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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리운 고향

아 ! 성건네

by 소담* 2011. 8. 15.

 

내 고향에는 *요천수라고 부르는 강이 있다.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물과 장수군 번암면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쳐지며

강을 이루는데  이 강을 우리 마을에서는 "성건네"라고 불렀다.

 

한강의 상류인 춘천에 남이섬이 있고 서울에 밤섬이 있다면

우리 마을 앞 요천수에는 "성건네" 라는 섬이 있었다.

 

다리가 없던 그 시절.

이 섬을 건너가야 뚝 건너쪽 송동에 있는 논밭을 갈 수 있었기에

마을사람들은 이 섬을 건넌다고 해서 "섬건너" 라고 불렀다. 

 

"섬건너"는 세월이 흐르면서 "성건네"로 변했는데.......

 

"성건네"에는 군데군데 밭이 있었고 뽐뿌라 나무 라 불리었던 

포플러 나무가 여기저기 아름다운 경치를 더해주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까지만 해도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서

천막을 치고 천렵을 즐겼던 기억이 새롭다.

 

이 섬 옆으로는 맑고 푸른 물이 흐르고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우리 또래의 아이들은 방학 때면 이곳에서 멱을 감고 하루를 보냈다 

멱을 감다가 모래밭을 거닐다 보면 발밑에 뭔가가 꿈틀거리는 감각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살며시 손을 넣어 잡아보면 족히 이십 센티가 넘는 모래무지가 잡히곤 했다 . 

 

모래 밑에 모래무지가 있었다면 돌 밑에는 다슬기라 부르는 대사리가 있었다.

대사리를 잡아서 삶으면 파란 물이 우려 나오는데 씁쓸하면서 국물이 얼마나 시원한지.......

까먹는 재미도 보통이 아니었다. 바늘로 돌리면서 알맹이를 빼보면 나선형의 파란 속살이 

나오는데 크기는 작았지만 먹는 재미는 제법 쏠쏠했다.

 

어찌 이것뿐이겠는가!

강물에는 피라미. 은어. 퉁가리. 돌고기. 점줄종개. 얼룩동사리.

뒷걸음의 명수 징거미새우등 수많은 고기들이 떼 지어 살고 있었다.

 

특히 피라미의 수컷은 생식기가 되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울긋불긋한 색을 띠고 있는데 우리는 이 왕등이를 "개모리"라고 불렀다 .

"개모리"는 얕은 물에서 잡기도 쉬웠는데 십여 미터 정도를 뛰어서

쫓아 가다보면 이내 지쳐서 돌 밑에 숨는데, 숨죽이고 다가가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는 고기였다

 

반면에 잡기 만만치 않은 고기도 있었다. 빠가사리라는 불렀던 퉁가리다.

생김새는 메기처럼 생겼는데 아주 작고 색깔은 노란색을 띠며

주로 흐르는 물  돌 틈 사이에 많이 있었다.

만만한 고기라고 함부로 잡다보면 지느러미에서 짜릿한 전기(?)를 내 보내는데

손에 쏘이는 아픔은 지금의 청양고추보다 더 얼얼한 느낌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이렇듯 유년시절 우리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 주었던 요천수!

 

그런데 어느 날 이 평화로운 성건네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땅차라 불렀던 불도저가 들어오면서 이 섬을 완전히 밀어버렸다

논을 만든다는 이유였는데 호드기 불며 놀았던 포플러도 다 베어버렸고

땅콩이 잘 자랐던 미세한 흙들도 어디론가 다들 흩어져 버렸다

하늘도 노했는지 며칠 지나지 않아 큰물이(홍수) 졌다.

논이라고 봐 줘야 할 흙들이 다 떠내려 가 버리고 곱던 모래들만 남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섬만 사라졌을 뿐 백사장은 그런대로 평온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평온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삽차라고 불렀던 포클레인이 다시 요천수를 덮쳤다. 땅차보다 더 지독한 게 

포클레인이었는데 채취된 모래들은 덤프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러기를 수십 날.

 

그 큰 성건네가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포클레인이 떠나고 요천수에 평화가 찾아온 그날...........

어린 내 마음에도 뭔가를 잃어버린 것처럼 뻥 뚫려 있었다.

에스자로 굽이굽이 휘돌던 물들은 평탄작업으로 인해 여러 갈래로 흩어지면서

모래대신 개흙이 쌓여지고 예전에 백사장에서는 볼 수 없던 풀들이 무리지어 자랐다.

 

물은 흐르는 대로 놔두어야 하는 법.

 

모래들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피라미나 빠가사리등 흐르는 물에 기대어 사는 고기들은 

모두 사라지고 고인 물에  서식하는 가물치나 붕어 들이 오늘날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이런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강태공들은 군데군데 파라솔을 펼치고

그들만의 세월을 낚고 있다

 

요즘 말도 많은 사대강. 강은 흐르는 대로 둬야 한다.

 

아! 우리들의 꿈과 희망이 함께 했던 성건네…….

 

나의 유년시절의 흔적을 다 파가버린 버린 그 사람들…….

 

그 많던 모래는 누가 다 가져 갔는가?

 

옹정에서 태어나 이 바위를 모른다면 옹정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이 바위의 상징은 크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누구나 할 것 없이약속이나 한 듯 이곳 바위로 달려갔다

웃통 벗고 뛰어놀던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때 그 시절  내 기억속에 이 곳은 세계에서 제일 큰 야외수영장으로 남아있다

소담의 꿈과 희망이 모두 여기에서 영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출처: 다음 블로그 "남원다방"(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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