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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리운 고향

추억의 금지극장

by 소담* 2011. 7. 24.

 

1970년대 초반.

 

면 소재지이자 내 고향인 우리 마을 옹정에는 한 때 극장이 있었다.

혹여! 의심이 많은 분들은 이렇게 물어올 지도 모른다.

 

촌에 어떻게 극장이 있을 수 있느냐고?

 

산업화 물결이 일어나기 전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 마을은 313가구에

인구수가 1,766명 이나 되었다.  요즘 4인 가구를 기준으로 계산해도 무려

440가구가 될 만큼 마을이 엄청나게 큰 규모였다.

 

덕분에 나는 그 시절 영화배우 이름들을 많이 기억하고 있다.

 

장동휘. 독고성. 이대엽. 박노식.허장강 박암. 김승호

그리고 윤정희. 김지미, 꼬마신랑 김정훈 등등…….

 

부잣집 아들도 아니고 맨날 영화만 보았을리 없지만 그 시절 배우를 

이렇게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극장의 존재가 나에게는 컷다는 뜻이다

 

가진 돈은 없고 영화는 보고 싶고 이럴때는 어쩔 수 없이 작전을 폈다.

 

극장 앞에서 아는 형님들을 만나면 얼른 가까이 다가가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데 운이 좋은 날이면 

형님들이 공짜로 영화를 구경 시켜 주었다.

 

그러나 공짜도 한 두번이지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래도 영화는 보아야 했다(?)

 

매일같이 극장앞에서 서성이던 우리는 어느 날 친구들과 모의를 했다.

 

바로 주인 몰래 극장에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방법은 딱 한군데 바로 화장실 창문이었다.

덩치 큰 어른은 들어갈 수 없고 작은  아이들만 딱 한 명 들어갈 수 있는

크기 였는데 우리는 서로 어깨를 받쳐주며 교대로 극장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재주가 참 대단했다. ㅎㅎㅎ

한때 세상을 시끌벅적 하게 했던 교도소 탈출범 신창원이도 우리만 못했으리라 …….

 

여하튼 이틀간 공짜 영화를 잘 보았는데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3일째 되던 날 몇몇 친구들이 그만 주인에게 잡히고 말았다

호되게 따귀를 맞고 풀려 났다는 친구들의 귀뜸에

 

며칠 후 극장의 화장실 문을 다시 찾아 보았다.

 

사람이 들어 갈 수 없도록 창문을 쇠창살로 단단히 고정시켜 놓았다. 

 

그래도 보고 싶은 영화는 어쩔 수 없는 법.

 

마지막 한 가지 최후의 수단이 남아있었다.

 

보통 영화 끝나기 5분전에 문을 활짝 열어 놓는데 이때는 어김없이 예고편을 상영했다.

문을 활짝 열어 놓았으니 누구나 마음 놓고 들어가서 볼 수 있어서 우리는 오매불망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예고편을 보고 난 다음 날!

영화를 보았다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옆 마을 친구들은 늘 우리 마을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화려했던 극장이 소리 없이 문을 닫았다

집집마다 텔레비젼이 늘어마면서 손님들은 갈 수록 떨어져 가고...

적자를 면치 못한 사장이 결국 망했다는 소리와 함께 극장은 문을 닫고 말았다.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던 추억의 극장은 현재 방앗간으로 변했지만

겉모습 만큼은 아직도 그 시절을 말해 주는 듯 그때 그 모습으로 여전히 고향을 지키고 있다.

 

  제일 왼쪽 중앙에 조그만 박스가 표를 파는 매표소였고 그 다음 박스는 영화 프로가

  붙어 있었더 곳이다.  그 다음의 두 문은 정문이었는데 그 중 왼쪽문은 입구

  오른쪽의 문은 출구였다.   영화가 끝나기 5분전에 오른쪽 출구를 열어두는데  

  우리는 이 마지막 5분의 예고편을   보기위해 영화가 끝날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때의 영화로움은 다 어디로 갔는지 무심한 세월앞에 이제는 흔적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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