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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부부의 날

by 소담* 2015. 5. 21.

오래 전 고향에서 있을 때 일이다

 

퇴근을 하는데 알고 지내는 형님이 일찌감치 가게 문을 닫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자연스럽게

막걸리 집으로 향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형님이 술이 급했는지 

덜컥덜컥 들이키터니 금세 잔을 비우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요즘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네!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왠지 적적하고 허전하구먼.

 

나는 푸념을 하는 형님을 이해 할 수 없었다.

 

형님은 홀로 살고 있다. 아들이 재수끝에 어렵게 서울대에 합격을 했는데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형수는 서울로 올라가고 집에 형님만 덩그러니

홀로 남게 되었는데 나는 이런 형님을 지켜보면서 매우 안타까웠다

 

답답한 나머지 형님에게 쓴소리를 했다.

 

형님! 저는 형님을 이해 할 수가 없네요.

 

할말은 아니지만 형님이 돈이 없어요. 그렇다고 집안에 걱정거리가 있어요?

 

그냥 가게 세 내 놓고 마음 편하게 형수따라서 서울로 올라가세요.

연세도 있고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아야지 뭐하러 혼자 남아서

생고생을 합니까. 제가 형님 이라면 저는 당장 올라갑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어느 날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며칠 전 가게 세를 내 놓았는데 마침내 계약을 했다고.

 

며칠 후 형님은 그렇게 서울로 떠났다

 

우리말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비슷한 말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도 있는데

오죽하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사촌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사촌이 더 낫다고 했을까.

 

목요일 오후. 잔업을 하고 늦게 퇴근을 한 와이프가 갑자기

마트에 장을 보러 간다고 서둘렀다

힘든 와이프를 위해 내가 대신 수레를 끌고 부랴부랴 와이프와

함께 장을 보러 나서는데.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와이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참 동안 통화를 하고 난 후 와이프가 말하기를.

 

같은 회사에 다니는 친구인데 모처럼 남편이 와서

내일 출근을 못하겠다고 하네

 

그게 무슨 소리야?

모처럼 남편이 와서 출근을 못하겠다니?

 

궁금한 나머지 와이프에게 물었다

 

친구의 남편이 전국을 상대로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일이 바빠서 빠르면 한 달, 늦으면 석 달에 한 번씩 집에 오는데

오늘 마침 집에 왔나 봐요. 그래서 출근을 못한다고.......

 

와이프의 말을 듣고나니 그 순간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는 좋겠네. 어쩌다 한 번씩 만나면

만날 때 마다 늘 신혼처럼 맘이 설레지 않을까.

 

그 때 힐끗 나를 쳐다보던 와이프가 피식 웃으며

 

나도 그럴 줄 알고 물어보았는데  생각과는 달리 설레기는커녕

서먹서먹하다고 하던데요

 

아니! 부부사이에 서먹서먹하다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참내 하하하

 

어이가 없다는 듯 한바탕 싱겁게 웃고 난 와이프가 하는 말이 재밌다

 

내가 만약에 친구와 같은 입장이라면 나도 서먹서먹할 것 같은데요.........

 

어느새 마트가 눈앞에 보였다.

신선하고 싱싱한 재료들을 골라서 수레에 가득 실었다.

그렇게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데 맞은편 치킨집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 앞에 앉아 치맥을 즐기고 있었

 

오늘 부부의 날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맥주 한 잔 하고 갈까요.

 

술을 좋아하지도 않은 와이프가 생맥주와 함께

뼈 없는 닭발을 주문하는데 그 순간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이윽고 주문한 음식이 테이블에 차려졌다

 

 

 

싸모야!

조금 전에 친구 이야기 할 때 자기도 서먹서먹할 것 같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걸 못 느껴 봤어요?

예전에 우리 얘들 학원 문제 때문에 대판 싸우고 따로 각 방 썼잖아요?

 

갑자기 그때 생각이 떠올랐다

학원 하나라도 더 보내려고 애를 쓰는 와이프와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학원을 줄이자는 내 주장이 엇갈려 학원 문제로 대판 싸우고 난 그 날.

생각지도 않게 우리는 서로 각방을 쓰고 말았는데

그 기간이 얼추 열흘을 넘겼다

 

와이프는 지금 그때의 일을 잊지 못하는 모양이다

 

각방을 쓰고 한 참이 지난 어느 날 밤.

 

살며시 와이프 곁으로 다가 갔다.

그런데 그 순간! 와이프가 내 손을 사정없이 뿌리쳤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 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싫다는 와이프에게 줄기차게 다가가기를 여러 날.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느 날

마침내 우리들의 관계는 회복이 되었는데.......

 

그 일이 있고난 후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각방을 쓰지 않기로 했다.

 

싸모야! 그때 왜 그렇게 냉정히 내 손을 뿌리쳤는데?

 

씩 웃던 와이프가 하는 말이 재밌다.

 

그걸 말이라고 물어요!

 

각방을 썼는데 어색하고 서먹서먹해서 그랬지.

 

그 순간 내입에서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싸모야! 그래서 사실 이제 와서 고백하는데

그때 나도 어색하고 서먹서먹하긴 마찬가지였어.

 

그래도 내가 줄기차게 손을 내 밀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앞에 놓인 이 술이 큰 힘이 되었지.

 

내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와이프가 호호호 웃더니

내 술잔에 잔을 부딪치며 하는 말.

 

그럼!

오늘 부부의 날이라는데 오늘 밤도 이 술의 힘을 빌려볼까.

 

눈이 마주친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한바탕 크게 웃었다

 

싸모야! 얘들 들어오기 전에 우리 빨리 집에 가자! 

 

계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와이프도 나도 갑자기 발길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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