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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모정의 세월

가래떡

by 소담* 2015. 2. 10.

소싯적 어느 겨울날! 희철이와 나는 연을 날리기 위해 논배미로 향했다

 

그 시절 우리들의 놀이터는 누가 뭐라고 해도 마을 앞에 있는 커다란 논배미였다

가을날 타작을 하고 난 텅 빈 논은 금세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했는데 어찌나

아이들이 많이 뛰어놀았는지 벼 그루터기가 모두 뉘여서 사라질 만큼 논배미는

번들번들 윤기가 흐를 만큼 단단했다

 

논배미에는 이미 많은 친구들이 놀고 있었다.

자치기를 하는 아이들 딱지를 치는 아이들 제기를 차는 아이들 제각기

무리 지어 놀고 있는데 우리는 연을 날리기 위해 논배미 가장자리로 향했다.

이곳에는 우리 키 보다도 한참이나 더 높은 볏 짚단이 수북이 쌓여져 있어서

바람을 등지고 연을 날리기에는 최적의 보금자리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주변에는 이미 어슴푸레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다.

그 무렵 저 멀리로 큰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방앗간으로 들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나는 희철이에게 얼레를 맡기고 엄마가 있는 방앗간으로 뛰어갔다

 

어느덧 기계에서는 쌍갈래의 가래떡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어림잡아 한 자가 넘는 가래떡을 가위로 뚝 자르더니 친구하고

나눠먹으라며 손에 쥐어 주었다

 

나는 자랑스럽게 떡을 받아들고 희철이에게 다가갔다

우리는 그렇게 나란히 가래떡을 먹으며 밤이 오는 줄도 모르고 한 참을 더 연을 날렸다

 

머지 않아 내일 모레면 설날이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설날이 다가오면 소싯적 그 때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방앗간으로 가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늘 머릿속에 떠오른다.

 

택배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집에 사람이 없어서 경비실에 맡겨 놓았다고.......

 

나는 물어보지 않아도 택배가 무엇이 왔는지 직감을 했다

해마다 어머니께서는 설을 앞두고 늘 가래떡을 보내 주셨다

 

마트에 가면 언제라도 흔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가래떡.

 

이제는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여러 번을 얘기 했지만

어머니는 이렇게 해마다 떡을 보내오고 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저 예요

 

아가! 내가 가래떡 보냈는데 받았냐?

 

! 받았어요.

 

맛있게 묵어라 내가 가래떡을 뺄라고 방아실에 갔다 왔는디

어찌나 심이 들던지 *포도시 댕겨 왔다

인자는 다리에 심이 없어서 방아실도 못가!

그렁깨 맛있게 묵고 내년부터는 알아서 해 묵거라

 

해마다 김장 김치를 직접 보내주시던 어머니께서

 

3년 전부터 힘이 부치신다고 못 보내준다고 하던 때가

엊그제 인데 이제는 가래떡을 뺄 힘조차도 없다고 하신다.

 

해가 갈수록 기력이 떨어지시는 어머니 !

이런 어머니에게 나는 어떤 자식일까

호강 시켜주겠다고 했던 내 말을 지금도 믿고 있을까.

 

내일 모레면 설이다.

어머니를 찾아가야 하는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앞서가는 것은 왜 일까

 

내 머릿속에는 아직도 함지박을 이고 방앗간으로 가는 그때 그 시절.

어머니의 젊은 모습이 또렷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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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시 : (부사) 1. 아슬아슬하게 2. 겨우 

 

     어머니가 보내 주신 가래떡이다. 착불이 아닌 선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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