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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나는 몇 살로 보일까?

by 소담* 2023. 2. 19.

혈압약을 타기 위해 병원에 들렀다

 

병원에 도착하자 카운터 앞에 예닐곱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앞에서 칠십대로 보이는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면도도 염색도 안 한지가 꾀 오래 되었는지

덥수룩한 수염에 흰 머리가 한 눈에 봐도

제법 나이가 들어 보였다.

 

잠시 후 순서대로 카운터에 놓인 에이포 용지에

성함과 생년월일을 적는데 앞에 적어 놓은

아저씨의 생년월일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1963년 10월 9일생.

 

나보다 한 살 작건만 왜 이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는지?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시선이 자꾸만

아저씨에게 쏠렸다.

 

역지사지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남들은 나를 몇 살로 볼까!"

 

그 순간 새삼 내 모습이 궁금해졌다.

 

처방전을 들고 병원을 나서는 길. 

 

승강기에 타는 순간 거울속에 내 얼굴이 나타났다.

두 달 동안 파마를 안 했더니 머리가 다 풀려 있고 염색도

안 한지가 오래되어 흰머리가 양 옆으로 하얗게 드러나

있는데 아무리 봐도 내 모습이 조금전에 만났던 아저씨와

영락없이 닮아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이 보기 싫어서

작심을 하고 단골 미용실에 들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단골집이 폐업을 한 채  문이 닫혀 있었다.

 

 

할 수 없이 다른 미용실을 찾고 있는 그때 때마침 새 미용실이 

한 눈에 띄었다.

 

미용실 안을 살펴보니 주인과 종업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살며시 문을 열고 비용을

물어 보았다.

 

파마하고 염색하고 커트를 하려고 하는데 비용이 어떻게 됩니까?

 

원장으로 보이는 주인이 "칠 만원인데요” 라고 하는데.

 

그 순간 내 머릿속이 셈법으로 복잡 해졌다.

단골집이 문을 닫기 전에는 육 만 원에 했는데 칠 만원이라니!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연필이라도 깎아 야지!" 라는

심정으로 곧 바로 흥정에 들어갔다

 

마침내 육만 오천 원에 흥정이 끝나고 미용실 안으로 들어섰다.

 

이내 파마가 끝나고 머리위로 하얀 비닐캡이 씌워졌다.

 

잠시 텔레비전을 보다가 눈을 감고 쉬는 사이.

아가씨가 갑자기 떡을 들고 나타났다.

 

떡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정중하게 사양을 하고 다시 눈을

붙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또 귤과 사탕을 들고 왔다.

 

애고!

제가 신 것과 단 것을 싫어해서 죄송합니다.

먹은 거나 진배없네요.

 

두 번이나 거절을 하고 나니 고개를 갸우뚱 거리던 아가씨가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나를 불렀다.

 

아저씨! 혹시 술 좋아하시죠?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아가씨가 어떻게 내가 술을 좋아하는지 알았어요?

 

내 물음에 호호호 웃던 그녀가 하는 말이 재미있다.

 

우리 아빠가요. 술을 엄청 좋아시하는데 아저씨처럼

떡이나 과자 신 과일은 전혀 입에 대지 않거든요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니!

신기한 나머지 아가씨의 아빠 나이가 궁금 해 졌다.

 

아가씨! 아빠 나이가 어떻게 돼요?

 

올 해 예순 둘입니다.

 

아가씨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그때.

아가씨가 느닷없이 내 나이를 물었다.

 

아저씨!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그 순간 아가씨의 눈에 나는 지금 몇 살로 보일까?

대답대신 아가씨에게 되물었다.

 

아가씨는 내가 몇 살로 보여요?

 

그런데 내 물음에 아가씨가 넌지시 불만을 드러냈다.

 

어른들은 이상하더라! 나이를 물어보면 대답을 안하고

거꾸로 자기가 몇 살로 보이냐고 묻더라.

 

그때 원장이 말을 가로채고 나섰다.

 

너도 나이 먹어봐라!

나중에 나이들면 너도 그렇게 될 걸.

 

원장의 말에 당황한 듯 멋쩍어 하는 아가씨에게 나는

주제넘게 또 다시 내 나이를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아가씨가 불쑥 꺼내는 말!

 

오십 대 중반 아니세요?

 

그 순간 또 원장이 말을 가로챘다.

 

에이.

그것은 아니고 내가 보기에는 오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사십대 초반의 원장이 나잇값을 하는 듯

내 나이와 근접한 숫자를 댔다. 이쯤에서 궁금해하는

두 사람을 위해 내 나이를 전격 공개 했다.

 

아가씨 아빠하고 나하고 나이가 똑같네요! 

 

그 순간 아가씨와 원장이 헉하더니 소리쳤다.

 

아저씨. 정말이에요!

 

 

두 사람 모두 내가 생각보다 젊어 보인다고 놀라는데

그 순간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잠시 후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 앞에 섰다.

 

원장이 개업 기념이라고 하면서 에센스를 선물로 주는데

나이도 젊게 봐주고 덤으로 선물까지 얻고나니 갑자기

통이 커졌다

 

'원장님카드 그냥 칠 만원 끊으세요'

 

그 순간 원장님의 입이 귀에 걸렸다.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는 길.

 

 

 

내 나이보다 젊게 보인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서 일까!

 

상큼한 봄바람에 나도 모르게 정훈희의 '꽃길' 노래가

입안에서 절로 흘러 나왔다.

 

 

진달래 피고 새가 울면은~~~

두고 두고 그리운 사람~~~

잊지 못해서 찾아오는 길~~~

그리워서 찾아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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