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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오지랖과 치마폭

by 소담* 2011. 8. 13.

토요일 아침.

 

간밤에 열대야로 깊은 잠을 못 이룬 탓인지 온몸이 무겁고

찌뿌듯하니 개운하지가 않았다

때마침 잠에서 깬 와이프가 비몽사몽간에 하는 말

 

"날도 더운데 해뜨기 전에 일찌감치 산에 다녀옵시다"

 

“불감청고소원” 이라고 했던가!

산을 좋아하지 않는 와이프가 오랜만에 산행을 하자는 말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거렸다. 

 

아침을 먹고 배낭을 챙겨든 채 산행 길에 올랐다

날은 후텁지근했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여름 산행 길 치고는 그런대로 굉장히 상쾌한 날씨였다

산행을 즐기는 자여! 그대의 땀방울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 말은 소담이 산행을 할 때 마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땀을 알지 못하는 자가 어찌 산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는 땀을 즐기기 위해 아무런 말없이 한참을 산에 올랐다

 

이윽고 정상에 도착했다. 

바위에 걸터 앉아 시원한 바람을 즐기던 그때 와이프가

불현듯 회사 이야기를 꺼냈다

 

와이프가 다니는  회사에 오지랖이 넓은 아주머니가 한 분이 있단다. 

 

이 아주머니로 인해 직원들의 이직하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라고.

그럴 때 마다 빈자리의 몫을 남아있는 직원들이 채워야 하니

일이 배가 힘들다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참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다.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면서 주제넘은 짓을 하는 사람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오지랖이 넓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직장생활이 힘든 것은 나도 예외는 아니다

 

와이프의 말을 듣고 있자니 괜스레 한숨이 나왔다

못난 남편을 만나 맞벌이 한답시고 마음고생이 심한 것 같아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세상을 살다보면 일 보다는 사람에게 부대끼는 것이 더 힘들다

 

우리말에 “오지랖이 넓다”라는 말과

같은 말로 “치마폭이 넓다”라는 말이 있다

 

“치마폭이 넓다”는 말은 “오지랖이 넓다”는 말과 비슷한데

치마폭이 넓은 경우가 오지랖이 넓은 것 보다 한 단계 더 위에 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두 말다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 까지는 같지만

치마폭은 참견하는 것 외에 간섭까지 하는 것이 추가된다.

 

그러고 보니 치마는 여자들이 입는 옷이 아닌가?

아무래도 치마폭이 넓다고 하는 걸 보면 여자들이 남자들 보다

한 술 더 뜨는 것은 아닌지…….

남자인 나보다 와이프가 더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

이 말의 뜻을 어렴풋이나마 짐작 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힘들어 하는 와이프를 뭐라 말로 위로 할 수도 없고 그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데  때마침 배꼽시계가 꼬르륵 시간을 알려왔다.

 

 

"싸모야! '우리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

'까짓것 먹는 게 남는 거라고 하잖아!'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우리 한 잔 하러가자!"

그제야 와이프도 환한 웃음을 내 보이며 좋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산을 한 우리는 자주 찾던 단골 식당에 들렀다

푸짐한 안줏거리를 앞에 두고 술잔이 서너 순배 돌때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서로가 흥에 겨웠다.

눈치 빠른 주인은 이런 우리의 분위기를 알아채기라도 한 듯

7080음악을 계속해서 흘려보내고 분위기에 빠진 우리는

서너 잔을 금세 비워 나갔다

 

약간해서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와이프도 오늘은 한잔 하고 싶었는지

부딪치는 잔마다 자꾸 완샷을 권했다

 

우리는 그렇게 한잔 술에 흥에 겨웠다

 

와! 좋다. 오늘은 세상이 다 내 것 같아.

흥에 겨운 와이프가 술잔을 부딪치며 하는 말이다

 

싸모야! 오지랖 넓은 그 사람도 치마폭 넓은 그 사람도 오늘 만큼은 다 잊게나.

 

일찍이 공자님이 이런 말을 했다오

 

두 사람이 나와함께 길을 가는데 그 두 사람이 나의 스승이라.

착한 사람에게는 그 착함을 배우고 악한 사람에게는 악함을 보고

자기의 잘못된 성품을 찾아 뉘우칠 기회를 삼으니 착하고 악한

사람이 모두 내 스승이다

 

오지랖도 치마폭도 제 아무리 넓은 들 우리들 마음까지 덮겠는가?

 

오늘은 우리들의 날.

기쁠 때 기뻐하고 슬플 때 슬퍼하면 그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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