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고향을 가는 설렘에 아침 일찍 잠에서 깨었다
다가 올 음력 동짓달 초여드렛날은 고인이 되신
어머님의 생신날이다
돌아가신 뒤의 생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돌아가시고 처음 맞는 생일이라서 꼭 찾아뵙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혼자서 조용히 발길을 서둘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내 버스가 남원에 도착했다.
때마침 기다리고 있는 형님과 함께 어머님이 쉬고 계시는
승화원으로 향했다.
어머님! 막둥이 저 왔습니다.
살아계셨다면 낼 모레가 어머님 생신이신데.......
오늘! 제가 어머님을 뵈러 온 것은
어머님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제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만일! 제가 오늘 찾아오지 않았다면
“우리 막둥이가 이제 내 생일도 잊고 사는 구나” 라고
서운해 하실까봐.......
어머님! 제가 어머님의 생일날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잊지 않고 꼭 기억하고 있으니 혹여 생일 날 찾아오지 않더라도
너무 서운해 하지 마세요. 대신 생일날이 아니어도 생각이 나면
언제든지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그 순간! 왜 이렇게 목이 메는지.
가까이 다가가 유리를 닦고 또 닦고.......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내 말을 알아듣기 라도 하신 걸까.
사진 속에 어머님이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계셨다
어머님을 뵙고 승화원을 나서는 길.
때마침 어디에선가 한줄기 바람이 휙 코끝을 스치며 지나가는데.
그때 무언가 마땅히 해야 될 일을 다 한 듯 답답했던
내 가슴이 후련하게 뚫렸다
차를 타기위해 주차장으로 가는 그때 형님이 말을 물어 왔다
옹정 집에 가 볼래!
그 순간! 나는 잠시 망설였다.
어머님이 없는 빈집에 가면 마음만 아플 텐데.
알면서도 나는 흔쾌히 형님의 뒤를 따라 나섰다.
얼마 후. 고향집 마당에 들어섰다.
내 아들!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다가 올 것 같은 어머님!
그런데 어머님의 체취가 사라진 집에는 썰렁한 냉기가
나를 슬프게 했다. 집을 둘러보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섰다
반질 반질 윤이 나던 살강에도 늘 반짝 반짝 빛이나던
소댕에도 이제는 하얀 먼지가 소복이 쌓여 있었다.
밥을 짓 기전. 날마다 새 물을 떠 놓고 기도를 했던
부뚜막의 정한수도 바짝 말라버리고 중발에는
하얀 먼지가 가득 내려앉았다.
우리 팔 남매!
어디를 가든지 굶지 않게 하여 주시고.
비가오나 눈이 오나 조상님 들이 늘 보살펴 주셔서
어떻든가 자식들에게 해가 없이 하는 일마다
잘 되게 해달라고…….
문득 그때 기도하던 어머님 모습이 떠올라
말라버린 중발에 물을 떠 놓기 위해
수돗가로 향하는데.
웬일인지 물은 나오지 않고.
뒤 늦게 단수 단전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갑자기 밀려오는 허무함 이란......
중발을 다시 부뚜막에 올려놓고 돌아서려는데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동안 그렇게 물끄러미 빈 그릇을 지켜보다가
텃밭이 있는 뒤 안으로 향했다.
주인을 잃은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겨울날.
텃밭에는 봄날에나 볼 수 있는 쑥들이 여기저기 한심스럽게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다.
잠시 형님과 마루에 걸터앉았다
햇살은 분명 봄날처럼 따뜻하기만 한데 마
음은 왜 이렇게 허무하고 시리운지........
형님과 나는 아무런 대화도 없이 침묵 속에 한 참을 머물렀다
그렇게 정적이 흐르고
마침내! 고향집을 나서는 길.
골목길을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님이 살아계셨다면 실버카를 밀고 나를 따라 나섰을 길인데.
없는 줄을 알면서도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그렇게! 고향집 대문이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형님들과 술 한 잔 걸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가에 스쳐가는 풍경들은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온 통 어머님이 없는 빈 고향집이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냥 어머님만 뵙고 올 것을.......
이제는 고향집도 쉽게 가지 못할 것 같다
갔다 온 들. 이렇게 가슴이 찢어질 듯 미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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