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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들의 향연 /둘레길 풍경

김해평야의 모내기

by 소담* 2018. 6. 2.

 

눈이 부시도록 푸른 아침!

 

와이프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을 나섰다.

 

초여름의 김해평야는 어떤 모습일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신나게 농로 길을 달리는데

폐달을 힘차게 밟는 순간.

 

살갗에 와 닿는 바람이 팔뚝의 작은 솜털을

어찌나 간질이는지.......

 

그 느낌이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외쳤다

 

!

너무 좋다.

 

뒤 따라 오던 와이프도 신이 났는지

메아리처럼 똑같이 외쳤다.

 

!

너무 좋다.

 

 

 

얼마를 달렸을까.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그때 저 멀리서

초록으로 가득 찬 멋진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리가 도착한 곳은

벼를 재배하고 있는 거대한 벼 육모장이었다.

 

싱그러운 모가 어찌나 우리의 눈을 유혹하는지.

 

육모장을 한 바퀴 빙 돌고나서

모판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한참동안 모를 바라보고 있는 그때!

 

문득 어린 시절!

못자리를 만들던 풍경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볍씨를 뿌리기 전.

 

어머니께서는 *두둑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논에 잔잔하게 물을 가두어 두었다.

 

물 논에서 두둑을 만드는 일은 매우 힘들었다.

 

두둑은 볍씨가 마르지 않고 썩지 않도록

판판하게 골라야 했는데

 

이 작업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널따란 판자로 두둑의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여러 번을 밀고 다녀야 했을 만큼

두둑의 평탄작업은 고된 작업의 하나였다.

 

두둑이 완성이 되면 바로 볍씨를 뿌리고

마지막으로 비닐 터널을 만들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이런 과정이 모두 사라졌다

 

이앙기가 생기면서 못자리에는 까만색의

네모진 플라스틱 상자가 그 위를 차지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집에서 볍씨를 틔울 필요도 없이 육묘장에 의뢰를 하면

논의 평수에 맞게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재배해 주는데

이것이야 말로 천지개벽이라는 말이 따로 없을 정도다.

 

 

 

육묘장을 지나고 나니 써레질을 끝낸 논이 나타났다.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지금도 써레질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난다.

 

그때만 해도 소나 경운기가 써레질을 대신 했는데

아무리 써레질을 잘한다고 해도 논 전체를

판판하게 고를 수가 없었다.

 

논이 판판하지 못하면

낮은 지대는 뜬 모가 발생하게 되고

높은 지대는 물이 닿을 수 없어서 모가 타들어 가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논을 고르는 일은

모내기에서 한 해 농사를 좌우 할 만큼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퍼 나르고 퍼 날라도 끝이 없는 논 고르기.

 

너무나도 힘든 나머지 몰래 달아나고 싶었지만

같이 일하고 있는 형님 때문에 도망가지도 못하고.......

 


 

 

모내기 전 날.

 

어머니께서 부르셨다.

 

내일 모내기를 해야 하니까

막걸리를 *받아 오라고.......

 

한 두 되 같으면 가까운 점방에서 살 수도 있지만

모내기를 할 때처럼 많은 사람이 모일 때는

신작로에 있는 술도가로 갔다.

 

술도가에서 사면 도매가격이라서 값이

쌌을 뿐만 아니라 양도 훨씬 많았다.

 

다음 날 아침!

 

못자리가 요란했다.

 

한 두둑에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서 모를 찌는데

한 *모숨씩 모아진 모는 짚으로 단단히 묶어서

모춤을 만든 다음 지게에 지고 다시 논으로 날라야 했다

 

*모춤은 농부들이 모를 심을 때

손에서 모가 떨어지지 않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논 가운데 여기저기 던져 놓았는데.......

 

지금은 이런 풍경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모를 찔 필요도 없고 모춤도 묶을 필요가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때마침 모내기를 하고 있는 부부를 만났다.

 

블로그에 올리려고 하는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아저씨가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셨다

 

이왕 찍는 것 잘 나오게 찍어 주이소!”

 

그런데 아저씨의 부탁과는 달리

막상 카메라를 들이대자 시선을 자꾸 다른 데로 돌렸다

 

 

 

잠시 후

 

아저씨가 기계를 멈추고 논 밖으로 나왔다

 

시간을 보니 정오가 가까워져 오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점심을 먹으로 가는 길 인 것 같았다.

 

농로에 주차해 둔 차에 오른 그들은

흙먼지를 날리며 휭 하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예전 같았으면 집으로 오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당연히 들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세상이 변한 지금은 이렇게 차를 타고 점심을 해결한다.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이뭐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주저 없이 모내기 들밥이요 라고 할 만큼

모내기 들밥은 들밥 중의 최고의 맛이였다.

  

갈치에 호박 넣고 감자 넣고 양파 넣고

자작하게 졸여 나온 갈치찌개가 모내기 할 때

점심밥과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점심은 꼭 모를 심는 사람들만의 잔치는 아니었다.

 

근처 논이나 밭에서 혼자 일하는 사람이 있으면

꼭 불러서 같이 먹었을 만큼 그 시절은

참 인정이 많은 시대였다.

 

그러나 이런 훈훈한 풍경도 이제는 볼 수 가없다

 

 

 

모내기를 마친 논이 평화스럽기 그지없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모내기가 끝나고 나면 물꼬 옆에 모춤 서너 개를

꼭 남겨 놓았는데

 

이는 모를 심을 때 바빠서 손이 놓치고 간

빈 모를 채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앙기가 아무리 모를 잘 심는다고 해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구석진 곳은 회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를 심을 수가 없어서

사람이 그 일을 대신 해야 한다.

 

 

 

요즘 물꼬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물꼬가 참 재미있게 생겼다

 

요즘 시대에 맞게 개량이 되어 있었는데

마치 음료수 병마개처럼 뚜껑이 있었다.

 

물이 필요하면 음료수를 마시듯

 

을 대고 싶으면 뚜껑을 열고 물이 다 차면

다시 뚜껑을 닫을 수 있게 아주 편리하게 바뀌었다

 

이처럼 물꼬가 개량형으로 바뀌면서  

요즘 농부들은 논에 갈 때 삽이 필요 없단다.

 

 

 

 

도랑에는 물이 차고 넘쳤는데

도대체 이 물은 어디에서 내려오는 걸까

물길을 따라 쭉 올라가 보았다.

 

 

 

여기가 마찰 양수장이다

거대한 양수기로 조만강의 물을 퍼 올렸는데

그 양이 실로 어머 어마 했다

이렇게 퍼 올려 진 물이 김해평야의 젖줄이 된다니

지켜보는 내내 신기하기만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 외딴집 논두렁 앞에서 멈췄다

 

큰 뽕나무 한 그루가 제법 운치있게 서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오디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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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둑 : (명사) 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

*받다 : (동사) 술 따위를 사다.

*모숨 : (명사) 한 줌 안에 들어올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       

*모춤 : (명사) 보통 서너 움큼씩 묶은 볏모나 모종의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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