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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때 그시절

가죽숫돌과 추억의 이발소

by 소담* 2017. 2. 3.

명절이 돌아오면 많은 사람들이 연례행사처럼 꼭 찾는 곳이 있다

 

이발소와 미장원이 바로 그 곳인데 6-70년대 만 해도 이발소와

미장원의 고객은 남녀로 확실하게 구별이 되었다.

 

세월이 변한 지금은 남자가 미용실에 가는 것이 당연시 될 만큼

남녀의 구별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는데.

 

설을 앞두고 모처첨 미용실에 들렀다 

 

예상대로 미용실 안은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는데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눈을 감았다.

 

그때 불현듯 내 고향 이발소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소싯적. 설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형님의 손을 잡고 이발관을 찾았다

이발소에는 벌써 많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나와 형님은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한참을 기다리던 끝에 드디어 내 순서가 돌아왔다

그때 나를 지켜보던 아저씨가 급하게 빨래판을 들고 오더

의자의 양쪽 팔걸이에 턱 걸치고 그 위에 나를 앉게 했다.

 

의자에 앉자마자 하얀 보자기가 목에 두루어 졌다

 

그 순간! 아저씨가 갑자기 새끼 손가락을 내밀며 약속을 걸어오는데.

 

절대 졸지 마라고.....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마치자 드디어 머리 깎기가 시작되었다.

 

한참 잘 깎고 있던 그때 별안간 바리캉이 말썽을 부렸다

 

그때만 해도 수동이어서 인지 이따금씩 톱날에 머리카락이

끼일때가 많았는데 이럴때는 어김없이 생머리가 뽑히기 일 수 였다.

이럴때는 나도 모르게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때마다 아저씨는 엄살을 부린다고 어린 나를 놀려대기 바빴다.

 

요즘 보기힘든 그 시절 바리캉이다.(사진출처 : 미국구글)

 

어느새 머리가 다 깎였다

머리를 다 깎고 난 아저씨가 이번에는 바리캉 대신  작고 동그란

플라스틱 통 하나를 들고 내 앞에 섰다

 

통 안에는 밀가루처럼 하얀 가루가 들어있었는데

동그란 손잡이에는 부드러운 솜털이 달려 있었다.

 

아저씨는 솜털에 하얀 분가루를 듬뿍 묻힌 다음 내 머리 주위를 

빙빙 스쳐가며 발라주었는데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나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씩 웃던 아저씨가 하는 말. 남자도 여자들 처럼 분단장을 해야 한다고.......

 

답을 해 놓고 본인 스르로도 어색했는지 잠시 후 풋웃음을 짓던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머리에 분칠을 하는 이유는 고르게 깎이지 못하고 삐죽 튀어나온

머리카락이 잘 보일 수 있도록 해서 다시 손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라고 했다.

 

이렇게 머리를 다 자르고 나면 그 다음은 내가 가장  싫어 했던 면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발소 거울 옆에는 마치 혁띠처럼 생긴 가죽숫돌 하나가 길게 기둥에 

매달려 있었는데 나는 면도 할 때 마다 늘 공포에 떨어야 했다 

 

면도기를 든 아저씨가 가죽 숫돌에 면도칼을  슥슥 문지르는데

그 동작이 얼마나 빠르던지 손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당연히 면도칼이 무서울 수밖에.......

 

가죽숫돌에 칼을 갈때 어찌나 무서웠던지...(사진출처 : 미국 구글)

 

면도를 하기 위해 아저씨가 비누 컵을 들고 왔다

컵 안에는 비누와 함게 손잡이가 달려있는 비눗솔이 들어있었는데

때는 겨울인지라 면도를 하기 위해서는 비눗물이 차갑지 않도록 

따듯하게 데워야 했다 

 

비눗솔을 들고 난로 앞으로 다가간 아저씨가 연통의 아랫부분에

비눗솔을 대고 슥슥 문지르기 시작했다.

 

금새 지글거리는 비눗솔을 컵에 넣고 휘젓는 그 순간.

하얀 비누거품이 컵에 넘쳐 날 만큼 풍성하게 부풀어 올랐다.  

이렇게 데워진 비눗물을 양쪽 볼옆과 목뒤로 바르는데  

따뜻함 때문인지 향긋한 비누 냄새가 코끝을 스치면서

면도기에 대한 두려움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드디어 면도가 끝나고 머리를 감기위해 세면대 앞에 앉았다

세면대 앞에는 머리를 감을 때 양팔을 편히 기댈 수 있도록

가로로 길게 만든 물막이 목판이 놓여 있었다.

목판의 가운데에는 U자형으로 동그란 홈이 파여져 있어서 

이 곳으로 고개를 내밀면 옷이 전혀 물에 젖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조로를 들고 비눗물을 헹궈주었는데 설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 탓에 물이 차가워서

온몸을 떨며 색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순서를 기다리며 잠시 눈을 감고 있는 사이 종업원이 나를 불렀다.

 

마침내 머리를 깎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런데 무언가가 2%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미용실은 면도를 해 주지 않았다.기껏해야 일회용 면도기로 목뒤에 남은

잔머리를 살짝 밀어주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것도 비눗물도 없이

맨살로 면도를 했다

그래서 일까! 바람결에 피부가 쓰라린 나머지 손이 자꾸만 목뒤로 향했다

 

그 순간! 소싯적 그때 그 시절.

 

면도를 해주었던 이발소 아저씨와 함께

향긋한 비누거품 냄새가 무척이나 그리워 졌다.

         

비눗솔과 분통이 그때 그 시절을 얘기해 주는 듯 정겹게 다가온다. 

(사진출처(미상) 오래전에 훔쳐 온 사진인데 출처를 밝히기 위해

뒤늦게 찾아보았지만 삭제가 되었는지 검색해 봐도 출처지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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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로 : 화초 등에 물을 주는 원예 기구로서, 포르투갈어인 ‘조로(jorro 또는 jarra)’에서 온 말이다.

           플라스틱이나 양철 등으로 만든 통에 대롱 모양의 도관을 붙여 구멍을 뚫고 그 끝으로 물이

           골고루 나오게 되어 있는데  우리동네에서는 "조로" 라는 말로 더 익숙해져 있다.

           국어 순화과정에서 지금은 "물뿌리개" 또는 "물조리개"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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