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아이들이 늘어지게 자고 있다. 행여 아이들이 잠에서
깰세라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조심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공원은 신도시 답게 운동기구가 잘 갖추어져 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곳 에서 늘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무슨 냄새일까.
마침 오늘 이 기분 나쁜 냄새의 원인을 찾았다
운동을 하다가 숨이 가빠서 잠시 쉬고 있는 그때
저 멀리서 뚱뚱한 아주머니 한 분이 선글라스를 낀 채
자기가 데리고 온 개를 귀엽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 개의 모양새로 보아 응가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는데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였다.
잠시 뒤 아주머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자리를 떠나는데 그야말로 "개판 오 분 전" 이다.
개가 응가를 했으면 치워야 한데도 아무 생각 없이
떠나는 그를 향해 때마침 뒤를 따르던 아저씨 한 분이
아주머니를 불러 세웠다
아주머니! “개가 일을 봤으면 치우고 가셔야죠!
그런데 이 아주머니가 느닷없이 화난 얼굴로
“아저씨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예요?”
서로의 고성이 오가는 동안 또 다른 여성 한 분이
반려견을 데리고 나타났다
싸우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 아주머니가
아저씨를 향해 하는 말
“아저씨 참으세요!”
“응가 제가 치울게요.”
잠시 후 아주머니가 비닐장갑을 꺼내들더니
문제의 응가를 화장지에 싸서 변 가방에 넣었다
그 순간 싸우던 두 사람의 모습이 달라졌다
아저씨는 감동을 보는 듯.
아주머니! 정말 존경합니다.
아주머니야 말로 개를 키울 자격이 있습니다!
잠시 후!
개망신을 당한 응가의 개주인은 엉거주춤 하다
멋쩍은 얼굴로 응가를 치워준 아주머니에게
목례를 하며 살며시 자리를 떠났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산책을 할 때 마땅히
배변봉투와 배변가방은 꼭 챙겨 나가야 한다.
개는 원래 야생성이 살아 있어서 집에서 배변을
봤어도 밖을 나서면 자연의 냄새에 이끌려 배변을
보는 습관이 남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집에서 배변을 봤다고 해서 배변 가방을
챙기지 않는다면 이 것은 잘 못된 생각이다
문제의 아주머니처럼 덩그러니 목줄만 하고 나오는
개 주인은 반려견을 키울 자격이 없다.
“반려동물”
사람들은 자기가 키운 개를 앞에두고 ‘엄마’ ‘아빠’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며 기른다.
엄마, 아빠라고 한다면 자식이 응가를 하면 당연히 치우듯이
개가 응가를 하면 그 역시 자연스럽게 치워줘야 하는 것이
올바른 자식(?) 사랑이 아닐련지!
그래서 일까!
응가를 치우지 않는 주인은 영락없이 자기 '개새끼'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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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판 오 분 전: (관용구)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 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 하고 난잡한 상황을 속되게 이르는 말.
☞ 개판 오 분 전의 유래 :
이 말의 어원에는 다음과 같은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있다.
6.25 전쟁 당시 많은 피난민들이 낙동강이남 지역인 부산의
국제시장 근처로 모여들었다. 그 당시에 이곳에는 피난민을
위해 급식소에서 무료로 배식을 하였는데 밥이 다 되고 나면
솥단지 뚜껑을(널판) 열기 5분 전에 “개판오분전(開板五分前)”
이라고 외치며 배식 준비 시간을 미리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굶주린 피난민들이 채 5분도기다리지 못하고 배식
순서를 먼저 차지하려고 무질서로 아수라장이 되었는데
이를 일컬어서 "개판 오분전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무질서를 비난하는 비속어로 사용하는 이 말의
어원에는 이렇게 슬픈 역사적 사연이 담겨 있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개(dog)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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