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 어느 복 날.
동네 사람들이 복달임을 하기 위해서 삼삼오오
마을 회관으로 몰려들었다
복달임 음식으로는 한결같이 꼭 닭을 선택했는데
닭의 크기는 누가 봐도 어린 중병아리였다.
보통은 닭으로 끓인 죽을 ‘닭죽’이라고 하나
내 고향에서는 닭죽을 “삐죽”이라고 했다.
세상에 모든 이름이 허투루 지어진 이름이 없듯이
삐죽 또한 마찬가지다.
삐죽 이란! ‘삐약삐약 우는 중병아리로 끓인 죽’
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삐죽이라는 어원은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일까?
우리가 언뜻 하는 말중에 "삐죽다" 라는 말이있다.
이 말은 현재 국어사전에는 등재 되어 있지 않지만
네이버 지식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방언으로
"곡식 따위가 덜 영글다 " 라고 나와있다.
삐죽은 끓일 때 꼭 중병아리로 조리 하는데
중병아리라고 하면 아직 덜 자란 닭이니
'삐죽다' 에서 '삐죽'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을까! 내 나름대로 추측을 해 본다.
중병아리는 말 그대로 연계(軟鷄), 즉 연한 닭
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변한 지금은 영어에
젊다는 뜻을 가진 ‘영계’라고 말을 하지만 사실
정확한 표현은 ‘연계’가 맞다.
한편 복날은 마을의 잔칫날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가마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윽고 푹 삶아진 닭이 쟁반위에 오르자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닭고기는 껍질을 벗겨내고 뼈를 발라낸 다음
살만 따로 모아 가느랗게 실처럼 찢어냈다
이렇게 잘게 찢겨진 닭고기는 불린 쌀과 함께 다시
가마솥에 넣고 오래도록 끓였는데 한참 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닭고기의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걸쭉하게 죽이 완성이 되었다.
이때 즘에서 마지막 손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근을 밥알 크기로 채썰어서 고명으로 뿌려 넣고
한소끔 끓여 낸 다음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마침내 기다리던 삐죽이 완성되었다.
삐죽의 요리 과정을 보면 무척 단순하다
재료도 닭,마늘,소금,당근이 전부지만 그렇다고
맛이 단순 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잘게 찢겨진 고기가 죽 속에 고이 녹아들어 그 맛이
구수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는데 이 맛이 바로
닭고기 특유의 풍미다.
닭고기의 풍미를 얘기 할 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 있다
북한 평양의 4대 음식중의 하나인 평양온반은 닭고기
장국에 닭고기와 녹두지짐을 얹어서 먹는 장국밥인데
그 맛이 아주 일품이라고 해서 명성이 자자하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살얼음 위를 걷고 있지만
한때는 봄날처럼 훈풍이 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북측 기자가 평양 옥류관에서 온반을
먹고 나오는 남측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평양온반의 맛이 어떻든가요? 라는 질문에
글쎄요!
남한 사람들은 얼큰하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서
첫 맛은 우리 입맛과는 다르게 조금 밍밍했습니다.
그런데 그 맛이 참 오묘했습니다! 시간이 갈 수록
은은하고 구수한 맛이 자꾸만 입에 당기더라구요
그렇다면 여기에서 자꾸 입에 당긴다는 그 맛은
과연 어떤 맛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닭고기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유의 풍미를 두고 한 말이다.
요즘 TV에서 삼계탕을 요리를 보면 몸에 좋다는 것이
엄청나게 들어간 것을 볼수 있다. 엄나무,영지버섯,
능이버섯,상황버섯,대추,겨우살이,수삼,황기,등
그 종류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글쎄 이렇게 해서 먹으면 몸에 좋다는 것은 알겠지만
과연 닭고기로서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가 있을까.
소고기가 소고기 향을 내야하고 돼지고기가
돼지고기다운 맛이 있어야 하듯이 닭고기도
닭고기다운 맛이 있어야한다.
오늘은 복 날!
날도 덥고 우중충 한 날씨에 고향생각이 간절한데
와이프에게 복날을 핑계 삼아 삐죽이나 해 먹자고
졸라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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