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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국물 타령

by 소담* 2023. 1. 14.

퇴근길 직원들과 함께 마신 술 탓일까.

밤새 뒤척이다가 잠에서 깨었다

 

이런 날 괜스레 한 숨 더 자겠다고 누워있다가는 주말이 허무하게 지나간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찬물을 한 컵 들이키고 나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식탁 앞에 앉아 밥을 먹는 그 순간!

 

숟가락이 있으면 젓가락이 있어야 하듯 밥이 있으면 국이 있어야 하거늘.

간밤에 술 마시고 온 것을 모를 리가 없는 와이프건만 내가 원하는

 “국”은 없고 엉뚱한 것만 가득 차려놓았다

 

고등어구이 두 마리, 시금치무침, 풋고추멸치조림, 손대기 싫어하는 양배추 쌈,

이것저것 빼고 나니 젓가락이 갈 데가 없다

*데시기는 나와는 달리 맛있게 식사하는 와이프를 보니 

은근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에이 참! “그 흔한 미역국이나 콩나물국이라도 하나 끓이지!”

 

이런 나의 국물 투정이 못마땅하다는 힐끗 노려보던 와이프가 

 

“그냥 드세요” “직접 끓여 드시든지” 하면서 짜증을 냈다

 

“이 사람아. 내가 국을 끓일 줄 알아야지?”

“못 끓이니까 이러는 것 아니야!”

 

그러자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 큰소리를 치는데

 

아니!  그 흔하디 흔한 미역국 콩나물국도 여태까지못 끓여요?”

 

이때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이들이 갑자기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와이프와 나는 지금! 은근슬쩍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의 이런 모습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하긴 아이들이 들어도 웃을 만도 하다

 

흔하다고 하는 미역국하나 콩나물국 하나도 못 끓이는 주제에

국도 안 끓여 준다고 투덜거리고 있으니.......

 

 

나는 얼른 화제를 돌리기 위해

 

"얘들아!"

“빨리 밥 먹자. " 아바타 영화 보러 가야지”

 

그 순간 와이프가 느닷없이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얘들아! " 영화는 오후로 예매해 놓았으니까 밥 천천히 먹어라."

“아빠가 할 소리가 없으니까 괜히 엉뚱한 소리하신다.”

 

아뿔싸!

여자들 하고 말다툼하면 열에 아홉은 남자가 진다더니 나 역시 똑 같다

 

세월여류(歲月如流)라고 했던가.

몇년 전까지만 해도 마른반찬에 밥도 잘 먹었건만

요즘에는 국이 없으면 도통 밥이 넘어가지 않으니.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가 보다.

 

밥을 먹고 난 뒤 뾰루통 해진 나를 달래기라도 하려는 걸까!

후식으로 사과를 주면서 와이프가 말을 건네 왔다.

 

미래 아빠!

 

나이가 들수록 남이 나를 보살펴 주기를 기대하지도 말고 

남이 무엇인가 해 줄 것을 기대하지 말아요!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지금처럼 우리가 같이 살면 몰라도

나중에 우리 둘 중에 누군가 한 사람이 저 세상에 먼저 갈 텐데

그때 혼자 살아가려면 콩나물국 미역국은 기본으로 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와이프의 말을 듣고 보니 그 동안 내가 너무 와이프만 믿고 살아 왔던 것 같다.

 

일본에 유명한 작가 '우에노 지즈코'가 지은

"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 이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남자일수록, 나이 들수록 다시 배워야 한다." 라고.......

 

오늘 저녁에는 콩나물국을 내 손으로 직접 끓여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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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기다: < 타동사>  사람이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아 억지로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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