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하늘아래 같이 산다는 것

by 소담* 2024. 12. 20.

연말인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불우한 이웃을 위해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다들 참 고마우신 분들이다

 

마음 같아서는 나 자신도 많이 돕고 싶지만 현실은 

늘 아쉽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까 소싯적.

꾀 오래 전 초등학교 시절 옛날이야기다.

 

학교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올 때 나는 무섭게

생긴 어떤 아저씨들 때문에 늘 마음이 두려웠다

 

그런데 문제는 이분들의 생김새였다.

한쪽다리가 없어서 목발을 짚고 다시는 분은 그래도

덜 무서워했는데 한쪽 팔이 없는 대신 그 자리에 

무시무시하게 생긴 갈고리를 차고 다니시는 분들을

만날 때는 온 몸을 떨어야 했다

 

이 갈고리는 가대기를 칠 때 볏가마니를 나르는데

쓰는 물건인데 팔도 없으면서 거기에 무섭게 생긴 

갈고리를 달고 있었으니 어린 내 마음에 이 분들은 

늘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쩌다 이 분들을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는데

그럴 때 마다 "오냐" 이렇게 대답을 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무서움이 한시름 가셨다

 

지금이야 웃을 일이지만 그 시절 나는 그랬다.

 

동구 밖에서 노는 날

그분들이 우리 골목을 향해 들어가는 날이면 나는

무서워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골목을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뒤늦게 집에 돌아 올 수 있었다.

 

어쩌다 어머니와 집에 같이 있게 되는 날.

 

그분들이 들어오면 어머니는 창고에서 쌀을 퍼서

주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왜 저분들은 무서운 갈고리를 하고 다녀요?"

 

". 저분들도 난리 통에 저렇게 되신 분들이란다."

 

난리 통이란 바로 6.25 전쟁을 일컫는 말인데 쉽게

말하자면 상이군인인 것이다. 물론 상이군인이라고

해서 다 동냥을 다닌 건 아니지만 하여튼 그 시절은 

팔과 다리가 없는 분들이 참 많았다.

 

나는 그분들이 나라를 위해 싸우신 고마운 분들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무서운 건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어려웠던 그 시절 어머니는 없는 쌀독에서도 그들을

홀대 하지 않았다

 

고향에 친구가 해마다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해 쌀을 기탁하고 있다.

 

  

오래전

우리 마을에는 앞을 못 보는 맹인 한분이 살고 계셨다.

앞을 못 본 터라 항상 긴 간짓대를 지팡이 삼아 고샅을

오갔는데 이 분의 동냥하는 모습은 다른 분과는 조금

달랐다. 쌀이나 보리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밥이라는 것이 특이했다

앞을 못 보니 요리도 못할 테고 이해가 간다.

 

우리 집 부엌 한쪽에는 늘 따로 놓인 국그릇과 수저

하나가 있었다. 바로 이분을 위해서 어머니께서 마련해

놓은 것인데 가끔씩 이 분이 오시는 날이면 이 그릇에

국과 밥을 말아서 드렸다. 앉아서 드시고 가라고 해도

뭐가 그리 바쁜지. 항상 바쁘다는 이유로 언제나 서서

드시다 가셨는데 먹고 나면 수저와 그릇을 대문 옆에

놓고 조용히 가셨다.

 

그 시절이분의 수저와 국그릇은 우리 집뿐만 아니라

다른 집 어디를 가도 다들 하나씩 챙겨 두고 계셨다.

그런데 이분도 동냥의 철학이 있었다?

한 집만 계속해서 가면 그 집도 부담이 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이집, 내일 은 저 집,

이렇게 순번을 정해놓고 밥을 드셨다.

 

어쩌다가 어머니가 "누구네 집 음식이 맛있냐!"

물어보면 껄껄껄 웃으며 하는 말 "다 맛있어요." 

이렇게 대답을 했다.

 

이 분 자신도 자기가 얻어먹고 다니는 것을 알기에

누구네 집이 맛있고 안 맛있고는 절대 이야기 하지

않았다.

 

사람인데 어찌 맛이 있고 없고를 모르겠는가?

"다 맛있다"라는 것은 그분이 얻어먹을 수 있는

분수를 다 알고 있는 셈이었다.

 

그 시절은 다들 가난했다. 그렇지만 또한 나누어

먹는 모습들은 누구나 한 결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분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과

함께 우리 집 부엌에 있는 그 분의 수저와 국그릇도 

소리 없이 사라졌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우리 골목 사람들은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마지막에 오늘도 성금을 해주신

분들의 명단이 떠 오르고 있다.

 

하늘아래 같이 산다는 것…….

 

성금을 보내주신 많은 그 분들께 하느님이 보우하사 

 축복이 함께 하기를 소망해 본다.

 

'♣ 꽃삽을 들고 > 이야기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몇 살까지 돈을 벌어야 할까!  (0) 2025.04.09
애비  (0) 2025.02.22
결혼기념일의 불청객  (12) 2024.12.09
호박대국과 고춧잎 무침  (4) 2024.11.30
덤으로 주는 인심!  (10) 2024.11.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