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삽을 들고110 몇 살까지 돈을 벌어야 할까! 소싯적. 어느 가을날! 할머님이 뒷마당에서 감을 따고 계셨다. 딴 감은 깎아서 싸릿대에 꿰어 새끼줄로 줄줄이 엮어서 처마 밑에 걸어 놓고 말렸는데. 여기에는 얄궂은 내 추억이 하나 숨어 있다. 할머니 몰래 까치발을 해가며 곶감을 한 개씩 한 개씩 빼 먹었데 그때마다 할머니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빠진 감의 사이를 살짝살짝 벌려 놓았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그러던 어느 날 그만 할머니 눈에 딱 걸렸다. 야, 이놈아! 곶감을 제사 때 쓰려고 만들어 놓은 건데네가 다 빼 먹어버리면 이제 제사도 못 지낸다. 할머니의 고함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어릴 때 내가 제일 좋아했던 날이 설날, 추석날 그리고 제삿날이었는데 제사를 지낼 수 없다니그 뒤로 더 이상 곶감을 빼먹지 않았다. 세월이 흐른.. 2025. 4. 9. 애비 딸이 퇴근을 하면서 캐리어 두개를 가져 왔다. 오늘도 딸은 어제처럼 평소에 즐겨 입던 옷들을 가방 안에 차곡차곡 넣고 있는데 이런 일이벌써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묵묵히 옷을 챙기는 딸의 뒷모습을 볼 때 마다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지 나도 모르게 그만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는 떠나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딸도보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도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은 똑같을 터. 딸과 나는 짐을 싸는 내내 아무 말도 없었다. 이윽고 딸이 캐리어에 옷을 가득 챙겼다. 딸과 함께 가방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서는 길. 때마침 딸의 남자 친구가 마중을 와 있었는데. 딸을 바래다주고 조용히 딸 방으로 들어섰다방에는 아직까지 딸의 체취가 완연 하건만 텅 빈 방에서 느껴지는.. 2025. 2. 22. 하늘아래 같이 산다는 것 연말인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불우한 이웃을 위해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다들 참 고마우신 분들이다 마음 같아서는 나 자신도 많이 돕고 싶지만 현실은 늘 아쉽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까 소싯적. 꾀 오래 전 초등학교 시절 옛날이야기다. 학교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올 때 나는 무섭게 생긴 어떤 아저씨들 때문에 늘 마음이 두려웠다 그런데 문제는 이분들의 생김새였다.한쪽다리가 없어서 목발을 짚고 다시는 분은 그래도 덜 무서워했는데 한쪽 팔이 없는 대신 그 자리에 무시무시하게 생긴 갈고리를 차고 다니시는 분들을 만날 때는 온 몸을 떨어야 했다 이 갈고리는 가대기를 칠 때 볏가마니를 나르는데 쓰는 물건인데 팔도 없으면서 거기에 무섭게 생긴 갈고리를 달고 있었으니 어린 내 마음에 이.. 2024. 12. 20. 결혼기념일의 불청객 12월 3일!오늘은 우리 부부의 29주년이 되는 결혼기념일이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서로에게 특별한 선물 없이 아내가좋아하는 초밥으로 조용히 자축연을 가졌다. 비록 꽃다발은 없었지만 기념일을 잊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뿌듯하던지....... 우리는 멋진 밤을 보내기 위해 가족 행사에만 켜는무드 전구 등을 켜놓고 밤이 깊어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도 잠시 텔레비전에서 갑자기 이상한 속보가 떴다. 즉흥적으로 뭔가 꺼림칙한 생각에 급히 리모컨으로 타 방송을 확인 해 보기 시작했다. 채널을 돌려보니평일처럼 본 방송을 진행하는 방송이 있는가 하면대통령의 긴급 담화문을 중계하는 방송도 있었다.이때 까지만 해도 나는 개인적으로 별일이 아니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잠시 후 모.. 2024. 12. 9. 달이가고 해가가고 며칠 전. 마트에 들렀다가 우연히 10여 년 전에 같은 회사에다녔던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오랜만에 뵙네요. 네 안녕하세요. 발길을 멈춘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이어갔다. 숙희 아주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시네요. 세월이 비켜가나 봐요. 그 순간! 씩 웃던 아주머니가 손사래를 치더니 애고 무슨 말씀을요. 소담 아저씨도 여전하신걸요. 잠시 서로의 근황을 묻고 담소를 나누던 아주머니는“건강하세요!”라는 인사를 남기고 *총총히 마트 안으로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녀에게도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내가 이 여인을 기억하는 이유는 예쁜 미모 때문이었다. 얼굴이 어찌나 예쁘던지 사장을 비롯해서 전 임직원들이 아주머니 곁을.. 2024. 12. 5. 호박대국과 고춧잎 무침 11월 하고도 30일. 가을의 끝자락에 서있다. 피부에 닿는 아침 공기가 부쩍 차가워진 요즘그래도 한낮엔 기온이 제법 오르는 것을 보면 아직도 가을이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한 장 남은 달력에도 조금은 여유가 느껴진다. 늦은 오후! 가을의 마지막 정취를 느끼기 위해 아내와 함께 조용히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산책도 잠시 시간이 네 시를 넘어서자 기온이갑자기 뚝 떨어졌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때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할머니들이 손님들과 흥정을 하고 있었다. 호박대와 고춧잎이 올 해 마지막 끝물인데있을 때 사라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호박잎은 호박잎대로고춧잎은 고춧잎대로 각각 새끼 열매들이 나란히 함께 섞여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호박대가 눈에 띄.. 2024. 11. 30. 덤으로 주는 인심! 사람이 살다보면! 어느 순간 삶이 무기력 해 질 때가 있다.나는 이럴 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전통시장을 찾는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왁자지껄한 흥정을 지켜보면서 새삼 살아가는 의욕을 느끼기도 하는데. 오늘은 때마침 내가 사는 이곳 장유의 장날. 와이프와 함께 장을 보러 나섰다.여느 날처럼 우리가 자주 찾는 단골집을 찾았는데. 어라,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해가 아직 중천인데 벌써 문을 닫고 있다짐작컨대 아무래도 반찬이 일찌감치 다 팔린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다른 반찬 집을 찾는데 때마침 원하던깻잎이 눈에 띄자 와이프가 오 천원어치를 주문했다 주인아주머니가 집게로 깻잎을 비닐봉지에 담아 저울에 올렸는데 그 양이 많았는지 봉지 안에 깻잎 서너 장을 덜어내고 또 덜.. 2024. 11. 28. 식탁 위의 반전(反轉) 며칠 전 아침. 엄마! 제 밥이 너무 많아요. 좀만 덜어 주세요! 엄마! 저도요 딸과 아들이 엄마가 퍼준 밥이 많다고 아침부터 투덜거리고 있다. 이쯤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나도 모르게 그만 덩달아서 싸모야! 내 밥도 많네. 나도 좀 덜어 줘! 그 순간! 와이프가 버럭 화를 냈다. 다들 왜 이래! 내가 요리하고 밥 해 주었으면 됐지.내가 장 씨 집안에 “종”이라도 되!나 이제 밥 안 퍼 줄 테니까 내일부터 자기 밥은 자기가 알아서 퍼 먹어! 씩씩거리며 와이프가 식탁에 앉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요리를 했건만 다들 가만히 앉아서 하는 소리가 밥이 많네. 적네!투덜거리고 있으니 아내가 화가 날만도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아들 희망이가 와이프를 불렀다. 엄마! 국 좀 더 .. 2024. 11. 18. 노화를 인정해야! 요즘 들어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소리가 너무 크다고 와이프한테 자주 구박을 받는다. 작년 직장 건강 검진에서 청력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 혹여 나이 탓은 아닌지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데. 소싯적에 우리 골목에 심한 난청으로 장애를 앓고 있는특이한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다. 귀에 입을 바짝 대고 고함을 질러야 말을 알아들을 수있을 만큼 귀가 어두웠던 할아버지는 의외로 짜증을 내거나 불평을 하는 일이 없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늘 고개를 끄덕이며 싱글벙글 웃으셨다. 그렇다면 청각 장애인인 할아버지가 어떻게 매일같이웃으며 살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자기 나름대로 어떤 철학을 갖고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여기에서 귀 얘기가 나왔으니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귀 건강에 대한 일화 하나를.. 2024. 11. 13. 맞장 뜨는 와이프! 며칠 전 TV 홈쇼핑을 시청하고 있던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미래 아빠! 이리 와보세요.지금 선전하고 있는 저 약이 나하고 증상이 비슷한데 이번 기회에 한 번 먹어 보면 안 될까. 평소 건강 제품을 못 미더워 했던 나는 갑작스런와이프의 부름에 다짜고짜 역정을 내고 말았다 이 사람아!차라리 한약이라도 한 첩 지어먹지.잘 알지도 못하는 약을 뭐 하러 사려고 해.몇 년 전에 가짜 백수오 사건 벌써 잊었어. 달가워하지 않은 내 말이 서운 했는지 투덜거리던와이프가 결국 한마디를 하는데.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내가 갱년기를 이겨내고건강하면 나보다 미래 아빠가 더 좋은 거 아니에요" 내가 더 좋다는 와이프의 그럴 듯한 말 한마디에 마음은은근히 사주고는 싶었지만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2024. 11. 7. 개판 오 분 전 중학교 때의 어느 날! 이웃집에 있는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한 달 후! 주인 되는 아주머니가 새끼들을 분양 했는데그 날 어머니께서 선뜻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어미 곁을 떠나온 고양이는 밤새도록 울어댔는데 그 모습이 하도 안쓰러워서 방으로 데리고 들여왔다.그날 어머니와 나는 고양이를 "나비"라고 불렀다. 나비는 커가면서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 사람들이 세수를 하 듯 고양이도 침을 발라가며발로 세수를 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든지. 나비는 애교도 참 많았다.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나비야! 하고 부르면 다리에 볼을 비비며 아양을 떠는데 이럴때는 얼른 안아서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고양이가 뜰방(*토방)에서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밖에 돌아다니다가 누군.. 2024. 11. 3. 남자는 태어나서 딱 세 번만 운다(?) 남자는 태어나서 딱 세 번만 운다고 한다.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나라가 망했을 때 그런데 남자의 눈물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성들에게는 다소 낯선 말일지도 모르지만 남자들이 소변기 앞에 서면 늘 마주치는 글이 하나 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한 발만 더 가까이. 왜 남자는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는 걸까정말 세 번만 우는 남자들이 있기는 하는 걸까그렇다면 그들의 가슴은 과연 따듯하기나 한 걸까. 공원을 서성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스르르 낙엽이 뒹구는 소리에 놀라 하늘을 바라보았다.석양은 붉게 물드는데 갑자기 눈가에 눈물이 핑 고였다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섰다. 텅 비어있는 집. 잠시 소파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는데 .. 2024. 10. 18.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