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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들의 밀어/일터의 휴식

처신(處身)과 위신(威信)

by 소담* 2011. 10. 19.

일 주일 전. 부서별 회의가 있었다.

 

잘 진행 되어 가던 회의가 끝이 날 무렵. 입사 3개월 된 신입사원의

건의사항 한마디로 인해 회의가 그만 난장판으로 바뀌어버렸다

 

“일이 끝나고 나면 다들 청소하기에 바쁜데,”

“어떤 분은 청소도 하지 않고 퇴근준비에만 바쁜 사람이 있습니다.”

“청소 할 때 다 같이 협력해서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그순간!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했던가!

오십대의 아저씨 한 사람이 갑자기 씩씩 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청소를 안 하는데.”

 

신입사원이 기다렸다는 문제의 아저씨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아저씨가 청소 안 하잖아요”

 

건방진 놈의 새끼 내가 왜. 청소를 안 해 이 자식아!

 

다짜고짜 큰소리 치는 아저씨를 향해 젊은 친구도 화가 난 듯 역시 큰소리로 대들었다

 

“아저씨가 언제 청소했어요?”

“남들은 청소하는데 아저씨는 집에 갈 준비만 했잖아요!”

“제 말이 틀렸어요?”

 

할 말을 잃은 아저씨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뭐가 어쩌고 어째 이 건방진 자식!” 하면서느닷없이 신입사원의 멱살을 잡았다.

 

급기야 신입사원이 손을 뿌리치면서 싸움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다행히 곁에 있는

동료들에 만류로 인해 더 이상의 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십대 초반의 신입사원과 오십대 아저씨가 다투는 이 모습의 원인은

어떻게 해서 발생된 것일까.

 

문제의 이 아저씨는 입사로 보나 나이로 보나 우리 회사 최 고참이다.

그런데 입사가 빠른 것이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지 아니면 나이가 많다는 게 

계급장이라도 되는 건지 청소는 안하고 퇴근 준비로 자기 몸가짐 챙기기에 바빴다.

나 역시 이런 모습을 보기 싫어했지만 같은 오십대로  유일한 말동무 인데

가깝지는 못해도 더 멀어질까봐 속에 있는 말을 참고 흘려보냈다

그런데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은 당당하게 이 문제를 짚고 있는 것이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날 오후 퇴근 10분전. 문제의 이 동료 아저씨가 살며시 내 곁으로 다가왔다

스스로도 쑥스러웠는지 혼자서 내 뱉는 말

 

“애고 젊은 놈 무서워서 청소해야지 원.” 하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왕고참이라며 뻐기던 무게가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는 순간 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 보는 순간! 같은 오십대로서 나잇값이 떨어져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속담에 "설 자리 앉을 자리 모른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자기가 서야 할 자리와 앉아야 할 자리도 분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처신을 잘해야 위신이 선다.”는 소리가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은 수요일.

 

평일 날 같았으면 근무를 하고 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회사 “창립기념일”이라서 모든 직원이 휴무다

이런 날 혼자 가을 산행을 하는 것도 운치가 있을 것 같아 서둘러 배낭을 챙겨들고 산행길에 올랐는데 

한참을 오르고 있는 그때 벤치위에 놓인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십시오” 라는 말에 조용히 벤치에 앉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식들 앞에서 애비로서의 처신과 위신은 잘 하고 있는 건지.......

와이프 앞에서 남편으로서의 처신과 위신은 잘 하고 있는 건지.......

 

새삼 나를 돌아보게 해준 이 시간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진 오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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