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일 전. 부서별 회의가 있었다.
잘 진행 되어 가던 회의가 끝이 날 무렵. 입사 3개월 된
신입사원의 건의사항 한마디로 인해 회의가 그만
난장판으로 바뀌어버렸다
“일이 끝나고 나면 다들 청소하기에 바쁜데,”
“어떤 분은 청소도 하지 않고 퇴근준비에만 바쁜
사람이 있습니다.”
“청소 할 때 다 같이 협력해서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그순간!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했던가!
오십대의 아저씨가 갑자기 씩씩 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청소를 안 하는데.”
아저씨의 흥분에 신입사원이 큰 소리로 대들었다.
“아저씨가 청소 안 하잖아요”
건방진 놈의 새끼 내가 왜. 청소를 안 해 이 자식아!
다짜고짜 큰소리 치는 아저씨를 향해 젊은 친구도
화가 난 듯 역시 큰소리로 맞장구를 쳤다
“아저씨가 언제 청소했어요?”
“남들은 청소하는데 아저씨는 집에 갈 준비만 했잖아요!”
“제 말이 틀렸어요?”
할 말을 잃은 아저씨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뭐가 어쩌고 어째 이 건방진 자식!” 하면서느닷없이
신입사원의 멱살을 잡았다.
급기야 신입사원이 손을 뿌리치면서 싸움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다행히 곁에 있는 동료들에 만류로 인해 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십대 초반의 신입사원과 오십대 아저씨가 다투는
이 원인은 어떻게 해서 발생된 것일까.
문제의 이 아저씨는 입사로 보나 나이로 보나 우리 회사의
최고 어른이다. 그런데 입사가 빠른 것이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지 아니면 나이가 많다는 것이 계급장이라도 되는 건지
청소는 안하고 퇴근 준비로 자기 몸가짐 챙기기에 바빴다.
나 역시 이런 모습을 보기 싫어했지만 같은 오십대로
유일한 말동무 인데 가깝지는 못해도 더 멀어질까봐
그 동안 속에 있는 말을 참고 흘려보냈다
그런데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은 당당하게 이 문제를
짚고 있는 것이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날 오후 퇴근 10분전. 문제의 동료 아저씨가 살며시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혼자서 내 뱉는 말이 측은했다.
“애고 젊은 놈 무서워서 청소해야지 ”
그 동안 왕고참이라며 뻐기던 위신이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는 순간 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 보는 순간!
같은 오십대로서 나잇값이 떨어져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속담에 "설 자리 앉을 자리 모른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자기가 서야 할 자리와 앉아야 할 자리도 분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처신을 잘해야 위신이 선다.”
" 처신을 잘 못하면 위신이 떨어진다." 는 소리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은 수요일.
평일 날 같았으면 근무를 하고 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회사
“창립기념일”이라서 모든 직원이 휴무다
이런 날 혼자 가을 산행을 하는 것도 운치가 있을 것 같아
서둘러 배낭을 챙겨들고 산행길에 올랐는데
한참을 오르고 있는 그때 벤치위에 놓인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십시오” 라는 말에 조용히 벤치에 앉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식들 앞에서 애비로서의 처신과 위신은 잘 하고 있는 건지.......
와이프 앞에서 남편으로서의 처신과 위신은 잘 하고 있는 건지.......
새삼 나를 돌아보게 해준 이 시간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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