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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리운 고향

오정포

by 소담* 2014. 8. 15.

소싯적 어느 날형님이 곗돈을 타서 괘종시계를 사왔다

 

괘종시계를 사온 그 날을 나는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시계를 벽에 걸어놓고 형님이 밥 주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는데.

손잡이를 잡고 빙빙 돌리던 형님이 잠시 멈추었다.

 

밥을 많이 먹으면 개가 *자귀가 나듯이 시계도 밥을 너무 많이 주면

고장이 난다고 형님은 여러차례 강조를 했다

 

재깍거리며 시간마다 울리는 괘종소리가 어찌나 신기하던지.

 

한참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세월 탓인지 태엽이 그만 망가지고 말았다

괘종시계가 사라지고 난 후.

 

밥을 먹던 시계가 이제는 (건전지)을 먹는 시계로 변했다.

밥보다 약이 더 좋아서였을까

요즘은 밥을 주는 시계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금이야 시계가 흔해빠진 세상이지만 내가 소싯적에는 시간을

알려주는 것은 유일하게 *오정포뿐이었다.

 

우리 마을에서는 오정포를 줄여서 오포라고 불렀는데 오포는

오포대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말한다.

우리 마을에서는 이를 두고 오포가 분다.’라고 했다

 

들녘에서 일을 하다 지쳐 갈 무렵 요란하게 울리는 오포 소리는

농민들에게는 휴식과도 같은 존재였다

 

오포가 불면 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하던 일을 멈추었다

 

가벼운 일이라면  오포 소리에 맞춰 집으로 돌아오지만 한창 바쁜 모내기철에는

집안에서 장만한 음식을 리어카에 싣고 논과 밭으로 날라야 했다.  

 

점심이 도착하면 어머님은 첫 숟갈 부터 챙기셨다

 

*고수레~~~

 

고수레를 끝낸 어머니는 그때서야 품앗이하는 일꾼들에게 밥을 퍼주기 시작했다.

이 처럼 오포는 그 시절. 수많은 농부들에게 정오를 알려주는 귀중한 보물이었다

이 오포소리는 어찌나 요란하게 울리는지 내 고향 금지면은 물론이거니와 인근에 있는

주생면, 송동면 그리고 저 멀리 수지면, 대강면 까지 힘차게 퍼져 나갔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

 

그 후 시계가 널리 퍼지면서 더 이상 오포 소리를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내 고향 면사무소 앞에는 그때 시절을 뽐내기라도 하는 듯

여전히 그때 그 모습으로 떡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포대가 있다.

 

면사무소 앞 오정포 <사진출처: 다음블로그 '남원다방'(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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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     : 개나 돼지가 과식을 해서 생기는 병. 배가 붓고 발목이 굽는다.

*오정포  : (조선 시대 때) 낮 열두 시를 알리는 대포.  

*고수레  : 들이나 산에서 음식을 먹을 때나 무당이 굿을 할 때

             귀신에게 먼저 바친다는 뜻으로 음식을 조금 떼어 던지는 일.

             농경사회에서 사람이 먹기 전에 처음 든 첫 음식을 신에게 받친 다는 뜻으로

             이는 풍년을 기원하며서 액운을 막아달라는 염원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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