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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말이 씨가 되던 날.

by 소담* 2017. 3. 31.

아침 6삐 삐 삐  삐 삐 삐 . ~~~

 

요란한 알람 소리가 우리들의 깊은 잠을 깨웠다

 

와이프가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청소기를 돌렸다.

 

이윽고 식탁에 앉았다.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는 내 몫이다

 

나보다 출근시간이 30분 빠른 와이프를 위해

아침 설거지는 늘 내가 하고 있다

남자야 씻고 로션만 바르면 끝이지만 여자는 다르다

찍고 바르고 머리에 헤어 롤을 마는 시간까지.......

자고로 와이프의 출근 시간은 늘 바쁘다

 

이렇게 출근을 하고나면

와이프는 5시 반에 나는 8시 반에 퇴근을 한다.

 

와이프는 정규시간을 마치고 오지만 나는 회사의 일이

부쩍 늘어난 탓에 무려 12시간을 회사에서 일하게 되는

이런 생활이 지금 두 달째 이어져 오고 있다.

이렇게 살다보니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그래서 일까!

요즘 우리 부부는 관계가 많이 소원해졌다.

부부는 살을 맞대고 자주 어울려야 하는데

피곤한 나머지 일찍 잠들어 버린 탓에 대화마저도 부쩍 줄었다.

 

아침에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맛있네많이 먹게나. 오늘은 몇 시에 퇴근해!

 

주고받는 대화들이 고작 이런 것이 전부다.

 

  (사랑초가 꽃을  활짝 피웠다. "꽃말은 당신을 버리지 않겠다."라고.......)

 

금요일 아침.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와이프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말을 건네왔다

 

요즘 서방님! 보기 참 힘드네! 

 

이 사람아! 매일 보는데 뭐가 보기 힘들어!

어이가 없다는 듯 또다시 피식 웃던 와이프가

 

애고! 눈치도 못 차리고.

 

눈치도 못 차린다는 와이프의 말에 뒤늦게 어떤 느낌 하나가

휙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직장장이 오늘은 잔업이 없어서 

여섯시 반에 퇴근을 한다고 공지 사항을 알려왔다.

 

나는 부리나케 와이프에게 카톡을 보냈다

 

서방님! 오늘 여섯시 반에 퇴근하네! 이따가 집에서 보자고!

카톡을 보내자마자  와이프한테서 바로 카톡이 날아왔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매일 여덟시 반에 끝나던 일이 여섯시 반에 끝난다고 생각하니

남은 시간이 어찌나 잘도 흘러가던지.......

그렇게 신나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 기다리고 있던 와이프가

 

미래 아빠! 오늘 불금인데 우리 외식하면 어떨까.

 

외식을 부추기는 와이프의 손에 이끌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식당으로 향했다

 

맛있게 저녁도 먹고 술도 알맞게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 와이프가

 

미래아빠! 오늘 아이들도 없고 우리 둘 뿐인데

불금에 맞게 재미 좀 즐겨볼!

 

그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와이프를 불렀다.

 

이 사람아!

우리가 재미 좀 보려고 하면 꼭 얘들이 들어왔잖아!

 

아니에요!

오늘은 그렇지 않을 거니 걱정 말아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와이프가 씩 웃더니 욕실로 들어갔다.

 

한참 후 와이프가 밖으로 나오고 기다리고 있던 나도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에 들어섰다

 

다른 날 같으면 피곤한 탓에 샤워도 대충대충 했건만 오늘은

와이프의 말에 이끌려 온 몸을 구석구석 씻기 시작했다

거칠거칠한 발바닥도 까칠까칠한 발뒤꿈치도

각질을 벗겨내고 나니 속살처럼 부드러워졌다

 

샤워를 마치고 안방으로 들어섰다

안방에 들어서는 순간 문을 닫고 손잡이 꼭지를 꼭 누르고 문을 잠갔다.

 

똑 소리와 함께 문을 잠그고 나니 기다리고 있던 와이프가 씩 웃으며

 

아무도 없는데 문은 왜 잠가요?

 

이 사람아!

우리들이 마음 먹은 날에는(?) 꼭 아이들이 불쑥 들어 왔잖아!

 

잠시 후.

 

은은한 향수가 촛불에 맴을 돌고 한껏 분위기에 도취되어 갈 무렵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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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뜨거운 밤의 분위기를 떠오르게 한다. (사진출처 : 미국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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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현관문에 달려있는 도어락의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누르는 속도로 보아 틀림없이 아들 녀석이 분명했다

 

급하게 안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니 벌써 현관 안에

아들이 떡하니 들어와 있었다.

 

아들 왔어! 너 토요일에 온다고 하지 않았니?

 

얼떨결에  묻는 내 물음에

 

아빠! 아직 기숙사 보다 집이 더 좋아요

 

이렇게 새내기 대학생 아들이 보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애고!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다

 

문을 잠글 때 했던 말이 그만 말의 씨가 되고 말았다

 

자기 때문에 분위기 깨진 줄도 모르는 아들 녀석은 아무것도 모른 채

방을 들락날락 거리며 냉장고 문을 열고 닫고 라면을 끓이고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집안이 온통 소란스럽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늘 밤은 글렀다

 

그렇지만 밤이라는 것이 꼭 오늘 밤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내일 밤도 있고 모레 밤도 있는 것을........ 

 

 

더보기

 

 

 

지인이 제주 성 박물관 방문기념으로 내게 선물로 준 두루말이 화장지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이 화장지가 부부 금슬을 엄청 좋게 한다고.......

아니나 다를까 직접 써보았는데 그 말이 딱 들어 맞았다 ㅎㅎㅎ

(귓속말로 전합니다) 애당초 부부 금슬이 좋지 않은 사람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하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역시 지인이 준 선물이다. 촉감이 얼마나 좋은지 실물에 버금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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