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꼬부부라는 말이 있다.
다정하고 금슬이 좋은 부부를 잉꼬부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잉꼬부부는 타인들의 눈에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지는 걸까!
주말이면 나는 늘 와이프와 함께 산을 찾는다.
산에 오르다 보면 가끔 지인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분들을 만나면 꼭 듣게 되는 말이 하나 있다.
“두 분을 보면 잉꼬부부가 따로 없어요.”라고
그때 마다 와이프에게 물었다
*싸모야! 우리 잉꼬부부 맞아?
와이프가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오죽 붙어 다니면 그러겠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 잘도 붙어 다닌다.
마트에 갈 때도 운동을 할 때도 늘 이렇게 함께 붙어
다니다 보니 남들 눈에는 퍽이나 금슬이 좋은 부부로
비춰지는 모양이다
사실 우리 부부는 잉꼬부부라는 말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빛 좋은 개살구라고나 할까.
우리 부부는 자주 다툰다.
두 달 전에도 내 음주 때문에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술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사달이 왕왕 벌어지게 되는데.
그렇다고 부부 싸움이 꼭 나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보름 전 와이프가 회사일이 힘들다고 온갖 투정을 부리더니
급기야는 자기의 스트레스를 온통 내게 쏟아 부었다.
세상살이 그저 그러려니 하고 속사정을 들어주고 위로해
주었으면 좋았을 걸, 듣고 있는 나도 괴로워서 그만
버럭 하고 싸움이 시작됐다.
이렇듯 생활이 힘들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종종 다툰다.
이렇게 자주 다투는데 잉꼬부부라니 *턱도 없는 소리다.
한때 대한민국 연예인 부부 중에 대표 잉꼬부부라고
소문이 났던 배우 선우은숙이 이혼으로 충격을 주더니
최근 재혼을 하고 또 이혼을 했다는 말이 세간에 화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만큼 잉꼬부부로 산다는 것이
힘들다는 반증이 아닐까!
와이프와 나는 잉꼬부부로 소문난 최수종과 하희라
그리고 유재석과 나경은 커플을 무척 좋아한다.
이들은 스캔들 한 번 없이 여전히 찰떡같은 부부애를
과시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들 부부는 정말 싸움을 하지 않을까!
글쎄.......
요즘 날이 엄청 덥다.
퇴근을 하고 돌아오는 와이프의 티셔츠가 땀에 흠뻑 젖어
있는데 그 모습을 보노라니 괜스레 어떤 미안한 마음이
내 가슴을 은근히 짓눌렀다.
집에 도착한 와이프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부지런한 와이프의 손놀림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꽈리고추
무침과 콩나물 무침이 뚝딱 금세 완성이 되었다.
양푼에 잘 버무려진 꽈리고추와 콩나물이 어찌나 맛깔스럽게
보이던지 이를 놓칠세라 사진을 찍는 그때 와이프가 살며시
꽈리고추 한 개를 내 입에 넣어 주는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음~~~~ 맛있다.
우리 각시 최고야!
내가 자기하고 결혼하길 참 잘했어.
자기가 아니었으면 결혼도 안 했을거야
행복에 겨워 웃음 짓고 있는 그때 와이프가 반찬을
접시에 담아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 말을 건네 왔다.
자기는 나를 만나서 행복한가 보네! 좋겠다.
비아냥거리는 와이프에게 궁금해서 물었다.
‘좋겠다. 라는 말이 무슨 말이야
나를 만나서 후회라도 하는 거야?
모르겠어!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까
결혼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을 해 볼걸 그랬어.
그게 무슨 소리야!
혹시 알아요?
자기 보다 더 멋지고 돈 많고 잘난 남자 만났을지도.
그 순간 돈 앞에서 내 자신이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안다.
보름전에 싸웠더 그 날을.
회사일이 얼마나 힘이 들면.......
요즘 들어 와이프가 회사의 노동 일로 힘들어 한다
모든 노동자들의 삶이 그러하듯이 와이프도 매일
어깨가 아프다고 노래를 한다.
매일 안마를 해달라고 조르는데 오늘 밤에는
와이프가 부탁하기 전에 내가 먼저 와이프의
마음을 달래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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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모야: 소담 ← 이 친구가 와이프를 부를때 쓰는 애칭이다.
* 턱없다 : (형용사) 1.근거가 없거나 이치에 맞지 않다.
2.수준이나 분수에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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