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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껌딱지 부부!

by 소담* 2021. 8. 22.

참 세월이 빠르게도 지나간다.

내가 고향을 떠나 이 곳 김해로 이사를 온지도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때는 잠시 2-3년 머물다가 대전으로 이사를 가겠다고 했는데

살다보니 세상살이가 내 맘대로 되어 주지 않았다

 

이제는 이곳을 떠날 내야 떠날 수 없는 제2의 고향이 되었는데........

 

이십여 년을 사는 동안 나는 아직까지 친구 하나를 사귀지 못했다.

물론 술을 좋아하는 나답게 술친구 서너 명을 만났지만 불행하게도

그들과 만나지 않은지가 벌써 오래전 일이다.

 

 

 

이런 나와는 달리 우리 와이프는 매우 사교적이다.

그 동안 친구는 물론이거니와 계모임도 두 개나 갖고 있는데

하나는 독수리 5형제요 또 다른 하나는 참새 3형제.

 

독수리 5형제는 맘에 드는 후배들과의 모임이고 참새 3형제는

같은 말띠 생으로 나이가 같은 친구들 모임이라고 한다.

 

와이프는 두 달에 한 번씩 계모임에 참석을 하는데

이때를 제외하고는 나는 늘 와이프와 붙어 지낸다.

 

오죽하면 이웃들이 우리 부부를 이르러 *껌딱지 부부라고 하겠는가.

 

시장에 갈 때도 마트에 갈 때도 산책을 할 때도 늘 같이 붙어 다닌다.

 

이처럼 껌딱지 부부로 지내다 보니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시장에 가면 늘 자주 찾는 단골집이 있는데

야채 가게 사장님도 추어탕집 사장님도 우리 부부를 보면

늘 부럽다는 말과 함께 보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호박을 주문하면 애호박을 하나 덤으로 주고

추어탕을 사면 국자를 밑바닥까지 훌훌 저어서

시래기를 듬뿍 담아준다.

 

물론 부럽다는 말이 장삿속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부럽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어깨가 우쭐해진다.

 

그렇다면 우리 부부를 바라보는 눈이 다 부럽게 보이는 걸까!

 

어느 날이었다.

 

산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모정에 앉아서 부채질을 하며

쉬고 있는 할머니들이 눈에 들어왔다.

 

와이프와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는데 그 순간

할머니 한 분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귀에 들려 왔다.

 

남자가 저렇게 붙어 다니면 얼마나 귀찮을까!”

 

그 순간 저절로 할머니에게 눈이 갔다.

눈이 마주치자 할머니는 내 눈을 피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그때 와이프를 불렀다

 

미래 엄마!

금방 저 할머니가 하는 소리 들었는가.

 

그러자 와이프가 씩 웃으면 하는 말이 재밌다

 

신경 쓰지 마세요!

괜히 질투가 나서 그러는 것 같구만.

 

와이프의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모르게 피식 싱거운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마트에 들러 장을 보는데 때마침 모정에서 만났던 할머니를 만났다.

표정을 보니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함께 장을 보러 온 것 같은데

어찌된 일인지 두 사람은 쇼핑을 하면서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여기저기를 둘러 보던 그때!

 

할머니가 과일 진열대 앞에서 바나나 한 송이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바나나가 먹고 싶기는 한데

아무래도 돈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는데

그러기를 한 참후 할머니가 마침내 바나나를 수레에 실었다.

 

잠시 후

 

계산대 앞에서 할머니를 다시 만났는데 이상한 풍경이 벌어졌다

할아버지가 수레에 놓인 바나나를 진열대 위로 다시 갖다 놓았다.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무덤덤하게 바라만 보는데.......

 

계산을 마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마트에서 사라졌다.

 

애고!

저 할아버지 정말 나쁜 사람이야!

꼴도 보기 싫어.

 

갑자기 볼멘소리를 하며 계산대 아주머니가 씩씩거렸다.

 

궁금한 나머지

 

저 사람 잘 아는 사람인가요? 라고 물었더니

 

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충격적이다

 

할아버지가 자기가 좋아하는 술은 잘도 사면서 할머니가 좋아하는

것들은 비싸다고 사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반찬을 골라 놓으면 맛이 없다고 반납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만 골라서 산다고 한다.

 

이를 보다 못한 계산대 아주머니가 어느 날 할아버지에게

점잖게 부탁을 드렸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좋아하는 것도 좀 사 주세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노발대발 하더니 당신이 뭔데 사주라 마라! 하면서

대뜸 사장 나오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한참 동안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이런 할아버지를 보며

 

그 순간 며칠 전 할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남자가 붙어 다니면 얼마나 귀찮을까.”

 

계산대를 보는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그제야 할머니가 왜

남자가 붙어 다니면 귀찮아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계산을 마치고 마트를 나서는 길.

 

저만치 앞서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는 혼자 뒷짐을 지고 가고 수레를 끄는 할머니는

한참을 뒤에서 걷고 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할머니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일요일 오전,

 

오늘은 와이프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김해평야를 가기로 약속한 날이다

 

여섯시 반에 일어나서 조만강의 제방을 따라 달리는데

때마침 물위로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멋이 있던지 와이프와 나는 약속이나 한 듯

가던 길을 멈추고 물안개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조만강 생태공원에 들렀다

때마침 무리지어 피어있는 연꽃이 우리들의 눈을 유혹하는데.......

 

와이프와 함께 자전거를 끌며 연꽃의 황홀함에 빠져 있는 그때

저 멀리서 사진 작가 한 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더니 말을 건네 왔다.

 

두 분의 다정한 모습이 연꽃과 참 잘 어울려서 그러는데

모델 좀 해 줄 수 있느냐고.......

 

갑작스런 모델 제의에 흠칫 망설였지만 이내 흔쾌히 허락을 했다.

(마스크가 대단한 용기를 주더라 ㅎㅎㅎ)

 

작가분이 요구하는 대로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는데.......

 

손으로 연꽃을 가리키는 모습, 모자위로 햇빛을 가리며 연꽃을 바라보는 모습,

자전거를 타고 가는 우리들의 뒷모습과 옆모습 등 여러 가지 표정을 담았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난 후 불현듯 야릇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말고도 다른 부부도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작가는 왜 우리를 선택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가님이 사진을 보내왔다.

 

 

!

그런데 이럴 수가.

 

작가가 찍은 사진이어서 인지 사진이 아주 잘 나왔다.

 

*아뿔싸!

이럴 줄 알았더라면 마스크를 벗고 찍을 걸! 

 

뒤늦게 후회를 했지만 한 편으로는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마스크를 벗고 찍었더라면 작가가 어딘가에 이 사진을

공개 하였을 경우 못난 내 얼굴이야 상관은 없지만 

예쁜 내 와이프의 얼굴이 여기저기에 공개가 되면 이거야 말로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 않는가.

 

이쯤에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물어 올지도 모른다.

 

"와이프가 얼마나 예쁘기에” 라고

 

그러나 너무 궁금해 하지 마시라!

 

내 각시! 내가 예쁘다고 하는데 무슨 말이 필요 하겠는가! (ㅎㅎㅎ)

 

아무튼 껌딱지 부부로 지내다 보니 오늘 팔자에도 없는 모델을 해 보았다.

 

이것도 어찌 보면 다 인생사는 재미가 아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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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딱지 : [명사]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들러 붙어 떨어지지 않거나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아뿔싸 : [감탄사] 일이 잘못되었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고 뉘우칠 때 가볍게 나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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