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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웃음꽃

호칭 (互稱)이 뭐 길래!

by 소담* 2023. 2. 10.

 

며칠 전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두 아주머니의 대화가 내 귀를 쫑긋 세웠다.

 

언니!

나 어제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거든.

그런데 원장이라는 사람이 참 웃기더라!

나를 자꾸 아줌마라고 부르는 거야.

컴퓨터에 버젓이 내 이름이 나올 텐데

아주머니, 아주머니 하니까 정말 짜증나더라.

 

삼십 대 초반의 아주머니가 이름 대신 아줌마라고 부르는

원장의 호칭에 은근히 짜증이 났는지 불만을 가득 늘어 놓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그 순간!

 

문득 몇 달 전에 식당에서 있었던 풍경 하나가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추어탕 생각이 간절했던 어느 날.

때마침  눈앞에 기사식당 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는데

출입문을 보니 '추어탕 전문'이라는 글씨가 대 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다. 

망설일 필요도 없이 식당안으로 들어서니 할머니와 젊은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 왔다

 

처음 들러 보는 식당이라서 식당안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그때

기사 서너분이 우르르 몰려 들어 오더니 주문을 하는데

눈앞에서 이상한 풍경이 펼쳐졌다.

 

칠십 대 초반의 할머니는 누가 봐도 할머니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주문을 하는 기사들이 한결같이 할머니를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기사들이 다들 아주머니라고 부르는데 눈치가 빠른 나도 덩달아

할머니를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아주머니!

여기 추어탕 하나 막걸리 한 병 주세요

주문을 마치자 할머니가 주방에 있는 젊은 아주머니를 불렀다

 

사장님! 홀에 추어탕 하나 있어요!

 

보아하니 할머니는 이 집 식당의 종업원 인것 같았는데

서빙 하는 사람 같지 않게 섬세한 몸매와 장신구로 한껏 치장한

모습이 누가봐도 굉장히 세련 되어 보였다

 

한편 상차림을 해 주기 위해 내 앞으로 다가온 할머니는

싱글벙글 표정이 무척 밝아 보였는데.

 

잠시 후 조용하던 식당에 육십 대 중반의 아저씨 한 분이  

터덜터덜 걸어 들어오더니 내 앞에 앉으면서

큰 소리로 할머니를 불렀다.

 

할머니 여기 추어탕 하나 주세요!

 

할머니라는 말에 손님을 흘깃 쳐다보던 할머니의 표정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갑자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마침내 주문한 추어탕이 식탁에 차려졌다.

 

한 참 후.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수레에 함박을 싣고 나타났다.

함박 안에는 주방에서 금방 퍼온 추어탕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국자를 들고 손님들 앞에 다가가 국물이 부족해 보이는

손님들에게 한 국자 씩 떠서 그릇에 덤으로 부어 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앞에서부터 뒤로 서서히 수레를 밀고 오던 할머니가 조금전에 할머니라고

불렀던 아저씨를 그냥 패싱 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짧은 순간!

 

아무래도 할머니라고 불렀던 것이 괘씸죄가 된 것은 아닌지 괜스레

아저씨에게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내 앞에 다가온 할머니는 달랐다.

시래기를 듬뿍 뜨더니 한 국자도 아니고 그것도 두 국자나 퍼 주었다.

얼굴이 잘 생긴 것도 아니고 별 볼일 없는 내게  할머니의 이런 대접은

아마도 내가 할머니라는 말 대신 아주머니라고 불렀던

보답이 아니었을까!

 

마침내 모든 서비스를 마친 할머니가 주방으로 돌아가는 그때 

앞에 앉은 아저씨가 볼멘소리로 할머니를 불렀다.

 

할머니! 저도 좀 주세요?

 

아저씨의 부름에 할머니가 추어탕을 푸는데 그의 손놀림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한 국자를 떴는데 그 양이 적어도 아주 적었다.

 

그렇게 할머니가 마지막 서비스를 마치고 주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앞에 앉은 아저씨가 뒤를 돌아보며 내게 말을 건네 오는데.

 

아저씨!

저기 주방안에 있는 할머니가 아주머니로 보이세요?

 

아니요!

 

제 눈에도 분명히 할머니로 보이는데 곁에 있는 기사님들이 전부

아주머니로 부르기에 저도 얼떨결에 아주머니라고 불렀네요

 

내 말이 끝나자 아저씨가 피식 싱거운 웃음을 지었다.

 

아저씨는 이미 눈치를 채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할머니가 왜 자기를 패싱 했는지.

덤으로 주었던 국물의 양이 왜 적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밥도 반찬도 남김없이 깨끗이 비웠다.

 

사를 마친 그가 카운터 앞으로 다가갔다.

 

생김새로 보아 묻고 따지고 할 것 같았던 그가 의외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추측하건 데 차려준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은 것을 보면

언젠가 또 추어탕을  먹으러 오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그때는 아저씨가 할머니를 뭐라고 부를까!

 

아주머니 라고 부를까!

아니면 여전히 또 할머니 라고 부를까!

 

아저씨가 식당을 나가고 난 후,

마지막 남은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며 잠시 엉뚱한 상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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