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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들의 밀어/일터의 휴식

뺀질이와 살살이

by 소담* 2018. 10. 5.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상대방을 부를 때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난감할 때가 있다.

물론 직책이 있다면 직책에 맞는 호칭을 부르면 되지만 직책이 없는 연장자를

대할 때는 어떻게 불러야 할지 간혹 망설여 질 때가 있는데.

 

이쯤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아저씨라고 부르든지 아니면 형님이라고 부르면 될 것을.......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느냐고.

 

물론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같은 동료인데 아저씨라는 호칭은 왠지

낮 설고 차갑게 느껴진다. 그래서 '아저씨' 보다는 '형님'이 훨씬 편하다.

 

그런데 내 입에서는 형님이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가 않는다.

 

남들은 아무나 형님이라고 잘도 하건만.......

 

글쎄 이것도 내 성격 탓이라면 할 말은 없다.

 

아무튼 거리낌 없이 아무나 형님이라고 부르는 그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남다른데.

성격이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붙임성이 좋다고 해야 할까.

그들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면도 있다.

혹자는 이런 나를 향해 형님이라는 간단한 말 한마디를 가지고 세상 참 복잡하게

살고 있다고 혀를 찰 지도 모른다.

   

글을 쓰면서 서두가  이렇게 길게 이어 지는 이유는 현재 우리 회사에

같이 몸담고 있는 형님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두 인간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나보다 연장자인데 동료 후배들이 이들을 부를 때는 하나같이

 형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아저씨라고 부른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농땡이를 잘 치고 아첨이 심하든지 직원들이 그들 몰래 붙여 준 별명이 하나 있는데

 

한 인간은 *‘뺀질이요  또 한 인간은 *‘살살이라고....

 

그렇다면 두 인간은 왜 이런 별명을 얻게 된 걸까.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생산된 물건을 포장하기 위해서 상품에 따라 하루에

적게는 150많게는 200여개의 박스가 소비된다.

많은 박스가 필요하다 보니 열흘에 한 번 꼴로 박스차가 들어 오는데

문제는 박스 무게가 만만치가 않다는 것.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교묘하게 현장에서 사라지는 두 인간이 있다.

뺀질이는 화장실에 간다고  살살이는 휴게실에 물을 마시러 간다고.......

보다 못한 직원들이 싫은 소리를 하면 둘 다 하는 말이 가관이다.

 

생리적인 현상인데 왜 간섭이냐고.......

 

농땡이를 쳐도 한 눈에 속이 다 보이는 이 인간들.

나이나 적으면 뒤통수라도 한 대 쳐주고 싶지만 둘 다 나이도 많고

말을 해 봐야 싸움만 일어나니 이제는 직원들이 이들을 아예 무시해 버린다.

 

뺀질이와 살살이는 궁합이 참 잘 맞다. 10분간의 휴식시간은 물론이거니와

점심시간에도 늘 같이 붙어 다닐 만큼 둘의 사이는 아주 각별하다.

 

9월 초 어느 날.

 

기사가 납품을 가야 하는데 그날따라 원자재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생산을 급하게 서둘러야 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모든 직원이 회전 속도를 100으로 올리자 눈치 빠른

살살이도 마지못해 100으로 동참을 하고 있건만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뺀질이는 여전히 속도를  70으로 놓고 급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팀장이 공장장에게 진정을 했다

뺀질이 하고 더 이상 같이 일 못하겠다고.

뺀질이의 이런 행동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공장장이

그날 바로 뺀질이를 부르더니 해고 통지를 해 버렸다.

 

9월 말일까지만 다니고 퇴사하라고.......

 

*잘코사니!

 

그 날! 10년 묵은 체증이 한 순간에 내려가듯 얼마나 고소했던지!

나도 모르게 입안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렇다면 똑같이 농땡이 치던 살살이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살살이는 눈치가 아주 빠르다.

어쩌다 공장장이나 오너가 현장에 오는 날이면 마치 자기를 보라는 듯

일을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마음에 들려고 비위를 맞추며 온갖

아양을 떠는데 그 모습이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팀장이 자기보다도 두 살이나 아래건만 상급자라는 이유로 팀장이

시키는 온갖 궂은일과 심지어 사적인 담배심부름까지도 곧 잘 해준다.

팀장이라는 작자는 살살이의 농땡이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면서도

만만하고 부려먹기 편한 탓인지 모르는 척 눈감아 주고 있는데.

 

상대방을 배려 할 줄도 모르고 오로지 자기 몸 하나만

편하기 위해서 잔머리를 굴리며 사는 속 좁은 인간들.......

 

오늘은 뺀질이가 퇴직한지 닷새째가 되는 날이다.

 

뺀질이가 떠난 후.

 

말 친구를 잃어버린 살살이가 심심했는지 모처럼 내게 말을 물어왔다.

 

다른 사람들은 다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왜!  자기만  아저씨라고 부르냐고.......

 

그 순간 갑자기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속마음 같아서는  이 인간아! 나잇값을 해야지. 꼴에 형님소리가 듣고 싶어.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애써 꾹 참았다.

그래도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살살이를 무시 할 수도 없고

대답은 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저씨! 그것은 내가 알아서 할일인데 도대체 그걸 왜 물어요?

  

'아저씨'라고 부르는 내 말이 듣기 싫었는지 일을 내 팽개치고 또 바깥으로 나갔다.

오늘도 살살이는 두 시간의 작업시간 동안에 화장실을 무려 세 번이나 오갔다

 

돌아올 때 마다 담배에 절은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어찌나 역겨운지.

 

 

퇴근 후.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와이프와 함께 저녁 산책길에 나섰다.

때마침 바람을 타고 어디에선가 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을 스치며

지나가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커다란 은목서가 우리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향기에 이끌려 우리는 가던 발길을 잠시 멈추고

은목서의 꽃 내음에 흠뻑 빠져 들었다.

 

산책을 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기 회사에서 있었던 얘기가 오갔다.

와이프가 다니는 회사에도 뺀질이와 살살이가 있다고.

이들 때문에 날마다 여러 직원들이 여기저기서 자주 다툰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어느 직장을 가든 뺀질이와 살살이는 꼭 있는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켰다. 리모컨을 들고 한참동안 이 방송 저 방송을

전전하다가 우연하게 불교방송에서 채널이 멈추었다.

때 마침 스님이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새삼 이 분의 말 한마디가 내 머리에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남을 바꾸려고 하지마라!”

"어차피 내가 그들을 바꿀 수도 없는데 왜 내가 피곤해져야 되는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라!"

 

스님의 이 한마디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스님의 말처럼 뺀질이와 살살이의 못된 행동을 내가 고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냥 주어진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될 것을.......

무엇 때문에 그들을 미워해야 하는지 나도 내 마음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결론이 여기에 이르러 내 마음이 달라졌다

 

이제는 그 들의 못된 행동을 볼 때마다

 

이 시간도 지나가려니.......

오늘도 또한 지나가려니.......

 

이렇게 도를 닦으며 내 마음을 다 잡아야겠다.

그래야 내 정신건강도 좋아질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하는 얘긴데.

 

뺀질아살살아~

농땡이를 치든지 아첨을 하든지 너희 꼴리는 대로 살 거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너는 너고 나는 나인 것을........

 

====================================================================================

 

*뺀질이 : (명사)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을

                       속되게 또는 얕잡아 이르는 말

*살살이 : (명사) 그럴듯하게 남을 꾀거나 간사스럽게 아첨을 부리는 사람

*잘코사니 : (감탄사) 미운 사람이 당한 불행을 고소하게 여길 때 하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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