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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삽을 들고/이야기꽃

회초리

by 소담* 2011. 6. 4.

 

요즘 뉴스를 보노라면 체벌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학생들에게 매를 들어서는 안 된다는 측과

때에 따라 선도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측의 대립인데

내 생각은 전자 보다는 후자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매로 다스리는 선생님이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사랑의 매로 학생을 선도해 나갔다

 

옛날에는 선생님의 직업을 말할 때"교편을 잡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교편의 뜻을 보면 가르칠 교(敎)자에 채찍 鞭(편)자를 쓰고 있는데

이를 보면 아무래도 선생님에게 매는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채찍은 다른 말로 회초리 라고 할 수 있는데

회초리를 사전에서 찾아 보았다.

 

"어린아이를 벌로 때릴 때나 말이나 소를 부릴 때 쓰는 나뭇가지"

이렇게 나와있다

 

그렇다면 내게 회초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초등학교 입학 전의 7살 무렵의 일이다

 

큰 누이가 하얀 종이에 한글을 예쁘게 써놓고 숙제를 내주었다

써준 글 밑에 똑같은 글씨를 열번씩 쓰라고 해서 정성들여 썼건만

노트를 받아 든 누님은 글씨가 너무 형편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 다음 받아쓰기 시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심히 공부를 했건만 꼭 서너개의 문제가 나를 괴롭혔다

이럴 때면 누나는 틀린 문제당 한 대씩 회초리로 손바닥을 내리 쳤는데

얼마나 손이 열이 나고 후끈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뚜렷이 남아있다

 

이렇게 시작된 회초리는 커가는 내내 계속 이어졌다

단지 변한 거라면 내 몸뚱이가 커지면서 아울러 회초리도 함께

커갔다는 사실이다.  한낱 나뭇가지에 불과 했던 회초리가 군대에

가서는무시무시한 뭉동이로 변했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

 

그렇다면 부모가 된 입장에서 회초리는 언제까지 들어야 할까!

 

내 소견으로는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중학생이 되면 회초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본다

 

중학교 다닐 때 몸소 느꼈던 내 경험이다

 

성적표를 받아들고 집에 오는 날!

성적이 형편없다고 큰형님에게 엄청 두들겨 맞았다.

그때 충격이 얼마나 심했던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등에 식은 땀이 흐를 만큼 깊은 상처가 되어 내 가슴속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결국 이런 매질과 구타가 나도 모르게 반항심을 키웠는데 

뒤늦게 이를 눈치를 챈 형님이 어느날 부터인지 매질을 멈추었다.

 

사춘기때 가정에서의 회초리는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다.

 

이런 경험을 몸소 겪었던 나는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자 마자

더 이상 회초리가 필요할 것 같지 않아서 어느 날 아들을 불러

손수 치워 버리라고 했다

 

아들아!

너도 이제 다 컸는데 회초리 네가 알아서 치워버려라!

 

"정말이에요?"

 

아들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런데 3일이 지난 뒤에도 그 자리에 회초리는 그대로 걸려있었다

 

아들아!

아빠가 이 회초리 버리라고 했는데 아직도 안 버렸네.

아직도 더 맞고 싶은가 봐!

 

그때 아들이 하는 말!

 

"이 세상에 매를 더 맞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제가 바로 치울게요."

 

그러고 난  며칠 후 회초리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대청소를 하다가 아들의 책상을 정리 하던 중

뜻밖에 서랍 속에 보관된 회초리가 눈에 들어왔다.

 

 

 

길이 34㎝ .너비 2.0㎝. 두께 1.5㎝

 

아이들을 교육하다 보면 어쩔수 없이 회초리를 들 수가 있는데

그때 마다 가려울 때 등을 긁는 효자손으로 회초리를 대신했다

 

그런데 이 효자손이 웬지 훈육하는데 무게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

새로운 회초리를 찾고 있던 중 때마침 목공소 앞에서 허투루 버려진

긴 막대기 하나를 보게 되었다.

 

이 것을 주워다가 만든 것이 지금의 회초리 인데.

 

행여! 아이들이 맞을 때 다칠까봐서 각진 부분을 둥글게 다듬고

한 쪽 끝에 홈을 파서 끈을 매달았는데 매의 허리에는

"바른 교육" 이라고 매직으로 큼직하게 새겨 놓았다

 

그런데 이게 장인정신으로 만들어 진 어마어마한 예술 작품도

아니고 그저 길거리에서 오다가다 주워 만든 하찮은 회초리에

불과한데 아들이 무엇때문에 지금까지 보관을 하는지.......

 

궁금한 나머지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아! "회초리가 아직도 서랍에 있네"

 

"저도 이상해요, 회초리가 쉽게 버려지지가 않아요!"

 

쉽게 버릴수가 없다니 당최 이런 아들을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서랍을 정리해 주고 안방으로 돌아오는 그때 머릿속에서

자꾸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아들놈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저 회초리로…….

 

어라! 이 회초리가 혹시 대를 이어가는 것은 아니겠지(?)

 

괜스레 술 한 잔 걸치고 쓸데없는 생각이 이어졌다

내 마음 같아서는 빨리 버려주었으면 좋으련만.

 

이제와서 내 손으로 버릴 수 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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