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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들의 밀어/일터의 휴식

껍데기는 가라!

by 소담* 2015. 11. 20.

나는 노동자다

 

하루 10시간의 노동일을 하고 있는데 일을 하다 보면

일하는 것보다도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일이 있다

 

동료들 중에는 잘 났다고 땍땍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늘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사람도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이런 사람들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싶지만

한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멀리 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심하다.

 

오늘도 서열 1위인 A 형님과 서열 2위인 B 형님은

여느 날처럼 또 다투고 있다.

 

입사 순서로 보나 나이로 보나 A 형님이 선임인데도 불구하고

한 달 늦게 들어 온 B 형님이 자꾸만 A 형님을 무시하고 있다

 

고래 등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처럼 그때 마다 A 형님을

따르는 직원과 B 형님을 따르는 직원들이 서로 양분이 되었는데.......

 

싸움의 발단은 늘 근무시간 때문이었다.

 

우리 회사는 자체 식당이 없어서 점심을 해결하려면 식당까지

이동 시간만  5분이상이 걸린다.

 

그래서 왕복을 하면 무려 10여분을 거리에서 보내게 되는데 이렇다보니

황금 같은 점심시간이 짧아진 나머지 직원들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점심시간이 1230분부터니까 당연히 1230분까지 근무를 해야 한다는

A 형님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1220분에 일을 마쳐야 된다는 B 형님.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르고의 차이는 둘째 치고 10분이라도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대 다수의 직원은 당연히 B 형님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보니 직원들이 두 사람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만 하는

희한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던 어는 날. 그 동안 주임으로 있던 A 형님이 계장으로 승진을 했다.

 

계급장을 등에 업은 A 형님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고

이를 보기 싫어했던 B 형님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A 형님이 승진을 하면서 직책수당이 이십만 원이나

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B 형님은 그 뒤로 A 형님과 더 자주 다투었다

 

최근 회사에 수주량이 엄청 많이 늘어났다

 

밤마다 야근을 해도 주문량을 따라 갈 수 없게 되자 한 달 전 급기야

제 2공장 하나를 새로 지었다.

 

그렇게 해서 신축공장이 문을 열었는데 마침내 입사순위 2위인 B 형님이

2공장의 계장으로 승진이 되었다

 

두 사람의 지겨웠던 긴 싸움은 공장이 분리되면서 비로소 끝이 났다

 

신입사원이 늘어나면서 많은 직원들이 두 공장으로 나뉘어 졌는데.......

복불복이라고 할까 나는 B 형님과 같이 신축공장으로 배치되었다

 

그런데 첫 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계장으로 승진한 B 형님이 갑자기 갑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자기가 1공장에서 일 할 때는 점심시간 전에도 종료시간 전에도

10분 일찍 일을 마쳤었는데 승진을 하고 나더니 갑자기 작업시간을

정시까지 근무를 하라는 것이었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계장으로 승진하기 전에는 늘 10분전에 마쳤던 그가 아니었던가.

많은 직원들이 갑질을 일삼는 B 형님 때문에 스트레스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계급장이 깡패라는 말처럼 그저 따를 수밖에.

 

오늘은 월급날

 

1공장에서 신축공장으로 분리되어 나온 지 어느 듯 한 달이 지났다

한 참 일을 하고 있는데 경리 아가씨가 급여 명세표를 들고 나타났다

꿀같은 10분간의 휴식시간. 각자 커피를 마시며 봉투를 열고 금액을 확인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B 형님이 평소와는 다르게 월급 명세서를 자꾸만 숨겼다.

 

그 순간 짧은 내 생각에 똑같이 일을 하는데 혼자만 직책수당이 올라

미안한 마음에 숨긴 것 같아서 B 형님의 내력서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경리 아가씨가 떠나고 다시 일이 시작 되었다

 

그런데 늘 앞장서서 일을 하던 B 형님이 웬일인지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B 형님이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이상한 말을 건네 왔다.

 

소담씨! 내가 말하기 부끄러운데 명세서를 보니 직책수당이 없네.

 

깜짝 놀란 나는

 

아니. 형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

1공장 A 형님이 직책수당으로 이십만원을 받고 있다고 했는데…….

형님도 이제 승진을 했으니 당연히 받아야지요.

아무래도 경리 아가씨가 뭔가 착각했나 보네.

 

그때서야 형님이 내게 명세서를 보여주었다

 

헉 이럴 수가 세상에직책수당 자리가 하얀 공란으로 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1공장에 A 형님은 분명히 직책수당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궁금한 나머지 B 형님이 앞 공장에 최근에 승진한 계장을 찾아가 직접 물어보았단다.

아니나 다를까. 이 분도 잔뜩 기대를 했는데 아무런 수당도 없이 직책만 올랐다고.

 

B 형님이 뚜벅뚜벅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푸념하며 쏟아내는 말.

 

에잇. 더러운 세상.

1공장 A 형님이 받지도 않은 수당을 받았다고 내게 뻥을 틀었네.

 

여하튼 이 인간! 상종 못할 인간이야.

 

그렇다면 1공장에 형님은 받지도 않은 돈을 왜 받았다고 했을까

추측해 보건데 아마도 A 형님이 자기를 업신여기는 B 형님에게 약을

올리기 위해 직책수당을 받았다고 심술을 부린 것이 분명했다

 

두 사람은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현재 진행형으로 여전히 다투고 있다.

 

투덜거리던 B 형님이 갑자기 변했다

 

갑질을 해대던 기고만장함은 어디로 갔는지 생기 잃은 얼굴에 축 쳐진

어깨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동안 갑질에 대한 미움보다는 같은

노동자로서 어떤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승진을 하면서 더 열심히 뛰었건만 그에 따른 직책수당도 없으니......

 

허울 좋은 빈껍데기의 계급장. 뒤 늦은 깨달음이랄까!

 

그의 입에서 나지막하게 투덜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뼈 빠지게 일해 주면 뭐해 알아주지도 않는데.......”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계급장을 달아주면 그 계급장에 맞게 일을 하게 되어있다

B 형님의 갑질은 미웠지만 그 만큼 더 열심히일을 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보답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노동자들이 직책에 맞는 대접을 받고 일한 만큼

보답을 받는 세상은 도대체 있기나 한 건지…….

 

B 형님을 지켜보면서 계급만 남발하는 이런 회사를

언제까지 다녀야 할지 정말 기분 더러웠다.

 

 

퇴근 길.

 

발 길이 나도 모르게 점방으로 향했다. 막걸리 한 병과 요즘 제철이라고 하는

과메기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식탁에 앉았다

 

껍데기가 판을 치는 이 더러운 세상!

 

나는 오늘도 막걸리 한 잔으로 나를 위안 해 본다.

 

氏發老無 世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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