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이가 세 살이나 적은 후배가 어느 날부터인지
동료 선배에게 반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존댓말도
아닌 어정쩡한 말로 서서히 말을 놓기 시작했다.
급기야 어영부영 반말까지 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러던 어느 날 그 동안 이를 꾹 참고 지내던
선배가 작심이나 한 듯 그의 멱살을 잡고
마침내 폭발을 하고 말았다.
야! 이 자식아!
싸라기밥 처먹었어!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이런 싸가지 없는 色己 같으니라고.......
욕을 먹던 상대방이 갑자기 놀란 듯
바짝 졸아진 모습으로 되받아 쳤다
아따! 무식하구만. 어디다 대고 욕지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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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시작되기 일보직전
두 사람의 싸움은 다행히 곁에 있는 동료들에 의해
말려졌다. 싸움의 당사자인 두 분 중 나이 드신
선배는 모든 분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썼다.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만큼 부지런하며 성실하신
분인데 흠이라면 말 수가 적고 혼자 지내기를
좋아한다는 것.
싸움이 끝나고 나자 주위사람들이 하나같이
피식 웃으며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애고! 저 선배님 성질이 보통이 아니던걸.
역시 말 이 없는 사람이 화가 나면 더 무섭다니까.
아마 저 후배 色己 이제부터 정신 차릴 거야!
그 동안 나 역시도 후배의 건방진 말투로 인해
잔뜩 벼르고 있었는데 때마침 선배가 먼저 폭발을
해 주었으니 이를 두고
“울고 싶은 데 뺨 때려 준다”고 했던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존댓말처럼 좋은 말도 없다
문제는 자기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해주는데
그것을 이상스럽게 받아들이는 싸라기 같은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다.
반말을 하는 사람은 강하고 존댓말을 하는
사람은 마치 약자라도 된 듯 허투루 말을 놓고
업신여기는 졸개들이 있는 한 말로써 이어지는
싸움은 늘 피 할 수가 없다
이런 부류들은 그냥 무시해 버리는 것이 훨씬 낫다
그렇다고 글을 쓰면서 모든 사람들이 존댓말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물론 지나치게 경어를 써도 오히려 가까기
하기에 더 부담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존댓말은 누구에게나 손해 볼 것도 없고
더군다나 말로써 오는 불미스런 싸움은 더 더욱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 죄가 될 수 없듯이 나이가
나이가 많다는 것이 계급이 될 수도 없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존댓말은 우리들의 마음을
살찌게 하는 보약이다
그나저나 요즘 방앗간에 갈 일도 없고 싸라기도
보기 힘들던데 우리 주위에 이런 싸라기밥을 먹은
인간들이 더 이상 보기 힘들어진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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