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오늘은 우리 부부의 29주년이 되는 결혼기념일이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서로에게 특별한 선물 없이 아내가
좋아하는 초밥으로 조용히 자축연을 가졌다.
비록 꽃다발은 없었지만 기념일을 잊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뿌듯하던지.......
우리는 멋진 밤을 보내기 위해 가족 행사에만 켜는
무드 전구 등을 켜놓고 밤이 깊어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림도 잠시
텔레비전에서 갑자기 이상한 속보가 떴다.
즉흥적으로 뭔가 꺼림칙한 생각에 급히 리모컨으로
타 방송을 확인 해 보기 시작했다. 채널을 돌려보니
평일처럼 본 방송을 진행하는 방송이 있는가 하면
대통령의 긴급 담화문을 중계하는 방송도 있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나는 개인적으로 별일이 아니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잠시 후 모든 방송국이
일제히 계엄령 포고 방송을 내 보내는데 이때부터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21세기에 계엄령이라니 이게 무슨 바보짓이란 말인가.
윤 대통령은 적법 절차도 밟지 않고 계엄령을 선포했다
군을 동원해 헬기와 장갑차를 국회로 보내고, 특수부대를
투입해서 여야 정당 대표와 국회의장의 체포를 시도했다.
하지만 국회로 모인 야당 의원들과, 온 몸으로 맞선 국회
의원 보좌관들, 새벽까지 국회 앞으로 달려와 투쟁한
시민과 노동자들이 그들의 국회 진입을 끝까지 막아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말이지 너무나 가슴을 졸였다.
계엄군들이 국회에 진입해서 혹여 성공한 계엄이 되는
것은 아닌지 나라걱정에 새벽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행히 큰 유혈사태 없이 용감한 시민들의 저지로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가 가결되고 계엄군이 철수하는
것을 보고나서야 새벽 늦게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도대체 대통령은 무슨 맘으로 계엄령을 선포 했을까!
그의 우둔함을 빗대어 여기 인터넷상에서 항간에
떠도는 유머 하나가 있다.
한국 관광을 온 외국인이 대관령, 미시령, 한계령을
다 둘러 본 뒤 택시를 타고 공황으로 가는 길.
방송에서 45 년 만에 “계엄령”이 떴다는 뉴스를
접한 외국인이 급하게 기사님을 불렀다.
외국인 : 기사님 저 “계엄령”에 데려다 주세요!
혹시 택시비 많이 나와요!
기사님 : 아뇨. 공황가시기 전에 보여드릴게요.
잠시 뒤 기사가 휴~~ 안도의 한 숨을 내 쉬었다
외국인 : 무슨 문제가 있나요
기사님 : 다행히 국회가 잡아서 없어졌네요.
외국인 : 짐승 입니까!
기사님 : 네 멧돼지랍니다.
비록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웃음으로 치부하기에는
대통령의 처신이 너무나도 경거망동 했다는 것을
잘 나타내 주는 신랄한 풍자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은 결혼기념일!
신혼처럼 "뜨거운 밤"은 못 되더라도 그에 걸맞게
“포근한 밤” 이 되기 위해서 은은하게 전구 등까지
켜놓고 무드를 한껏 띄워 놓았건만 계엄령이라는
불청객이 오늘 밤 분위기를 완전히 *조져놓았다.
에라. 모르겠다. 밤이라는 것은 내일도 있는 것을.......
얼른 잠이나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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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다 : (타동사) {속된 말로} 사람이 어떤 일 따위를 망치거나 그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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