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의 일이 엄청 바쁘다
정규 노동시간 8시간 외에 잔업 4시간을 포함해서 무려
12시간을 일하고 있는데 이런 생활이 지금 두 달째
이어지다 보니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그래서 일까!
요즘 우리 부부는 관계가 많이 소원해졌다.
부부는 살을 맞대고 자주 어울려야 하는데 피곤한 나머지
일찍 잠들어 버린 탓에 대화마저도 부쩍 줄었다.
(사랑초가 꽃을 활짝 피웠다. "꽃말은 당신을 버리지 않겠다."라고.......)
오전 6시. 요란한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습관처럼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그 순간
식사를 멈추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와이프가
갑자기 말을 건네왔다
요즘 서방님! 보기 참 힘드네!
이 사람아! 매일 보는데 뭐가 보기 힘들어!
어이가 없다는 듯 또다시 피식 웃던 와이프가
애고! 눈치도 못 차리고.
눈치도 못 차린다는 와이프의 말에 뒤늦게 어떤
느낌 하나가 휙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때마침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오늘은 잔업이 없어서 여섯시 반에 퇴근을 한다는
공지사항이 떴다..
매일 여덟시 반에 끝나던 일이 여섯시 반에 끝난다고
생각하니 남은 시간이 어찌나 잘도 흘러가던지.......
그렇게 신나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미래 아빠!
오늘 불금인데 우리 외식하면 어떨까.
와이프의 요청에 모처럼 즐거운 외식길에 나섰다.
맛있게 저녁도 먹고 술도 알맞게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 와이프가
미래아빠! 오늘 아이들도 없고 우리 둘 뿐인데
불금에 맞게 재미 좀 즐겨볼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와이프가 욕실로 들어갔다.
한참 후 와이프가 밖으로 나오고 기다리고 있던
나도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에 들어섰다
다른 날 같으면 피곤한 탓에 샤워도 대충대충
했건만 오늘은 온 몸을 구석구석 씻기 시작했다
거칠거칠한 발바닥도 까칠까칠한 발뒤꿈치도
각질을 벗겨내고 나니 속살처럼 부드러워졌다
샤워를 마치고 안방으로 들어섰다
안방에 들어서는 순간 문을 닫고 손잡이 꼭지를
꼭 누르고 문을 잠갔다.
똑 소리와 함께 문을 잠그고 나니 와이프가 씩
웃으며 하는 말이 재밌다.
아무도 없는데 문은 왜 잠가요?
이 사람아!
아이들이라도 불쑥 들어오면 어떡하려고!
잠시 후.
은은한 조명등 불빛에 한껏 분위기에 도취되어
갈 무렵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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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삐 삐 삐 삐 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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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현관문에 도어락의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누르는 속도로 보아 틀림없이 아들 녀석이 분명했다
급하게 안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니 벌써 현관
안에 아들이 떡하니 들어와 있었다.
아들 왔어! 너 토요일에 온다고 하지 않았니?
얼떨결에 묻는 내 물음에
아빠! 아직 기숙사 보다 집이 더 좋아요
이렇게 새내기 대학생 아들이 보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애고!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다
문을 잠글 때 했던 말이 그만 말의 씨가 되고 말았다
자기 때문에 분위기 깨진 줄도 모르는 아들 녀석은
아무것도 모른 채 방을 들락날락 거리며 냉장고
문을 열고 닫고 라면을 끓이고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집안이 온통 소란스럽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늘 밤은 글렀다
그렇지만 밤이라는 것이 꼭 오늘 밤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밤이라는 것이 내일 밤도 있고 모레 밤도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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