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른들이 말하기를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에서 죽고, 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에서 죽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에 죽는다고 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조상님들이 했던 말은 하나도
그른 적이 없다.
하나
둘
셋
.
.
.
일곱
여덟
아홉
열.
이 숫자가 팔 굽혀 펴기 운동 횟수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숫자는 재활용 분리수거의 날
우리 아들이 플라스틱에 버리는 빈 막걸리 병을 세면서
나온 숫자다.
이처럼 나는 술을 참 좋아했다.
퇴근을 할 때 매일 점방에 들러 막걸리 한 병을 사들고
저녁 반주로 즐겨 마셨는데......
그렇다면 하루에 한 병이면 일주일에 일곱 병이 되어야
하는데 왜 열 병이나 된 것일까. 여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금, 토, 일.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추가로
한 병을 더 마셨다. 술꾼들은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술은 절제하기가 무척 힘들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술을 좋아했던 내가 지금은 술과 담을 쌓은 지도
벌써 일 년이 다 되었다.

일 년 전 오늘.
그러니까 작년 10월 9일 날 결국 술 때문에 쓰러졌다.
그 충격으로 뇌경색이 왔고 급기야 뇌출혈로 올해
1월 3일 뇌수술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내 몸을 사랑하지 않은 죄였다.
천운인지 다행히 큰 후유증 없이 정상을 되찾았지만
아쉽게도 이제는 술을 더 이상 마실 수 없게 되었다.
“술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술은 인간관계에서 떼어낼 내야
떼어낼 수 없는 약방의 감초와 같은 존재다.
이렇게 좋은 술을 더 이상 마실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사망신고나 다름이 없다.
술을 안 마시는 지금.
이제는 외식을 한다고 해도 지인들하고 약속 날짜가
잡혀도 설렘도 아무런 감흥도 없다.
술을 안 마시니 무엇보다도 가장 힘든 것은 싫든 좋든
술자리에 함께 어울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술을 못 하는 사람들은 그까짓 술자리에 함께 하는
것이 뭐가 힘드냐고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술을 즐겨 마셨던 사람이 술자리에서 술을
못 마신다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깝다.
이뿐 만이 아니다. 술을 마실 때 속을 보호한답시고
고기도 곧 잘 먹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삼겹살도
예닐곱 점이면 금세 물려서 더 이상 먹지도 못한다.
그리고 웃기는 얘기 하나 더.
노래방도 술을 마실 때나 노래방이지 술을 안 마시는
노래방은 심심해서 노래방도 아니었다.
그만큼 술이 없는 세상은 별 재미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하는 얘긴데 전국에 계신 *주당(酒黨) 여러분!
내일부터 당장.
“마시고 있는 술의 양을 무조건 절반으로 줄이시라”
그리고 한 가지 더 “술 마시는 횟수를 좀 줄이시라.”
이것이 내가 전국에 있는 모든 주당(酒黨)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내가 내 몸을 사랑하지 않은 죄는 너무 혹독했다.
바라 건데, 이 두 가지를 꼭 실천해서 술을 마시는
즐거움이 세상사는 재미가 되기를 바란다.
부디 주당(酒黨) 여러분들의 건투를 빈다. 파이팅!
(2025년 10월 9일 새벽. 주당들을 위해 소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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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酒黨)(명사) : 술을 즐기고 잘 마시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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