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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입맛과 밥맛

by 소담* 2018. 8. 17.

이 더워도 너무 덥다

훅훅 달아오르는 열기에 요즘 들어 식욕이 뚝 떨어졌다.

이런 날이 벌써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데.

 

금요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식탁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싸모야!

 

입맛이 없어서 아침 못 먹겠네. 내 밥 차리지 말게나.

 

한 끼라도 굶으면 마치 죽을 것 것처럼 늘 끼니를 꼭꼭 챙기던 내가 갑자기

밥을 먹지 않겠다는 소리에 의아했는지 와이프가 놀란 표정으로 말을 건네 왔다.

 

왜요! 입맛이 없으면 밥맛으로 라도 먹어야죠.

 

이 사람아! 밥맛도 없어.

 

그 순간 와이프가 갑자기 빈정대기 시작했다.

 

큰 일 났네! 입맛도 없고 밥맛도 없으면 죽는다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사람아!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고 있어.

 

짜증을 내는 내가 우스운지 피식 코웃음을 짓던 와이프가 하는 말.

 

그러니까! 죽기 싫으면 빨리 와서 밥 한 술 떠요.

 

애고! 여기서 또 한마디 하면 날도 더운데 그야말로 아침부터 싸움나기 십상이다

 

그래도 서방님이라고 밥 한 술 뜨라고 저렇게 사정을 하는데........

못이기는 척 하며 살며시 식탁에 앉았다.

한 술 뜨라고 해서 뭔가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자리에 앉았건만 결과는

어제와 똑같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먹는 둥 마는 둥. 두 세 숟가락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이프가 고개를 흔들더니 안타깝다는 듯!

 

그렇게 *섬닷하게 먹고 회사에 가서 일을 할 수 있겠어요.

 

나를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애써 차려 놓은 밥상인데

자기의 성의를 몰라주는 내가 얄미운 것인지.......

 

와이프는 연신 입을 뾰족이 내밀며 투덜거렸다.

 

이실직고(以實直告) 하는데 요즘 입맛이 없는 것은 식탁에 앉으면

나오는 음식이 한결같이 똑같기 때문이다.

 

하긴, 이해는 간다.

이렇게 더운 날! 뜨거운 음식은 왠지 어색하다

 

날이 더우면 음식도 대충 때우는 법.

이럴 때는 양푼에 밥을 퍼서 열무김치와 함께 계란 프라이 하나

살짝 얹어놓고 고추장 한 숟갈에 참기름 참깨 듬뿍 뿌려서

슥 비벼 먹으면 여름철 한 끼 음식으로는 딱인데.

 

어디 이뿐인가.

 

여기에 오이냉국까지 곁들이면 야말로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그런데 이런 음식도 한 두 끼지.......

*매양 시원한 음식만 찾다보니 그 맛도 느낌이 없다

 

저녁 무렵.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현관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아무래도 와이프가 에어컨을 꺼놓고 요리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에 들어서자 와이프가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나를 반겼다.

 

맛이 없다고 투덜거린 보람이라고나 할까!  

때마침 집에 들어서자 접시 위에 놓인 고추개떡이 눈에 들어왔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여름 날 저녁이면 꼭 해주던 추억의 음식이다

 

밀가루에 된장 물을 풀어서 반죽을 한 다음 풋고추와

홍고추를 넣고 호박잎 위에 놓고 찌는데........

혀에 착 달라붙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여름이면 이만한 별미도 찾기 힘들 것 같다

 

어디 이뿐인가.

 

와이프가 퇴근길에 맛 집으로 유명한 모 식당에서 나를 위해

장어주꾸미 불 볶음 요리를 사 왔다고 .......

 

포장을 풀고 프라이팬에서 잠시 덖고 나니 따끈따끈한 볶음이 빛깔도 참 곱다

 

 

고추개떡과 장어주꾸미 볶음에 금세 밥 두 공기를 뚝딱 비웠다.

 

여름이라고 해서 늘 시원한 음식만 고집하다 보면 자칫 입맛을 잃기 쉽다.

일찍이 선인들이 얘기하기를 열을 열로 다스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열치열 이라는 말이 오늘따라 실감나게 피부에 와 닿는 하루였다.

 

와이프의 손품 발품 덕분에 입이 호강 했던 오늘!

 

그동안 잃었어버렸 입맛과 밥맛이 다시 돌아왔다.

 

이렇게 고마운 날!

 

아무리 짧은 여름밤이라지만 어찌 그냥 잘 수 있겠는가.

수고해준 와이프를 위해 오늘 밤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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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게 꼭~~~~~~~~~~~~~~~안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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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닷하다 : (형용사)  식사 후에 포만감이 들지 않고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다.

*매양  : (부사) 한결같이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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