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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호박꽃과 감자꽃

by 소담* 2021. 10. 3.

길을 걷다가 텃밭에 핀 호박꽃이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꿀벌 한 마리가 꽃 속에서 열심히 꿀을

찾는데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소싯적 어떤 풍경 하나가 내 머리를 스쳐지나 갔다.

 

철부지 시절 어느 날.

 

호박꽃 안에 벌이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꿀벌 몰래 살며시 꽃잎을

하나 둘 오므려서 벌을 호박꽃 안에 가두어 버렸다.

잠시 후 꽃을 따서 귀에 대자 발버둥 치며 윙윙

거리는 꿀벌의 날개 짓 소리가 어찌나 요란스럽던지

나는 그 순간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한참을 재미삼아 놀던 그때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 졌다.

궁금해서 살며시 꽃잎 한 쪽을 열어젖히자 꿀벌이 잽싸게

도망을 가는데 그때는 또 얼마나 허탈 했던지.......

 

잠시 그 시절 생각에 동심으로 빠져 들었다.

 

 

사람들은 왜 호박꽃도 꽃이냐라고 했을까

 

월요일 아침.

업무 시작 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돌싱남과 그와 친구로 지내는 아주머니가 작은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먼저 아주머니가 물었다.

 

. 영광아

어제 재미있었어.

 

재미는 무슨 재미?

. 호박꽃도 꽃이냐

 

뭐라고.

내가 인물보지 말고 맘을 보라고 했지?

 

. 그래도 그렇지.

너무 못생겨서 잠시 얘기 나누다가 차 한 잔 마시고 헤어졌어.

 

. 네 분수를 생각해라!

그럼 너는 감자 꽃도 꽃이냐

꼴에 감자라고 재고 있네.

 

재고 있다니 내가 뭘 재!

그 여자가 나하고는 안 어울려서 그렇다는 거지!

 

시끄러워.

내가 이제 소개 절대 안시켜줄거야!

네가 알아서 해.

 

위 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은 이렇다

 

돌싱남이 친구인 아주머니에게 여자 소개를 부탁했다.

어렵게 아주머니가 친구의 친구를 소개하기에 이르렀는데

때마침 소개할 친구도 돌싱녀였고 서로가 다행히 아이도 없고

겸사겸사해서 서로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소개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돌싱남이 여자가 못생겼다고 거절하고 있는 것인데.......

 

둘은 그렇게 잠시 실랑이를 벌이다가 업무 시작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자 서로가 각자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

 

돌싱남은 그 날!

친구인 아주머니의 주위를 맴돌며 한 시간마다 발생하는

그녀의 쓰레기를 여러차례에 걸쳐 도와 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역시 둘은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전 10시.

꿀같은 10분간의 휴식시간!

 

휴게실에서 돌싱남과 언쟁을 벌였던 그 아주머니를 만났다.

 

궁금해서 아주머니에게 물었는데

 

감자꽃도 꽃이라는 말을 자주 쓰느냐고!

 

그러자 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신기했다.

 

여자들 사이에서는 못생긴 남자를 이르러

감자 꽃도 꽃이냐라고 한단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참 이상했다

수없이 많은 꽃중에 왜 하필이면  감자꽃 이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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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 [명사] 사별이나 이혼 따위로 다시 혼자가 된 사람.

                      즉 ‘돌아온 싱글’을 줄여서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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