구들을 괴롭혔다고무줄도 끊어 버리고 목자놀이를 할 때 갖고 놀던 *사금파리도 도랑에 차버리고....... 이렇게 훼방을 놓다보면 화가난 여자들이 남자들을 잡기위해 부리나케 쫒아 다녔는데........ 우리들의 어린 시절.. 2022. 12. 28.
살구꽃 필 무렵 봄, 여름, 가을, 겨울 참! 이상하다. 다른 계절은 다 두 글자인데봄은 왜! 한 글자로만 이루어져 있을까.손을 턱에 괴고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봄은 사계절 중 가장 짧다 그래서 일까. ‘봄’은 짧은 계절에 어울리게 한 글자로도 참 멋진 이름을 얻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다른 계절에서는 절대 쓸 수 없는 새 것, 새로움, 새로 시작된다는 뜻을 가진 “새봄” 이라는 이름까지 덤으로 얻었으니. 이런 “새봄”이 지금 우리 곁에 와 있다. 산수유도 , 매화도, 목련도 , 개나리도, 그리고 아기 진달래와, 살구꽃도. 여기저기서 한창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지금. 나는 봄에 피는 꽃중에서 살구꽃을 제일 좋아한다. 소싯적 어느 날! 누이들이 나물을 캐기 위해 바구니와 칼을 챙겨들었다 곁에서 놀고 있던 나는 .. 2018. 3. 9.
가죽숫돌과 추억의 이발소 명절이 돌아오면 많은 사람들이 연례행사처럼 꼭 찾는 곳이 있다 이발소와 미장원이 바로 그 곳인데 6-70년대 만 해도 이발소와 미장원의 고객은 남녀로 확실하게 구별이 되었다. 세월이 변한 지금은 남자가 미용실에 가는 것이 당연시 될 만큼 남녀의 구별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는데. 설을 앞두고 모처첨 미용실에 들렀다  예상대로 미용실 안은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는데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눈을 감았다. 그때 불현듯 내 고향 이발소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소싯적. 설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형님의 손을 잡고 이발관을 찾았다이발소에는 벌써 많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나와 형님은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한참을 기다리던 끝에.. 2017. 2. 3.
삘기와 호드기 소싯적 어느 봄날!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는데 저 멀리서 어머님이 손짓을 하며 나를 부르셨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폴짝폴짝 뛰면서 어머니의 뒤를 따라 나섰는데. 얼마 후! 어머니가 도착한 곳은 보리 논 이었다.잠시 사방을 둘러보던 어머니께서는 논둑에 앉아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애고야. 논에 풀이 많이 *깃었네!이 풀을 언제 다 맬까. 어머니는 이랑에 앉아 김을 매기 시작했다 나는 어머니가 매어놓은 풀을 방천 둑으로 날랐는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뽑아내고 뽑아내도 끝이 없는 뚝새풀들 ....... 앞을 보면 논 끝은 아득히 멀었고 속 모르는 종달새는 하늘높이 지지배배 울어댔다 허기진 배를 잡고 집에 가자고 어머니를 보챘지만 "잠시만 기다.. 2016. 3. 29.
정월 대보름 소싯적, 보름날이 다가오면 우리는 깡통을 찾기 위해 온 들녁을 헤메고 다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뜻밖에도 깡통은 골목길 이웃집에서 발견했다. 얼씨구 좋구나! 우리는 깡통을 가져와서 불깡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빈 깡통 안에 깡통크기에 맞는 받침목을 넣고 큰 못으로 깡통 곳곳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구멍을 뚫고 마지막으로 깡통에 좌우로 긴 철사줄을 매달면 마침내 불깡통이 완성되는데. 이렇게 불깡통이 완성이 되고 나면 이제는 불깡통에 들어갈 나무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또 다시 하루종일 먼 산을 헤집고 다녔다. 그 시절 불깡통에 들어갈 나무로는 관솔이 최고였는데송진을 잔뜩 머금은 관솔은 오랜 탈뿐만 아니라 향기도 참 고왔다. 마침내 정월 대보름 날. 동구 밖 논배미 친구들이 몰려 들었다. 그런데 .. 2015. 1. 25.
사라져 가는 어리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마당에는 조그만 닭장이 하나 있었다. 닭장에는 닭이 머무를 수 있게 대나무로 만든 긴 홰가 옆으로 길게 놓여 있었고 그 아래로는 이가 빠진 헌 사발에 물을 담아서 닭이 언제라도 목을 축일 수 있도록 했다 닭장 주위에는 유난히 달개비 꽃이 많이 있었는데 이 달개비 꽃의 정식명칭이 "닭의장풀"이라고 한다. 그 시절 우리 고샅에 사나운 장닭 한 마리가 있었다.장닭이 살고 있는 집은 공교롭게도 골목 중간에 있었는데 집에 돌아 올때는 꼭 이 집을 지나야만 했다. 장닭은 크기가 어마어마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나게사나워서 이 집 앞을 지날때면 숨을 죽이며 장닭의 눈치를 살펴야 했는데. 신기하게도 이 장닭은 사람을 구별 할 줄 알았다 (?) 꼭 우리같이 어린아이나 노약자를 노렸는데 어쩌다가이 .. 2013. 11. 23.
박 바가지의 추억 어느 가을날! 초가지붕에 탐스런 박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할머니는 잘 여문 박을 골라서 톱으로 자른 다음 소금물에 넣고 삶았는데 삶은 박은 바가지로 만들 때 잘 깨지지 않는 튼튼한 바가지가 되었다 그릇이 귀했던 그 시절. 할머니는 깨진 바가지도 허투루 다루지 않았다.깨진 바가지는 양쪽에 구멍을 내어 헝겁을 대고 꿰매어서 다시 사용했을 만큼 바가지는 그 시절 없어서는 안 될가정의 필수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박 바가지가 소리 없이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박 바가지가 사라지고 난 후 플라스틱 바가지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우리 마을에서는 깨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는 이 바가지를 “뿔바가지”라고 불렀다 요즘 산사의 우물을 찾다보면 햇빛에 탈색된 보잘 품 없는 플라스틱 바가지를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이는 .. 2013.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