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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아들의 승리!

by 소담* 2016. 12. 18.

아들! 밥 먹게 일어나라.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서 한참 잠에 푹 빠져있는 아들을 깨웠다.

그 순간 잠자리에서 일어난 아들이 저울위에 올라 몸무게를 재고 있는데.

 

혼자서 무언가 맘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하는 말.

 

살이 더 빠져야 하는데.......

 

나는 이런 아들을 볼 때 마다 못마땅했다.

 

이 놈아! 아직 키가 클 나이인데 뭐하려고 다이어트를 하는데!

많이 먹어야 더 크지.

 

아들은 내 말이 귀찮다는 듯 아무런 말도 없이 식탁에 앉았다

 

육식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와이프가 정성들여 오리 불고기까지 해 놓았건만

아들은 밥을 남기고 과일 몇 조각으로 배를 채웠다.

 

이런 생활이 지금 보름째다.

 

너 이렇게 밥 남기면 이제 고기 안 사준다.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밥을 먹이려는 욕심에 협박 아닌 협박을 해보는데.

 

아빠!

 

저 다음 주에 권투시합에 나갑니다. 살을 더 빼야 해요.

 

그 순간 나는 화들짝 놀랐다.

 

물론 아들이 석달 전 부터 알바를 하며 권투체육관에 다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시합을 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뭐라고하라는 공부는 안하면서 권투시합을 한다고 안 돼!

 

이 놈의 자식. 권투가 무슨 장난인줄 알아!

 

내가 반대 할 것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 아들이건만.......

내말이 끝나기도 전에 식탁에서 일어나 교복을 갈아입고

그만 밖으로  휙 나가 버렸다.

 

이런 아들을 바라보며 무척 속이 상했다

그렇다고 다 커버린 아들을 쥐어 팰 수도 없고.

 

그때 나를 지켜보던 와이프가

 

미래 아빠! 희망이가 권투 시합을 해보고 싶다는데 그냥 하라고 하세요.

직업으로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고등학교때 이런 것도 좋은 경험이잖아요

 

이 사람아! 권투가 얼마나 힘든지 자네가 알기나 해!

내가 군대에서 권투를 해 봤기 때문에 아는데 3라운드를 뛰고 났더니

소변색이 붉게 나올 만큼 엄청나게 힘든 경기야.......

 

문제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와이프가 갑자기 피식 웃으면서 하는 말.

 

“그때 엄청 맞았는가보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 저쪽 어딘가에 숨어있던 알 수 없는

즉각적인 거부 반응이 나타났다.

 

뭐가 어쩌고 어째!

이 사람아! 내가 맞을 놈 같아 보여.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갑자기 커진 내 언성에 와이프가 당황한 듯 놀란 눈으로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안 맞았으면 됐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와이프가 설거지를 하기 위해 빈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돌아서는 데

가만히 표정을 지켜보니 누가봐도 실실 쪼개고 있는 모습이 역력한데.

 

그 순간 은근슬쩍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뚫어진 입이라고 왜 할 말이 없었겠는가마는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더 이상 얘기 해 봐야 오히려 그 날의 내 치부가 속 살 드러나 듯 

은근히 다 드러날 것 같아서 ........

 

사실! 지금에 와서 이실직고 하는데.

 

그때 군대에서 권투를 하던 그 날 나는 정말 엄청 두들겨 맞았고

게임 내내 도망다니기에 급급했다.

 

나는 칠성부대 신병교육대에서 군 복무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연병장 코너에 사각의 링이 만들어 졌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대대장은 어김없이 이 곳을 찾았는데

여기에서 중대 별로 시합을 벌이게 했다

헤드기어도 없고 마우스피스도 없이 오로지 글로브 하나만 끼고

시합을 시켰는데 이것은 말이 좋아 시합 이지 사실상 뒷골목의

얘들 싸움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대대장이 현장에서 키와 체격이 비슷한 사람을 골랐는데

 

인생은 복불복이라고 했던가! 하필이면 내가 여기에 추천이 되고 말았다.

 

운명의 그 날!

나는 생애 처음으로 글로브를 끼워봤다.

게임이 끝나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상대는 웰터급으로

이미 4전의 경험이 있는 아마추어 선수였다.

 

그렇지만 어이하랴 대대장의 명령인데.......

 

이윽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4전의 경력이 말해주듯이 나는 엄청 두들겨 맞았고

3라운드 내내 도망 다니다가 겨우 경기를 끝냈다.

 

그래도 나는 행운이었다. 비록 졌기는 했지만 상대는 계급이

나와 같은 하사였기 때문에 자존심만은 지킬 수 있었는데

 

불행한 일은 내 동기에게 벌어졌다.

 

하사와 이제 갓 들어온 훈련병과의 경기.

 

이 경기는 애초에 시키지 말았어야 했다

 

역지사지라고 사단장이 대대장에게 하사와 권투 시합을 시킨다면

허락을 하겠는가. 동기는 훈련병에게 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힘을 썼는지

그 다음 날 결국 몸살이 나버렸다.

 

그 뒤로 우리는 이 대대장을 이르러 그의 성을 본떠서 길또라이라고 불렀다

 

잠시 군대 시절을 회상하고 있는 그때 와이프가 커피를 들고 나타났다.

 

미래 아빠! 아들이 하고 싶다는데 그냥 내버려 두세요.

 

우리가 아들 뒤에 따라다니면서 시합을 못하게 할 수도 없잖아요

 

와이프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난 보름 후.

 

12월 18일 일요일 아침!

오늘은 드디어 경기가 있는 날이다.

간단한 요기를 마친 아들이 저울에 올랐다

 

75.45kg

 

아슬아슬하게 원하는 몸무게가 나왔다. 평소에 80kg을 유지하던

몸무게가 감량 끝에 마침내 게임에 참전 할 수 있는 75kg 급에

정확이 다다랐다.

 

마음 같아서는 따라나서서 현장에서 응원을 해주고 싶었지만

아들이 한사코 만류를 하는 바람에 조용히 보내주기로 했다

 

문 앞을 나서는 아들에게

 

아들아! 게임을 즐겨라!

 

그렇게 하이파이브를 마친 아들은 뒤 돌아보지 않고 경기가 있는 사천으로 떠났다.

 

하루 종일 언제쯤 경기가 시작되는지 궁금하고 또 궁금했지만 아들의 마음에

심적으로 부담이 갈까봐 연락을 하지 않고 있는데

 

드디어! 오후 늦게 연락이 왔다

 

아들이 우승을 했다고.

 

 

그 순간! 아들 못지않게 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한 참후. 카톡으로 동영상이 날아들었다.

 

동영상을 보는 순간 어느 프로경기 못지않게 흥분이 일었다

 

벨소리와 함께 게임이 시작되었다.

 

탐색전인 듯 처음에는 오가는 주먹이 드문가 싶더니

이윽고 상대방이 먼저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두 번에 걸친 큰 펀치에 아들이 휘청거렸지만 아들의 반격이 곧 시작되었다

 

상대방을 코너로 몰아넣고 무섭게 몰아치더니 마침내 첫 번째 스탠딩 다운을 뺐었다

레프리가 카운터를 시작하고 다시 게임이 시작되었는데 상대가 풀이 죽었는지

코너에 밀려서 일방적으로 맞자 다시 두 번째의 스탠딩 다운을 뺐었다. 

레프리의 카운터가 진행되는 동안 상대가 그만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는데

이렇게 해서  결국 1라운드에 티케오승이 선언 되었다.

 

내 아들이 티케오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그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아들이 링에서 내려올 점프를 하며 손을 힘차게 날렸던 세리머니처럼

나 역시 아들처럼 하늘을 향해 껑충 뛰면서 손을 허공에 뿌리쳤다

 

그래! 역시 너는 내 아들이야.

 

경기가 끝나고 우승 트로피와 상장을 안고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나 보다 와이프가 먼저 아들을 반겼다

 

어서 와라 내 아들! 얼굴 좀 보자.

 

아들의 얼굴 바라보던 와이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내 씩 웃는데

나 역시 아들과 함께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우승의 감격을 맘껏 누렸다.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내 아들!

 

이런 아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문득 지나간 군대 시절 흠뻑 두들겨 맞았던 나의 모습을 보복이라도 해 주는 듯

아들의 승리가 오래도록 나를 감동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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