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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설날 아침의 풍경!

by 소담* 2021. 2. 13.

IMF때 있었던 일이다

 

40대 초반의 가장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자금이

부족하자 사채까지 손을 댈 지경에 이르렀는데

엎친 데 덮친다고 하필이면 IMF까지 터지고 말았다.

자금순환이 어려워지면서 사업이 부도가 나고 급기야

빚쟁이들이 집으로 몰려오면서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자

가장인 남편이 조용히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먼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아이들을 부르는데.

 

얘들아!

아빠 회사가 어려워서 너희들이 잠시 외갓집에 가 있어야겠다.

외갓집에 가거든 외할머니 말씀 잘 듣고 특히 과자나

아이스크림 같은 거 사달라고 조르면 안 돼 알겠지!

 

아빠의 심각한 표정을 알기라도 하는지 두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눈치를 살피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짧게 라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아내를 불렀다.

 

여보! 당신도 집에 있으면 어차피 빚쟁이들에게 시달릴 텐데

잠시 친정집에 가 있게나.

 

알았다는 말과 함께 걱정이 된 아내는 남편에게 물었다.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거에요?

 

아내의 물음에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던

남편이 이내 긴 한 숨을 내쉬며

 

나는 잠시 처갓집에 피신 해 있어야겠네!

 

이렇게 해서 이 가족은 이산가족이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는

*웃픈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결국은 돌고 돌아 한 집에서 만났다는 우스운 얘기지만 이유야 어떻든

힘들 때 찾아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꼭 힘들 때뿐만이 아니다. 즐거운 명절날도 마찬가지다.

 

어머님이 살아 계실 때에는 고향집에서 명절을 쇠었는데

6년 전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고향에 갈 일이 없다.

다행히도 처갓집에 장모님이 계서서 그나마 진주에서 명절을

보냈는데 안타깝게도 5년 전 장모님마저 돌아가시고 나니

처갓집조차 갈일이 없어졌는데.......

 

고향도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고향이라는 말이 명절날이면

더더욱 실감나게 느껴진다.

 

그동안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명절날이 되면 동서들과

함께 지냈는데 올 해는 코로나로 인해 모임을 취소했다.

 

며칠 전 처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코로나로 인해 나라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이 나오는 마당에

우리도 외국여행을 위해서 그동안 모아 논 돈을 재난지원금으로

삼십만 원씩 돌려주었으면 어떻겠느냐고.

 

와이프와 나는 흔쾌히 승낙을 했다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고 그 돈이 그 돈이지만

삼 십 만원을 받고나니 공돈이 들어온 듯 어깨가 가볍다.

 

나흘이나 쉬는데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와이프와 딸을 데리고 마트로 갔다.

 

 

 

설날 아침!

 

아이들이 세배를 하겠다고 와이프와 나를 불렀다

얘들이 어렸을 때는 엎드려 절 받기라고 강제로 세배를

시켰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냐! 너희들도 새해 복 많이 받고........

 

세뱃돈을 주고 나니 딸과 아들의 입가에 미소가 싱글벙글 이다.

 

이번 설은 그야말로 가족과 함께 했다.

 

해마다 아이들을 떼어놓고 동서들과 함께 지냈는데

코로나로 인해 오롯이 가족과 함께 하는 명절이 되었다.

 

세배를 마치고 나니 아들 녀석이 또 고기타령이다

 

어제 실컷 먹었건만 아침부터 또 고기라니........

 

자식을 이기는 부모 없다고 와이프가 살며시 전기 팬을

챙기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고기를 구울 모양이다

 

싸모야!

나 막걸리 한 병 사와야겠네

 

술을 사러 간다는 말에 와이프가 흠칫 놀란 표정이다

 

아침부터 술 마시려고요!

 

이 사람아!

명절날인데 아침이면 어떻고 낮이면 어떤가!

 

평일 날이면 궁시렁거리며 난리가 날 법도 하건만

오늘은 아량을 베푸는 듯 실없이 씩 웃는 와이프가

하는 말이 재밌다!

 

허허!

정월 초 하룻날 부터

아들은 고기 타령!

애비는 술 타령이라니!

애고! 모르겠다

까짓것 오늘은 설날이니까 봐줄게.

 

오늘은 설날!

 

오늘같이 좋은 날!

어찌 나만 즐길 수 있겠는가.

 

점방에서 돌아오는 길.

 

검정 비닐봉지 안에 막걸리 두 병과

캔 맥주 세 병이 담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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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프다 : (형용사) ‘웃기면서 슬프다’는 뜻으로, 표면적으로는 웃기지만

실제로 처한 상황이나 처지가 좋지 못하여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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