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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리운 고향

옹정 팔경(甕井 八景)

by 소담* 2012. 2. 17.

 

옹정 팔경(甕井 八景)

 

● (제1경)  독우울의 달밤

 

독우물은 옹정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전라도 말로 돌을 독이라

부르기도 하고 도가지를 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 독우물은

이처럼 독에서 물이나온다고 해서 독우물이라고 부른다 

 

지금의 옹정이라는 이름은 독우물을 한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옹기옹(甕)에 우물정(井)을 써넣어 甕井(옹정)이라 부르고 있다

독우물은 물이 맑고 시원하며 제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끊이지 않는다

 

이 샘물은 옹정의 서당고샅에 자리 잡고 있는데 삼면(三面)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아래가 둥그렇게 오목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런 지형 때문에 여기에 뜬 달은 신기하고 오묘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

삼면에 에워싸인 달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두 손을 펼쳐들게 되는데 마치 달 속에 산다는 전설속의 옥토끼가

절구를 찧다가 독우물에 반해서 물이라도 마시며 쉬어가려는 듯

동화속으로 금세 빠져들게 된다

 

어디 이것뿐이랴! 우물에 빠진 달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테 두른 쟁반처럼 어찌나 선명하던지 국자를 들고 달을 떠서 금세라도

수란을 뜨고 싶을 만큼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이곳이 바로 독우물이다.정비를 한다는 뜻은 고왔으나 그 시절 돌담으로 둘러 쌓인

토속적인 맛을 잃어 버렸다.온통 시멘트로 도배되어 초등학교 운동장 구석에 있는

급수대처럼 변해 버렸다. 이제 우물에 빠진 달도 볼 수 없고 .....)

<사진출처: 다음 카페 "옹우회"(김경옥)>

 

 ● (제2경)  통일동산에서 보는 금지 뜰

 

통일동산은 안고샅과 간뎃고샅 그리고 서당고샅을 아우르고 있는 산이다

 

옹정을 상징하는 다섯 봉우리중 가장 높고 마을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예전에는 뽕밭이었으나 잠업의 쇠퇴로 인해 민둥산으로 변했다가

초등학교 시절 이곳에 소나무를 심고난 후 통일동산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금정 석정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이곳 동산에서 유년시절을 즐겼다

정상에서 바라본 금지뜰은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킬 만큼 유명관광지

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풍경이다

 

금지평야는 긴 타원형을 띠고 있는데 이 모습을 가장 길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또한 이곳 통일동산이다

물론 고리봉에서도 금지평야를 바라 볼 수 있지만 여기서 보는 맛이

웅장하고 장엄하다면 이곳 통일동산에서 보는 금지평야는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따뜻하고 포근하다

아마도 옹정인이라면 이 풍경을 가슴에 두고 살아갈 것이리라

 

 

(이 곳은 고리봉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장엄하기가 그지없다

사진 중앙에 검은색으로 가로로 길게 그려진 선이 전라선 철길이다)

<사진출처 : 다음 블로그 "청아! 암벽을 탐하러!"(청아)>

 

 ● (제3경)  요천 뚝에서 바라본 성건네

 

성건네는 옹정사람들이 부르는 요천수의 다른 이름으로

어머니의 품과 같은 정겨운 이름이다

 

강폭이 백미터가 족히 될만큼 넓고 큰 강인데

원래 이곳에는 마치 바다의 섬처럼 커다란 육지 하나가 있었다

이 섬을 건너야 강을 넘는다고 해서 이곳을 우리는 성건네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섬은 개발독재 시대에 논을 만든다는 이유로 개간되었다가

나중에는 돌과 모래를 채취해 가면서 그만 섬이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그렇지만 우리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요천수를 성건네라고 부른다

 

멀리 해대에서 망골쪽으로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우리를 경이롭게 했던

어마어마한 쌍무지개가 지금도 눈에 잡힐 듯 두 눈에 박혀있다

 

성건네는 우리에게 바다 못지않은 가슴속에 풍요로운 강이다

 

고향에 가면 꼭 빠지지 않고 바라보고 오는 유일한 곳이기도 한데

그만큼 여기에는 드넓은 향수가 우리를 늘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성건네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송동 망골가는 길이 나오는데

여기에 놓여진 섶다리는 이 곳의 또다른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준다

 

성건네 만큼 많은 사연을 가진 곳도 드물이라

우리 어머니세대에는 이곳은 한이 많은 곳이라 했다

우물이 귀했던 옛 시절 한겨울에도 여기는 아낙들의 빨래터였다고 했다

시어머니 시할아버지 온 식구들의 옷을 빨고 집에 돌아오면 손은 얼고

손이 퉁퉁 부었다는 이야기는 내게는 전설이지만 그 시절 그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살았던 한시절의 풍경이기도 했다

 

 

(옹정인이라면 이 바위를 모를리 없을  것이다. 유년시절의 꿈들이 모두 이 바위 위에서 자랐다

저 멀리 망골의 고갯길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출처: 다음 블로그 "남원다방"(산인)>

 

● (제4경)  전라선 옹정역

 

길을 가다 나훈아의 고향역이란 노래가 흘러 나오면 갑자기 가슴이 뛴다

 

코스모스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옹정역.

 

사실 옹정역은 화려하지는 않았다. 변변한 대합실 하나 갖추지도 못했다

사방이 트여 있고 기둥 몇 개에 비 가림용으로 씌워진 지붕 아래로

긴 의자 하나 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고향 옹정역은 겉이 다는 아니었다. 무수한 삶들이 이곳을 스쳐 지나갔다

 

세월이 흐른 지금 복선화가 이루어 지면서 옛 풍취는 사라졌어도 그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다

 

옹정역 좌우로 펼쳐진 금지평야는 바둑판을 연상시킬 만큼 잘 정리되어 있는데

그야말로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여름철이면 벼들의 싱그러운

녹색이 끝없이 펼쳐지고 가을이면 온 세상이 황금들녘으로 노랗게 물든다.

전라선 역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을 들라하면 나는 주저없이 옹정역을 추천하고 싶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은 기차가 멈춰선지 오래다 . 그러나 그 풍경만큼은 변하지 않은 채

 우리들 가슴속에 기차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사진출처 : 다음 카페 "나무를 찾아서 나를 찾아서"(나무향기)>

 

● (제5경)  금지교회에서 바라본 고리봉 낙조

 

 

뎅-그렁 뎅-그렁

 

 

저녁예배를 알리는 예배당의 종소리가 석양에 울려 퍼진다

저 멀리 고리봉으로 해가 저물어 가고...

 

힘들었던 하루 농삿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농부들에 환한 얼굴이 석양의 종소리와 어찌나 잘 어울리든지.

 

마치 밀레의 만종을 떠오르게 할 만큼 그 풍경은 누구에게나

 

서정적인 풍경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저 멀리 고리봉으로 어렴풋이 해가 지고 있는 풍경이 아늑하기 그지 없다 )

<사진출처 : 다음 블로그 "남원다방"(산인)>

   

● (제6경)  시정계의 새벽 기차

 

시정계는 석정 당산나무가 있는 곳을 일컫는 말이다' 옹정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듯 이 곳은 멋과 한이 한데 어울려 숨쉬는 유일한 곳이다

 

황천길을 가는 망자가 꼭 쉬어가는 곳이기도 했다

노제를 마치고 꽃상여가 떠나갈 때면 통곡이 하늘을 찔렀다

시대가 변해서 지금이야 여자들도 장지까지 따라갈 수 있지만 소싯적

그때만 해도 여자들은 부정을 탄다고 해서 여기 까지만 따라 올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망자와 영원히 이별을 해야 했던 곳이기에 여인네들의 울음소리는

그만큼 더 처연하게 들려왔다

 

멀지 않은 곳에 주막집이 있는데 한여름 밤 친구들과 술 한잔 걸치고 목이말라

헤메일 때 쯤 기적을 울리며 사라지는 새벽기차의 여운은 꿈속을 헤메는 듯

지금도 아련하기만 하다

 

( 왼쪽으로 가면 옹정역이 있고 오른 쪽 길을 따라 가면 망자가 가야 하는 공동산이 있다)

<사진출처: 다음 카페" 옹우회"(힘내자) >

 

● (제7경)  오봉정에서 보는 배산임수

 

풍수에 풍자도 모르는 어중이 떠중이도 알 수 있을 만큼 오봉정에서 바라본 옹정은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지역이다. 이곳에 앉아 마을을 돌아보면 옹정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봉우리가 한눈에 보이고 다시 뒤를 돌아보면 성건네가 눈앞에 있다

 

멀리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김주열 열사의 추모각과 좌청룡우백호라 불리는

명당자리에 노씨제각이 보인다. 고룡앞 논 가운데에 있는 늙은 왕버들나무

한 그루가 그 운치를 한껏 더해주는 보기드문 풍경이다

  

(다섯개의 봉우리를  상징하는 오봉정이다. 오봉정을 지나가면 성건네가 나온다)

<사진출처 : 다음 블로그 "남원다방"(산인) >

 

● (제8경)  개징개재 가는 길

 

이 길 만큼 굽이 굽이 아름다운 길도 드물이라.

길에 들어서면 어느때는 밭뚝길이되고 또 어느때는 논뚝길이 되다가

이내 산속으로 들어가 오솔길로 변하기도 한다

솔밭사이를 가로질러 한참을 가다보면 개징개재가 나오는데

수많은 이야기가 이 개징개재에 남아있다

사실 이 개징개재는 재라고 볼수도 없을 만큼 야트막한 고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뒤뜰에 논과 밭을 일구는 농부들과 땔감을 구하기 위해 비홍재를 오갔던

수많은 아낙들에게는 땀방울을 닦고가는 편안한 쉼터이자 휴식처이기도 했다

 

(개징개재를 넘어 철둑길을 지나면 왼쪽으로 멀리 고리봉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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