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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들의 밀어/일터의 휴식

홍일점( 紅一點)이 살아 남는 법

by 소담* 2015. 3. 21.

소싯적 어느 날.

 

골목길에서 한 참을 뛰어놀고 있던 그때 저 멀리서  

잰걸음로 바쁘게 걸어 오시는 어머니가 한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삼밭에 가는 중이었는데 눈치를 챈 나는

껑충껑충 뛰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삼밭으로 향했다.

 

삼밭에는 나보다도 훨씬 키가 큰 삼들이 빽빽이 자라고 있었는데 한참동안

삼밭을 빙 둘러 보시던 어머니께서 갑자기 삼밭 안으로 들어가셨다.

잠시 후 어머님이 쑥대를 뽑아들고 나타났는데.

어머니는 뽑은 쑥대를 내게 보여주며 이런 말을 남기셨다

 

 이 저도 삼 인줄 아나 봐!

 

어머니는 뽑은 쑥대를 밭둑 가장자리로 휙 내 던졌다.

 

마중지봉(麻中之蓬)이라는 말이 있다

삼밭에 난 쑥이라는 뜻으로 이 말은 곧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디서 어떤 여건에서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느냐가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 주는 말로

오늘 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말 중의 하나다.

 

삼 (사진출처: 다음 블로그 "푸른 숲의 약이되는 풀"(청림)

 

요즘 회사에 일이 바쁘다

주문하는 수량이 늘어나서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알바까지 모집하면서

생산을 하고 있는데 종종 알바들이 일의 흐름을 깨뜨리는 경우가 생겨났다

 

작업할 때 선을 감는데 사용하는 보빈이라는 것이 있다. 이 보빈은 구형과 신형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구별법은 구멍의 크기로 확인을 할 수 있지만 이를 잘 모르는

알바들은 자꾸만 구멍이 큰 구형을 들고 나타났다

 

귀찮은 나머지 이 기회에 구형을 따로 포장해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마침내 포장이 끝났다.

 

다시는 알바들이 가져오지 못하도록 구형 사용금지라는 글씨를 써 놓기 위해

매직을 찾고 있는데 이런 내 마음을 다 알기라도 한 듯 가까이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아주머니가 앞치마에서  매직을 꺼내 들고 오더니 박스위에 큰 글씨로 이렇게 써 놓았다

 

구멍 큰 것”  내 마음 같아서는 구형 사용금지라고 써 놓으면 좋으련만

아주머니는 이렇게 구멍 큰 것이라고 썼다

 

구멍이 큰 것이면 써도 된다는 뜻인지 아니면 써서는 안 된다는 뜻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녀의 헷갈리는 글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그 때 아주머니가 갑자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어라! 웃을 일도 없는데 이 아주머니가 왜 이래!

  

나는 혼자서 웃고 있는 아주머니가 이상했다. 아주머니의 웃음소리가 하도 요란 했는지

때마침 곁을 지나가던 반장이 가까이 다가왔다

 

아주머니가 손으로 박스 위를 가리키며

 

내가 글을 써 놓고도 내가 웃긴다. 하하 하하하.

 

구멍 큰 것

 

반장이 박스위에 써 놓은 글을 보더니 아주머니와 같이 파안대소하면서 하는 말

 

어딜 가나 이 구멍이 문제란 말이야!”

 

나는 두 사람의 웃음이 무얼 뜻하는지 뉘 늦게 알아 차렸다.

 

그 순간! 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정작 글씨는 아주머니가 써 놓았는데 왜 내가 쑥스러웠는지.......

 

하지만 잠시 후 나도 덩달아 따라 웃었다

 

동감을 하고 있는데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태연하게 있는 것도 모양새가

조금 어색할 것 같아서 같이 웃었지만 뒷맛은 왠지 씁쓸했다

 

아주머니로 인해 한바탕 웃었지만 나는 이런 아주머니가 처음부터 맘에 들지는 않았다

 

처음 입사하던 날.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는데 얼굴이 참 고왔다.나이는 나보다 한 살 위인데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로는 이 아주머니가 유일하게 홍일점이었다.

 

아주머니는 많은 남자들 앞에서 육두문자도 때론 성에 관한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주고받을 만큼 그의 언행은 남자 못지않게 거칠었는데.......

 

어느 날 출근길에서 우연히 아주머니를 만나 동행을 하게 될 기회가 있었다.

대화를 나누며 길을 걷는데 의외로 눈을 마주치지 못할 만큼 순진한 면이 많았다

다소곳하면서 어찌나 부끄러움을 잘 타는지........

 

이런 아주머니가 어떻게  많은 남자들 앞에서 기하나 죽지 않고 당돌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은 시간이 흐르면서 곧 풀렸다.

 

소싯적에 어머니를 따라 삼밭에 가 보면 삼들처럼 키가 엄청 높게 자란 쑥을 볼 수가 있었다

 

삼들에게 둘러싸인 쑥은 햇빛을 못 보면 죽는 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살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며 키를 키워 나갔던 것처럼 어쩌면 이 아주머니도 거친 남자들 속에서

살기위해 나름대로 생각해 낸 삶이 아니었겠는지........

 

그녀의 이런 화끈한 삶은 모든 남직원들이 그녀를 함부로 대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사랑하는 우리 와이프는 어떤 환경 속에 일하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 졌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출근을 했던 와이프가 때마침 집으로 돌아왔다

 

싸모야!

자기 일하는 곳은 남직원이 많아? 여직원이 많아?

 

! 우리는 여자들 세상이야.

 

그런데 갑자기 그걸 왜 물어요?

 

다행이네라는 소리가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나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안도해 하는 내 눈빛을 알아채기라도 한 걸까!

 

싱겁다는 듯 피식 웃던 와이프가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하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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