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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시월의 마지막 밤

by 소담* 2023. 11. 1.

 

해가 질 무렵 홀로 대청천 둘레길을 거닐었다.

찬바람 때문 인지 오가는 사람들이 부쩍 줄어든 둘레길은 

호젓하다 못해 왠지 스산하기까지 했는데.......

 

그때 나도 모르게 입에서 노래 하나가 절로 나왔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에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 채

우리는 헤어 졌지요

그 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가수 ‘이용이 불렀던 잊혀 진 계절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찾는다.

그들은 왜 하나같이 시월에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는 걸까.

가사처럼 모든 사람들이 슬픈 이별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길을 걸으며 잠시 생각해 보니.

 

가을은 참 짧다.

어쩌면 시월에 마지막 밤이 아쉬운 것은

아마도 이런 짧은 계절 탓이 아니었을까.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소파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 사이. 

별안간 까닭모를 그 무언가가 내 가슴을 짓눌렀다.

공허감이랄까. 아니면 허무감이랄까.

시 내가 가을을 타는 남자라도 된 건가.

 

참 이상했다. 산책을 갔다 오면 마음이 상쾌해야 되는데........

산책길에 만난  스산한 풍경이 내 곁을 계속해서 맴돌고 있다.

이런 때 일수록 차라리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살며시 안방으로 들어섰다 

 

침실에 놓인 전구 조명등이 은은하게 그윽한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만 야릇한 불빛에 깜짝 놀랐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엊그제 쇼핑을 하던 중 

와이프가 예쁘다고 그 자리에서 단박에 구입한 전구가 아니던가.

그 날은 한낱 그저 그런 조명등인 줄 알았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제법 그럴 듯하다.

 

전구 안에 들어있는 꽃들이 불빛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우리의 침실을 밝혀주고 있는데.

 

그 순간 와이프의 마음이 자못 궁금해 졌다.

 

웬일이야!

 

, 오늘이 시월에 마지막 밤인데 그냥 분위기 좀 내 보고 싶어서.........

 

시월의 마지막 밤이 무엇이 길래 이토록 멋진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야릇한 분위기에 이끌려 침대에 오르는 그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가슴을 꼭 짓누르고 있던

무거웠던 감정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시간은 깊어가고.......

 

한참동안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던 방안이 갑자기 조용해 졌다.


들려오는 것은 정적을 깨는 벽시계의 무거운 초침소리 뿐.

 

하지만 침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내 비비대는 우리의 향긋한 *살내음에 취해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우리들의 시월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살을 섞으며 지나갔다.

 

글을 보면서 그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 올지도 모른다.

 

뜨거웠느냐고.......

 

내 나이 예순 둘! 신혼 때의 뜨거움이야 있었겠냐마는

분위기만큼은 '그때보다도 더 좋았다.' 라고

살며시 귓속말로 전해 주고 싶다.

 

찬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고 괜스레 스산한 가을날이다.

이런 날 혼자 있으면 자칫 우울해 지기 쉬운 법.

이런 때 일수록 애인도 좋고, 친구도 좋고, 와이프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적극 어울려 보자.

 

멋진 밤도, 뜨거운 밤도, 아름다운 밤도

 

그리고 지나가는 이 가을도,

 

누구나 자기가 어울리기 나름이 아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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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내음(명사) : 살에서 나는 냄새를 운치 있게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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