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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봄 바람

by 소담* 2023. 4. 16.

 

일요일 아침 8시!

 

모처럼 긴 잠을 자서인지 한 주 동안 노동으로 지친 몸이

조금은 가벼워 진 것 같다.

곁에 있는 와이프는 아직도 한 밤 중을 헤메고 있고

두 아이는 떠메어 가도 모를 만큼 깊이 잠들어 있는데.

 

이런 날은 도둑고양이처럼 살며시 움직여야 한다.

조용히 밥을 먹고 어제 사다 놓은 막걸리 한 병과

오렌지를 배낭에 넣고 산행 길에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반룡산.

 

반룡산은 장유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어느 산이나 마찬가지로 정상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풍경은

하나같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바둑판처럼 시원하게 펼쳐진 김해평야 위로 저 멀리 부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데.......

 

이 좋은 풍경을 눈앞에 두고 어찌 술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정상에 놓인 벤치에 앉아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나니

온 세상이 풍요롭기 그지없다.

 

 

대청천을 지나 조만강으로 들어서는 길.

 

그때 저 멀리서 염소 한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풀을 뜯어 먹고 난 자리에 동그랗게 햐얀 맨땅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소싯적 어떤 풍경하나가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우리 마을 앞에는 조그만 교회가 하나 있는데 사방이 논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뒷마당은 밀회를 즐기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

 

추수를 끝내고 갈아 놓지 않은 평평한 논에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뚝새풀이 무성하게 자랐는데.

 

십오야 둥근달이 둥실 떠있는 어느 날 밤.

 

여자 친구와 나는 교회 뒷마당에 있는 논에서 만났다

우리는 무엇이 그리 쑥스러웠는지 그 흔한 눈길  한 번

마주지치 못한 채 쪼그리고 앉아 애꿎은 뚝새풀만 뜯었다

 

얼마를 머물렀을까!

 

한참의 얘기를 마치고 일어서는 그 때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에

둥그랗게 원 두 개가 마치 눈사람처럼 환하게 바닥이 드러났다.

 

"누가 이렇게 멋지게 풀을 뜯어 놓았지!"

 

"누구긴 누구야 우리들이 그랬지.

 

뒤늦게 눈이 마주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씩 웃음을 터뜨렸다. 

 

새삼 풀을 뜯고 있는 염소를 보니 아련한 그 옛날 생각에

까닭모를 어떤 한숨이 길게 흘러 나왔다

 

 

그시절의 추억을 더듬으며 한참을 걷는데

그 순간 노란 유채꽃이 내 눈을 유혹했다

 

풍경이 아름다워 잠시 발길을 멈추는데 때마침 길을 지나가던

승용차 한 대가 갓길에 멈추더니 한 쌍의 연인들이 차에서 내렸다.

 

유채꽃을 배경으로사진을 찍는데 앉아서 찍고,

서서도 찍고 사람들이 곁을 지나가든 말든 

그들만의 사연을 사진에 담기위해 여념이 없었다

 

이들의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갑자기 바람을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걷는 들길에 산들산들 봄바람은 불어오고.......

 

그때 바람에게 전하는 말.

 

눅아 날앙 발암 피울 살암 엄나!

 

반룡산 정상에서 마신 낮술 때문일까!

 

갑자기 혀가 꼬부라졌다.

 

소담아!

봄바람에 흔들리지 마라!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싱숭생숭한 네 마음을 알겠다 마는

너의 혀 꼬부라진 소리에 깜짝놀란 세종대왕님이 지하에서

벌떡 일어나시겠다 (ㅎㅎㅎ)

 

! 바람이라도 피우고 싶을만큼 이 좋은 봄날!

 

이런 봄날이 지금 가고 있다

가는 세월이 다시 돌아 올 수 없듯 내 나이 예순 둘의 봄 역시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을 생각하니 왠지 가는 봄이 아쉽게 느껴졌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그 시절 그 노래  "봄날은 간다"가 입에서 절로 나온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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