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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덤으로 주는 인심!

by 소담* 2024. 11. 28.

사람이 살다보면!

 

어느 순간 삶이 무기력 해 질 때가 있다.

나는 이럴 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전통시장을

찾는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왁자지껄한 흥정을

지켜보면서 새삼 살아가는 의욕을 느끼기도 하는데.

 

오늘은 때마침 내가 사는 이곳 장유의 장날.

 

와이프와 함께 장을 보러 나섰다.

여느 날처럼 우리가 자주 찾는 단골집을 찾았는데.

 

어라,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해가 아직 중천인데 벌써 문을 닫고 있다

짐작컨대 아무래도 반찬이 일찌감치 다 팔린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다른 반찬 집을 찾는데 때마침 원하던

깻잎이 눈에 띄자 와이프가 오 천원어치를 주문했다

 

주인아주머니가 집게로 깻잎을 비닐봉지에 담아 저울에

올렸는데 그 양이 많았는지 봉지 안에 깻잎 서너 장을

덜어내고 또 덜어내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니 왠지 아주머니의

손이 못 미더웠다.

 

깻잎을 사고 더 필요한 반찬을 찾기 위해 잠시 매대를

둘러보는 그때 깻잎을 주문하던 젊은 손님과 주인 되는

아주머니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집은 덤도 없어요?

저 쪽 집은 덤으로 몇 장씩 더 주던데.......

 

그때 주인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이것도 많이 준 거에요!

 

아주머니의 말에 어이가 없었는지 계산을 마친 젊은

손님이 '흥' 콧방귀를 뀌더니 깻잎을 낚아채며 돈을

매대 위에 휙 던지고 사라졌다

 

 

 

전통시장은 맛도 맛이지만 물건을 사고 팔 때 제

값어치 외에 조금 더 얹어주는 ‘덤’이라는 것이 있다

 

덤 이야기가 나왔으니 내가 자주 찾는 채소가계

아주머니를 빼 놓을 수가 없다

 

내가 찾는 단골집은 ‘덤’을 많이 주기로 입소문이

자자한데 덤도 덤이지만 무엇보다도 아주머니의

걸출한 *입심과 *입담이 참 재밌다.

 

지난 장날에 있었던 일이다.

 

찬바람도 불고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요즘 제철인

호박대국과 고춧잎무침이 간절해 졌다

 

와이프와 함께 단골집을 찾은 그때. 우리 앞에 있는

한 손님이 무 두 개를 주문하자 아주머니의 구수한

입담이 시작되었다.

 

가을무는 인삼하고 똑같아서 무생채를 하던 무 조림을

하던 보약이나 똑같은데 이왕 사가는 김에 내 것도

같이 좀 해주세요! 하면서 곁에 있는 작은 무 한 개를

덤으로 주었다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되었다

와이프가 호박대와 고춧잎을 주문하는데

 

아이고머니나!

우리 멋진 아저씨가 또 함께 오셨네.

나는 와이프하고 장에 오는 아저씨가 제일 멋지더라!

 

엄지 손가락을 하늘로 한껏 치켜세워주던 아주머니가

빙긋 웃더니 또 한 마디를 거들었다.

 

'멋진 아저씨도 보고 어따! 오늘 기분이다!' 그러면서

고춧잎과 호박잎을 한 움큼을 더 얹어주더니 작은

애호박 한 개를 덤으로 주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덤을 받아서 좋기는 한데 찾는 사람마다 덤을 주면

과연 남는 것이 있을까! 싶은 생각에 아주머니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다

 

"이렇게 덤을 주면 남는 게 있습니까?" 라고

그런데 그 순간 아주머니의 말이 귀에 꽂혔다.

 

많이 팔면 많이 남고 적게 팔면 적게 남는데

돈 보다도 손님들에게 덤을 줄때가 제일 좋아요

 

돈을 떠나서 자기 집을 찾는 손님들이 덤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더 즐긴다는 아주머니!

 

그렇다면 아주머니에게 있어서 '덤'은 무엇일까.

 

짧은 내 생각으로는 아마도 '인심'이지 아닐까 싶다

 

우리말에 “인심을 쓰다”, “인심을 사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남에게 후하게 대접을 하고 남에게

좋을 평을 얻는 다는 뜻이다.

 

덤이야 말로 아주머니와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서방님. 좋겠수.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아주머니가 한 소리 못 들었어요?

 

서방님 멋지다고 하던데.

 

이 사람아! 

서방님 멋진 거야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인데.......

새삼스럽게 왜 그래.

 

그 순간 우쭐대는 내 모습이 *어쭙잖은지 피식 웃던

와이프의 입술이 갑자기 삐죽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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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심 : (명사)  기운차게 거침없이 말하는 힘.

*입담 : (명사)  말하는 솜씨나 힘.

*어쭙잖다: (형용사) 1.비웃음을 살 만큼 언행이 분수에 넘치는 데가 있다. 

2. 아주 서투르고 어설프다. 또는 아주 시시하고 보잘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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