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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삼식이 꼬리표 떼던 날

by 소담* 2019. 1. 20.

 

언제부터인지 삼식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시중에 떠도는 삼식이 시리즈를 보면

 

1.   집에서 한 끼도 안먹는 남편 - 사랑스런 영식씨

2.   한 끼 먹는 남편- 귀여운 일식씨

3.   두 끼 먹는 남편- 두식씨

4.   세 끼 먹는 남편- 삼식씨

5.   세 끼 먹고 종종 간식먹는 남편- 종간나쉐끼 등

 

그 종류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삼식이라는 말은 원래 요리연구가 이혜정씨가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어느 날 모 방송에서 삼시세끼를 집에서 먹는 사람을 이르러 삼식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말이 방송을 타면서 순식간에 전국 유행어가 되었다고.

 

얼마나 유행이 되었으면 사전에 삼식이라는 말이 등재 되었을까!

 

어학사전에서 삼식이를 찾아보면

 

백수로서 집에 칩거하며 세 끼를 꼬박꼬박 찾아 먹는 사람’  이렇게 나와 있다.

 

삼식이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알고 보면

나도 '삼식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부지의 형편상 여섯 개의 건물이 여기저기 각각

따로 떨어져있다. 이 때문에 근무하는 직원이 백 여 명의 이르건만

아직 구내식당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구내식당이 없다 보니점심이나 야근을 하게 되는 날은

직원들이 스스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진 풍경이 펼쳐진다.

 

어떤 직원은 회사 앞에 있는 가까운 식당에서 장부를 달아놓고 끼니를

때우는가 하면 또 몇몇 직원은 그날그날의 날씨에 따라서 날씨 분위기에

맞는 음식을 찾아 이 식당 저 식당을 기웃거리기도 하는데.......

   

심지어는 이런 일이 귀찮아서 매일 도시락을 싸오는 아주머니들도 적지 않다.

또 한편으로는 집이 가까운 직원들은 아예 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도 하는데.

나도 역시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삼식이가 되어 버렸다.

 

삼식이라고 해서 다 같은 삼식이는 아니다.

 

어학사전에서 삼식이는 '백수'라고 했는데 나는 백수가 아니기 때문에

오리지널 삼식이가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삼시세끼를 집에서 해결하고 있으니 내가 삼식이가 된 것은 분명하다.

 

              (삼식이 꼬리표를 떼게 해준 구내식당에서의 첫 밥 )

 

그러던 올 1월 초.

  

그 동안 떨어져 있던 공장들이 새로 마련된 너른 부지로 모두 이사를

하게 되었다. 한 곳으로 모여든 회사는 큰 규모에 걸맞게 마침내

어엿한 구내식당이 갖추어 졌는데.

 

덕분에 삼식이라는 꼬리표를 떼게 되던 날.

기쁜 나머지 와이프를 불렀다

 

싸모야! 나 이제 삼식이 졸업하게 되었네!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와이프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에요?

 

. 우리 회사에 구내식당이 생겨서 내일부터 점심을 회사에서 먹게 되었네.

 

그 순간! 와이프가 환하게 씩 웃었다.

  

근래들어 보기드문 와이프의 환한 미소에 잠시 넋을 놓고 있는 사이

별안간 엉뚱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삼식이인 내가 얼마나 귀찮았으면 저렇게 환한 미소를 지을수 있을까!

궁금해서 와이프의 속마음을 떠보기로 했다.

 

싸모야! 그동안 삼식이 먹여 살리느라고 꽤 힘들었나 봐!

 

힘없이 피식 웃던 와이프가

 

힘들긴. 해놓은 밥에 반찬만 조금 더 만들었을 뿐인데.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 태연하게 웃는 와이프의 표정이

나를 더 궁금속으로 빠트렸다.

 

아까 자네 웃음을 보니까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 같더라.......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와이프가 의심의 눈짓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왜요. 내가 좋아서 웃으면 안돼요!

왜 웃는 것을 가지고 갑자기 시비를 걸어요.

 

이 사람아! 왜 이래 내가 뭘 어쨌다고.

나는 그냥 자네 웃음이 보기 좋아서 해 본 소리야.

 

씩씩거리던 와이프가 잠시 숨을 고르고 나더니

  

내가 웃었던 진짜 이유를 말해 줄 까요!

 

아까 내가 웃었던 이유는 그동안 매일 집에서 내 손으로 해주는

음식만 먹었으니 얼마나 편식이 심했겠어요! 그래서 하는 얘긴데

회사에서 식사를 하면 다른 음식도 먹을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영양을 골고루 섭취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웃었을 뿐인데 내 웃음이 뭐가 어떻다고.......

 

와이프의 말을 듣는 순간! 어찌나 감동을 했던지!

 

싸모야 미안하네!

 

나는 자네의 깊은 속도 모르고 짧은 생각에

삼식이었던 내가 귀찮아서 해방감에서 웃는 줄 알았어!

  

그때. 흥 코 웃음을 짓던 와이프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하나같이 속이 좁아진다고 하더니

우리 서방님도 영락없이 똑같구먼.

 

삼식이라는 꼬리표를 떼게 되던 날.

나는 졸지에 속 좁은 남자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나는 기분이 좋다.

를 끔찍하게 생각해 주는 속 깊은 와이프가 내 곁에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이쯤에서 많은 분들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할 지도 모른다.

이 사람이 삼식이를 핑계로 결국은 마누라 자랑을 하고있구먼!

 

소담 <------ 이 친구도 어쩔 수 없는 팔불출이야.

 

팔불출이면 어떻고 구불출이면 어떠랴!

십불출도 각오하고 있으니.......

부디 어여쁘게 보아 주시길.......
나는 이제 삼식이가 아니다.

 

삼식이여 good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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