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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닭살 부부와 닭살 뽀뽀!

by 소담* 2023. 4. 22.

사는 게 무엇인지 피곤하다는 이유로 휴일이면 늘 집안을 빙빙 맴돌고 있다.

오늘은 어젯밤 와이프와 약속한 대로 작심을 하고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막걸리 한 병과 와이프가 챙겨주는 간단한 음료와 과일을 배낭에 넣고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오늘의 목적지는 용지봉 누리 길.

 

용지봉 정상까지는 왕복 5시간이 소요되는 비교적 먼 거리이기에

리는 중간 지점에서 되돌아 올 수 있는 모정까지로 목표를 정했다.

 

용지봉 가는 길 종합 안내도

 

얼마를 올랐을까!

 

능동약수터를 지나 한참을 오르다 보니 숲으로 우거진 주변에 유난히

햇빛이 쏟아지는 조그맣고 평평한 양지 한곳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와이프가 무언가를 발견 한 듯

 

미래 아빠! 여기 노란 꽃이 피었네. 무슨 꽃일까?

 

꽃을 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그동안 사진 속에서만 보았던 금난초가 아닌가.

 

금난초가 너무 아름다워서 일까! 꽃말이 참 이채롭다 : ('주의' '경고')

 

와이프와 나는 금난초의 아름다움에 금세 흠뻑 빠져 들었다.

 

귀한 꽃을 만났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들고 금난초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어떻게 하면 꽃을 예쁘게 찍을 수 있을까!

카메라를 가까이 대보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서 보기도 하고

세로로 찍을까, 가로로 찍을까 요리조리 비교를 하고 있는데

그 사이 와이프가 살며시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내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깜짝 놀란 나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이 사람아! 그러다가 남들이 보면 어쩌려고 이래!

 

그 순간! 와이프의 표정이 시큰둥하게 변했다

 

애고. 분위기 없는 이 아저씨!

그냥 모른 척 하고 넘어가면 될 것을 뭐가 그리 잘 났다고.

아무러면 내가 사람이 있는데 이럴까.

 

이 사람아! 내가 잘나서 그런 게 아니고 남들이 볼까봐 그런 거지.

 

시끄러워요 아저씨.

 

하늘같은 서방님을 두고 자기 맘에 들지 않을 때는 서슴없이

아저씨로 돌변하는 와이프의 이런 풍경은 새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오늘은 왠지 다른 때 보다 유독 더 차갑게 느껴졌는데.

 

와이프가 말도없이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졌다

와이프를 달래기 위해 내 걸음도 덩달아 빨라지고.

 

이 사람아!

그냥 한 소린데  아무것도 아닌 일로 뭘 그리 소란을 피우는가.

 

은근히 화가 난 듯 와이프는  아무런 말도 없이 뚜벅뚜벅 앞서 나갔다.

 

와이프의 뒤를 따르며  잠시 라는 놈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와이프의 애정표현에 기겁을 할까!

와이프가 손을 잡거나 입맞춤을 해주면 분명히 기분이 좋은데…….

와이프의 말대로 좋으면 그냥 좋은 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을…….

 

역지사지라고 이번에는 거꾸로 와이프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았다.

 

내 볼에 뽀뽀를 힐 때 그 순간 와이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열정을 다해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을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나도 모르게 씩 웃음이 절로 나왔다.

 

와이프가 내 볼에 뽀뽀를 하고 싶었던 만큼 나 역시 와이프의 볼에

뽀뽀를 하고 싶었던 순간이 더러 있었다.

 

그때 마다 나는 말이 전부였는데.

 

와이프가 요리를 하고 있던 어느 날.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주방으로 다가갔다

와이프가 행주치마를 두르고 내가 좋아하는 멸치 두부조림을 하고 있었는데

와이프의 콧등위로 작은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혀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와이프의 얼굴이 어찌나 예쁘던지........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싸모! 오늘 참! 예쁘네.

 

진심으로 하는 내 말에 와이프의 반응은 냉담했다

 

왜요! 뭐 잘 못 먹었어요!

 

분명히 예뻐서 예쁘다고 했는데 받아들이는 와이프는

그저 농담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만약에 그때 예쁘다는 말보다

와이프처럼 당돌하게 볼에 뽀뽀를 해줬더라면

그때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생각에 잠겨 한참을 걷다보니 저 만치에서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와이프가 눈에 띄었다.

 

급한 마음에 얼른 뛰어가서 와이프 앞에 섰다.

 

애고! 뒤에 따라오면서 생각해 보니 내가 참 못난 놈이구먼!

자네 말대로 좋으면 좋은 그 느낌 그대로받아들이면 되는데

내가 뭐가 그리 잘났다고 뻐겼는지 모르겠네.

이제는 자네의 애정표현에 자연스러워 질 나이도 되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문제 인 것 같구먼!

이해 해 주게나.

 

이해를 해 달라는 내 말에 위로가 되었는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피식 웃던 와이프가

 

아저씨. 빨리 물이나 꺼내 줘요!

 

서방님인 나를 아저씨라 부르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겠는가!

나도 얼른 맞장구를 쳤다.

 

알았어 아줌마 !

빨리 꺼내 줄게

 

서로가 서로를 아저씨 아줌마로 부르고 나니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갑자기 웃음보가 뻥 터졌다.

 

이렇게 웃음으로 화해를 마친 우리는 다시 산행을 이어갔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다는 말처럼

한참을 오르다 보니 어느 듯 목적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용지봉을 갈 때 많은 사람들이 꼭 머물다 가는 쉼터 '모정'

 

모정에 앉아 배낭을 열고 준비해 왔던 막걸리와 과일을 꺼냈다

 

막걸리를 한 잔 들이키는 순간!

정말이지 온 세상이 다 내 것인 듯 영혼까지 맑아지는데.......

 

그 순간 와이프를 바라보았다

땀을 훔치며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와이프의 옆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얼른 와이프의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깜짝 놀란 와이프가

 

갑자기 왜 이래요! 저기 사람 오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저쪽에서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 사람아! 내 각시 내가 예뻐서 뽀뽀 좀 했거늘 뭐가 문제야!

내가 지금 불륜이라도 저지르고 있어!

 

피식 웃던 와이프가 내 어깨를 툭 치며

 

! 술이 좋긴 좋구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리는 태연하게 막걸리 한 잔에 흥얼거렸다.

 

그때 저쪽에서 막 올라온 부부가 쉬어 가려는 듯

우리가 앉아있는 모정으로 다가오는데.

 

초면이긴 하지만 막걸리를 앞에 두고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해서 말을 건넸다

 

막걸리 한 잔 하시겠습니까.

 

씨익 웃던 아저씨가 배낭을 열며

 

아니요! 우리도 한 병 가져왔습니다.

 

배낭 속에서 꺼낸 술을 보니 내가 가져온 술과 똑같은 부산 생탁이다

 

술을 앞에 두고 한데 어우러진 우리는 막걸리와 과일로

더위를 식히며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이들 부부는 오늘 용지봉 정상까지가 오르겠다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저씨는 도통 말이 없었다.

무뚝뚝한 모습으로 그저 실실 웃기만 할 뿐.

반면에 아주머니는 붙임성이 있고 말도 아주 시원시원 했는데.

나중에 아주머니를 통해 안 사실이지만 아저씨는 나보다 한 살이 많고

아주머니는 우리 와이프하고 나이가 같았다

 

그래서 일까. 아주머니와 와이프는 나이가 같다 라는 이유로

짧은 시간 무척 가까워 졌는데

 

아주머니가 건배를 외치면서 술잔을 치켜들더니 와이프에게 물었다.

 

아까 올라오면서 보니까 아저씨가 볼에 뽀뽀를 해 주던데 기분이 어땠어요!

 

그 순간 와이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당황해 하는 와이프를 앞에 두고 대신해서 나는 휙 말을 가로챘다.

 

애고! 못 볼 것을 보셨네요!

 

이때 호호호 웃던 아주머니가

 

못 볼 것을 보다니요! 아주 보기 좋던 걸요.

우리 아저씨는 뽀뽀 같은 것은 꿈도 못 꿔요.

 

아주머니의 말에 곁에 있는 아저씨는 모르는 척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데.......

 

술을 마시면 술김에 없던 말도 술술 나오는 법인데 암만 생각해도

이 아저씨는 참 재미없는 아저씨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사이 아저씨가 갑자기 배낭을 챙기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아주머니를 불렀다

 

어서 가자.

정상에 가서 뽀뽀 해 줄게.

 

뜻밖에 아저씨가 뽀뽀를 해 준다는 말에 아주머니도 놀랐는지

기절초풍을 하며 호호호 웃는데 곁에 있던 우리도 덩달아 껄껄껄 웃기에 바빴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와 함께 그들과 헤어지고 난 후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 졌다.

산악회 회원으로 보이는 등산객들이

줄을 지어 올라오더니 우리가 앉은 모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틈을 타 우리는 하산을 서둘렀다.

 

내려오는 길. 와이프에게 물었다

 

싸모야!

내가 볼에 뽀뽀해 줄 때 느낌이 어땠어!

 

. 좋았어!

 

그래!

뭐가 좋았는데.

 

우리 서방님도 이제 애정표현을 할 줄 아는구나! 하고

기분이 무척 좋았지.

 

기분이 좋았다. 라는 와이프의 말에 어깨가 으쓱해진 나는

자신만만하게 불쑥 한 마디를 던졌다.

 

오늘은 비록 술에 의존해서 했지만 이것이 시초가 되었으니

이제는 나도 애정표현에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을 걸세.

 

내 말에 감동을 했는지 뒤따라오던 와이프가 은근슬쩍 내 손을 잡았다.

 

그렇게 손을 맞잡고 내려오는 길.

 

올라 갈 때 마주쳤던 금난초를 다시 만났다.

 

사진을 찍다가 와이프의 갑작스런 입맞춤에 깜짝 놀라

옥신각신 하던 우리들의 모습을 지켜보았을 금난초가

손을 맞잡고 내려오는 우리 부부를 환영해 주기라도 하는 듯

오르기 전 보다 더 활짝 핀 자태로 우리를 환하게 반겨주었다.

 

난초꽃은 색에 따라 노란색은 "금난초" 하얀색은 "은난초" 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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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살 부부 : 남들 앞에서 다정한 애정 행위를 드러내는 부부.

* 닭살 뽀뽀 :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간지럽고 유치해 보이는 뽀뽀.

                 주로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 주고받는 애정 표현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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