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가고파 국화 축제장에 다녀왔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 '돝섬'이라는 두 글자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그 순간 어찌나 반가웠던지 가족들과 함께
유람선이 있는터미널로 향했다
그러니까 40년 전 금융회사에 다니던 그때 모든 임직원이
1박2일 일정으로 마산 돝섬에서 단합대회 겸 야유회를 가졌다
매표소 앞에서 표를 끊고 기다리는 동안 그때 그 시절 생각에
불현 듯 알 수 없는 어떤 흥분이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배가 출발하자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에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돝섬까지 따라와 주었다.
저 멀리 돝섬 선착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윽고 돝섬에 도착했다
국화 축제장답게 멋진 국화 장식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저 멀리 마창대교가 한 눈에 들어오고.
돝섬 정상에 올라 와이프와 기념사진을 찍고 정상을
내려오던 그때 40년 전 입사동기들과 함께 튤립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던 장소에서 발길이 멈추었다.
그때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소담씨!
우리 동기들끼리 사진 한 장 찍읍시다.
미경씨와 영선씨가 나를 부르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 동안 입사를 한지 채 일 주일이 되지 않아서 서로가
데면데면 했던 우리는 그제야 비로소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만끽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날 밤 우리는 나이트클럽에서 밤새도록 춤을 추었다
한편 두 사람은 빼어난 미모와 친철로 정기예금,적금 등
수신 상품 판매 경쟁에서 줄곧 1~2 위를 차지 했는데
이와는 달리 무뚝뚝한 나는 그들보다 한참이나 뒤졌다.
그럴 때는 동기고 뭐고 간에 어찌나 얄밉던지…….
그런데 희한한 일이었다. 정작 그렇게 미워했던 두 사람
이었건만 막상 얼굴을 마주 칠 때는 얄미움이 순 식간에
싹 사라져 버렸다. 세월이 흐른 지금 암만 생각해 봐도
그때 그 시절 나 또한 미인 앞에서 쩔쩔매는 그저 그런
놈이 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씩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지나친 수신 실적에 피로를
느낀 두 사람은 아쉽게도 먼저 퇴직을 하고 그로부터
몇 년 후 나 역시도 IMF 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명퇴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들과 헤어진 뒤 한 동안 연락이
닿았지만 지금은 소식이 끊긴지 꽤 오래전 일이다
미경씨, 영선씨! 참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이네요
우리 언제 날 잡아서 한 번 만납시다.
마침내 돝섬을 떠나 행사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기가 너무 일렀는지 고래에 장식한 꽃들이 하나도 피지 않았다.
비록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장식물이 다 마찬가지였는데
그때 별안간 미당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가 떠올랐다
선운사 동구 (미당 서정주 )
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백이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되어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미당 시인처럼 나 역시 작년 것만 상기되어 남았다
오늘 좋은 경험을 샀다.
꽃 축제를 보러 갈 때는 개장 후 대략 일 주일 후가
피크가 아닐까 싶다. 그때는 꽃이 만개를 했을 테니까.
아직 피지 않은 국화꽃을 뒤로하고 우리는 부득이
분재가 있는 행사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여기에서 잠시 아름다운 국화 분재를 감상 해 보기로 하자!
분재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뜻밖에도 우리 마을 김주열
열사를 만났다 . 열사는 우리 초등학교와 중학교 선배인데
마산에서 3·15 의거에 항거하다 눈에 최루탄을 맞고 숨졌다.
김주열 열사는 아버지가 전북 남원, 어머니는 경남 함양으로
이른바 영호남으로 맺어진 부부사이에서 태어났다.
열사가 남원에서 마산상고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은행원이
되기 위한 꿈과 함께 무엇보다도 그의 이모할머니가 마산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주열 열사는 현재 남원시 금지면
옹정리 우비산에 잠들어 있다
한편 서울 4 ·19 국립민주묘지와 마산의 3 ·15 국립묘지에
있는 열사의 무덤은 추모객들을 위해 마련한 가묘 (假墓)다.
열사의 동상 앞에서 묵념을 마치고 나니 어느 듯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아쉽게도 우리는 지인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다음을 기약하며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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