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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말 한마디가 빚은 촌극( 寸劇 )

by 소담* 2023. 9. 16.

금요일 오후!

 

퇴근을 하는데 현관문에 들어서는 순간 와이프가 갑자기

미용가방과 염색약을 들고 내 앞에 나타났다.

 

미래 아빠!

오늘 머리 깎고 염색 합시다.

 

무슨 일이야!

다른 때는 깎아 달라고 사정을 해도 깎아주지도 않더니만.

 

피식 웃던 와이프가 내가 의자에 앉자 손놀림이 바빠졌다.

 

머리를 다 깎고 염색을 마친 그때 와이프가 한 가지 부탁을 해왔다.

 

내일 오전 근무만 하니까 12시에  자기 좀 데리러 와 달라는 것.

 

사연을 물어보니 카플 하는 직원이 내일 약속이 있어서

다른 차를 타고 와야 된다고 한다 

 

때마침 토요일 특근이 없던 나는 흔쾌히 약속을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약속을 마친 와이프가 느닷없이 장롱을 열고 이 옷 저 옷을

살피더니 내일 입을 옷을 미리 선별해 주는 것이 아닌가!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착 달라붙은 찢어진 청바지!

 

생각을 해 보니 내일 직원들을 만났을 때 내 모습이

초라하지 않게 은근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토요일 오전.

 

와이프가 코디해 준 옷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모처럼 쉬는 토요일 이어서 인지 어찌나 기분이 상쾌하던지

가는 내내 간간이 비가 내렸지만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이윽고 와이프의  회사 앞에 도착했다 

 

잠시 차에서 내려 회사 앞을 서성이는 그때  저 멀리서 와이프가

내곁으로 뛰어 오는데 그때 직원중 한 명이 와이프를 불렀다

 

언니야!

아저씨 너무 멋지시다.

 

내가 멋지다는 말에 씩 웃던 와이프가 하는 소리가 가관이다

 

무슨 소리 야!

우리 아저씨 한 물 갔어.

 

와이프의 실없는 소리에 아주머니들이  한바탕 요란하게 웃는데

그 순간 어찌나 쑥스럽던지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보니

내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도 파랗게 웃고 있었다.

 

 

와이프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깨가 우쭐해진 나는 살며시 와이프를 불렀다

 

싸모야!

잘 나고 보니 오늘 멋지다는 소리도 듣과 기분이 좋구먼!

 

그 순간 와이프의 표정이 싸하게 굳어지면서 갑자기 차안에

냉기가 싸르르 흘렀다

 

이봐요. 아저씨!

내가 이발해 주고 염색해 주고 코디까지 해 줬는데

무슨 소리야!  자기가 잘 나서라고 흥!

공들여 해 주면 뭐해. 한 물 간 얼굴이 뭐가 잘났다고

남의 덕도 모르고 허튼 소리나 하고 있으니!

 

와이프의 비꼬는 소리에 아뿔싸!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를 멋지고 젊게 만들어 준 것은 분명 와이프가 아닌가.

 

주저 없이 와이프를 불러 말실수를 사과하는데.

 

*싸모야!

내가 실수를 했구먼.

미안하네모든 것이 다 자네 덕분일세!

 

"뭐라고요"

“맘에도 없는 헛소리 그만하고 운전이나 똑바로 해요!”

 

애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더니 내가 이런 꼴이다.

 

싸늘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에둘러 화제를 바꾸었다.

 

싸모야. 배고프지!

점심 때 맛있는 요리 해 줄게 잠시 기다리고 있어.

 

오는 길에 차를 슈퍼 앞에 대 놓고 돼지고기 목살을 골랐다.

마음 같아서는 좋아하는 막걸리도 한 병 사고 싶었지만

혼술을 줄이겠다고 다짐한터라 얼른 수퍼를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묵은지 돼지볶음이 완성이 되었다.

 

내 솜씨로 직접 조리한 "묵은지 돼지고기 볶음"

 

완성된 요리를 식탁위에 올려놓으니 와이프가 맛을 보는데

그 표정을 보니 입가에 웃음이 완연하다.

 

맛이 어때?

 

와이프의 엄지손가락이 하늘로 향하더니 하는 말이 재밌다

 

와!

우리 서방님! 요리 잘 하네.

다음에 또 해 줘요~~~

 

또 해달라는 와이프의 말에 잠시 셈법이 복잡해 졌다.

 

에이 그냥 아귀찜이나 배달 시켜 먹을 걸.

자주 해달라고 하면 귀찮을 텐데 괜히 해 줬나!

 

대답 없이 머뭇거리고 있는 그때 와이프가 다시 물어왔다.

 

해 줄 거 에요!

안 해 줄 거 에요!

 

허허. 이것 참 어떻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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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별 수 있어.

 

자네 덕분에 사는데 또 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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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모야! : 소담<---- 이 친구가 옆지기를 부를 때 쓰는 "애칭"이다.

* 촌극 : (명사)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우발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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