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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가계부 속의 세상

by 소담* 2016. 4. 8.

후유~

 

탁자에 앉아 가계부를 쓰고 있던 와이프가 별안간 긴 한 숨소리를 내 뱉었다.

 

갑자기 웬 한 숨 소리야!

 

그냥! 답답해서…….

 

그 순간! 안 봐도 비디오라고 와이프의 속마음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져 왔다.

 

가족 네 명의 통신비 삼십만 원

딸 하숙비와 용돈 팔십만 원

아들 수학 학원 비 삼십만 원

애경사비 삼십만 원

아파트 관리비.......

보금자리 대출........

보험료........

기타.......

등등.......

 

한 참을 바라보는데 나 역시 한 숨이 절로 나왔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 못된 것일까.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맞벌이를 하며 열심히 살고 있건만

우리 집 가계부는 늘 이렇게 바닥을 헤매고 있다

 

이 사람아! 무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는가.

우리가 헛돈 쓰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통장이 마이너스가

안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힘내게나.

 

힘내라는 내 말에 가계부를 접어들고 살며시 일어서던 와이프가

느닷없이 뜻밖에 말을 물어 왔다.

 

미래 아빠! 우리 열심히 살고 있는 것 맞지?

 

와이프의 물음에 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말문이 막힌 것도 잠시.

 

이 사람아! 열심히 살고 있는데 더 이상 어떻게 더 열심히 살아!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자기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매일 열 시간 이상 일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토요일 특근까지 하며 살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제부터 일요일도 쉬지 말고 일할까!

 

은근스런 내 짜증에 당황한 듯 와이프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던 그때

 

삐릭 삐리릭

삐릭 삐리릭

 

현관문을 여는 도어락 버튼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대학에 다니는 딸이 3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잠시 후  학원에 간 아들도 돌아오고.......

 

딸과 아들이 들어오면서 집안이 돌연 환하게 밝아졌다.

 

미래야! 너 오랜만에 왔는데 우리 저녁에 외식이나 하자 뭐 먹고 싶니!

 

삼겹살이요

 

딸에게 물었는데 아들 녀석이 덜컥 말을 가로챘다.

 

이 놈아! 누가 너에게 물었어.누나에게 물었지........

 

눈치가 빠른 딸이 동생에게 양보라도 하는 듯

 

아빠! 희망이가 먹고 싶다는데 그냥 삼겹살 먹어요.

 

우리는 그렇게 즐거운 외식 길에 나섰다

 

 

식당에 도착하니 금요일답게 많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기다리던 끝에 마침내 상이 차려지고. 

 

삼겹살에 소주를 한 잔 마시고 나니 온 세상이 다 내 것인 듯 흥에 겨웠다

 

와이프도 기분이 좋은지 덩달아 두 잔을 마시는데.

그 사이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했다. 그런데 와이프의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화재를 돌리기 위해

 

얘들아!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더라!

많이 먹어라.

 

그런데 와이프가 엉뚱한 말을 늘여 놓았다

 

얘들아!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이 곱긴 한데

술을 많이 마시고 죽은 귀신은 때깔이 검다고 하더라.

 

이런 젠장.이 넘의 와이프가 술 맛 떨어지게 하는 데는 도사다.

 

어찌 되었든 그래도 술을 한 잔 마시니 기분이 참 좋다

술을 마실 때 마다 늘 하는 얘기지만 술을 마시는 순간 만큼은

세상이 참 만만하게 보인다.

 

험난한 이 세상! 가계부고 나발이고 세상을 만만하게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술맛이 아니겠는가.

 

아무래도 내일은 퇴근길에 로또라도 한 장 사야 할 것 같다.

 

더보기

기부천사이자 국민 여동생인 배우 문근영이

소담 옵빠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

 

하늘에 계시는 하느님!

세상 그 누구 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 소담 옵빠를 위해꼭 로또 1등 당첨을빌고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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