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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내 생에 첫 보금자리

by 소담* 2012. 11. 25.

1995년 11월 하순.

 

해가 질 무렵.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 하늘이 어둡고 바람이 차갑다.

쌀 20kg 두 포대, 소주병에 담긴 참기름. 들기름 한 병, 고춧가루,된장,

김치 등 집을 나서면 당장 먹고 살아야 할 몇 가지 음식과 옷가지 등을

마루위에 올려놓고 어머니와 나는 잠시 마루 끝에 걸터 앉았다

 

잠시 후 약속한 친구의 봉고차가 집 앞에 도착했다

친구와 함께 포장해 놓은 물건들과 옷가지를 차에 싣는데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께서는 연신 입버릇처럼

 

“우리아들 잘 살아야 할 텐데”

“우리아들 잘 살아야 할 텐데”를 입에 달고 흐느끼셨다.

 

자주 찾아뵙겠으니 따라 나오지 말라고 애써 어머니 손을 뿌리쳤지만

어머니는 한사코 동구 밖까지 따라 나오셨다.

 

마치 막둥이 아들이 고향을 떠나 아주 먼 곳으로 이사라도 가는 것처럼.

 

그렇게 눈물을 글썽이던 어머니는 내가 탄 봉고차가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도랑가에 서서 오랫동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내 심정을 알기라도 하는 듯

때마침 검은 신작로 위로 하얀 진눈깨비가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었다

 

..................................................................................................

 

위 풍경은 소담 나이 34살때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나 *제금(분가)나오던 소담의 한 시절을 그려낸 모습이다.

 

작지만 아담한 임대아파트에서 시작된 나의 첫 보금자리.

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서 나는 무던히 많은 노력을 했다

 

1985년 5월. 그때 나의 첫 월급은 12만원이었다.

3년제 500만원 월부금이 11만6천원이었는데 용돈 4천원을 빼고

나머지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열심히 저축을 했다

 

이 돈이 모아져서 시작된 것이 지금의 임대 아파트다.

 

물론 나이 마흔 살에 IMF를 만나서 부득이 직장을 명퇴하고 남원에서

이 곳 김해로 보금자리를 옮기기는 했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때와 똑같이 나는 아직도 그 회사의 그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일요일 아침.

 

요란한 마이크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관리 사무소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주일전에 알려 드린 것처럼 오늘부터 수요일까지 관리사무소 이층에서

아파트를 특별 분양하고 있습니다.

각 은행들과 법무사들이 파견되어 상주하고 있으니 오늘 휴일날을

이용해서 분양계약을 체결하시기 바랍니다.

 

세월이 흘러 이 아파트에 거주한지 벌써 10여년이 흘렀다

지금까지 임대아파트였던 우리 아파트가 이제 개인에게 분양을 하는 순간이다

미리 알려준 대로 여러 서류를 지참하고 이층에 올라가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다 이내 계약을 마쳤다

 

드디어 내 나이 쉰 한 살에 내 이름으로 된 집을 마련한 순간이다

계약을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나를 축복이라도 하는 듯

흐렸던 하늘이 밝은 빛을 쏟아내며 노란 은행잎이 눈부시게 다가왔다.

 

이 좋은 날!

 

어찌 술이 빠질 수 있겠는가!

집에 있는 와이프와 아이들을 모두 불러냈다

이윽고 음식점에 들러 삼겹살로 배를 채우고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

 

아빠가 생에 처음으로 내 집을 샀다고…….

 

그런데 소주 두병이 참 나를 우습게 만들었다

온전하게 산 것도 아니고 담보 설정을 하고 산 집인데

그렇다고 평수가 넓은집도 아니건만 나는 아이들을 향해 큰소리로 자랑을 쳤다

 

이 놈들아!

아빠가 너희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 하나없이

아빠 힘으로 이렇게 집을 마련했어!

그러니 너희들도 엄마 아빠에게 의지하지 마!

 

너희들도 알고 있잖니!

아빠가 물려받은 것 하나 없어도 친구들이나 형제들에게

손 하나 벌리지 않고 떳떳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을.......

 

이런 내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두 아이들이 

서로가 술을 따르겠다고 나를 재촉하는데.

 

그 순간 나도모르게 가수 현숙이 부른 "내 인생에 박수" 라는

노래가 절로 나왔다.

 

내 인생에 박수 내 인생에 박수
내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인생구단 세상살이 뭔 미련 있겠나
굽이굽이 내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저 달이 노숙했던 지나온 세월
눈물 없이 말할 수 있나
인생고개 시리도록 눈물이 핑 돌고
내 청춘은 꽃 피었다 지는 줄 몰랐다
달빛처럼 별빛처럼
잠시 머물다 가는 게 인생이더라
내 인생에 박수 내 인생에 박수
내 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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