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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때 그시절

삘기와 호드기

by 소담* 2016. 3. 29.

소싯적 어느 봄날......

골목길에서 한참을 놀고 있는 그때 저 멀리서

바구니를 들고 바쁘게 걸어오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어머니는 나를 부르며 어서 따라 오라고 손짓을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폴짝폴짝 뛰면서 어머니의 뒤를 따라 나섰다.

 

얼마후! 어머니가 도착한 곳은 보리를 심어놓은 논이었는데

잠시 사방을 둘러보던 어머니는 논뚝에 앉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애고야. 논에 풀이 많이 *깃었네!

이 풀을 언제 다 맬까.

 

어머니는 이랑에 앉아 김을 매기 시작했다

 

나는 어머니가 매어놓은 풀을 방천둑으로  날라야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뽑아내고 뽑아내도 끝이 없는 뚝새풀들 .......

 

앞을 보면 논 끝은 아득히 멀었고 속 모르는 종달새는 하늘높이 지지배배 울어댔다

 

허기진 배를 잡고 집에 가자고 어머니를 보챘지만

 

"잠시만 기다려라 아직 *오포도 안 불었다"

 

정오가 다가 올 무렵을 미리 알고 계셨던 어머니는 그 사이 논두렁에 앉아

반찬거리로 쑥부쟁이를 캐셨다

 

얼마 후 12시를 알려주는 오포가 요란스레 들려오고........

 

오포소리에 맞춰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와 나는 점심을 먹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고사리 손도 빌린다고 했던가!

 

머니께서 논에 가자고 내게 손을 내밀었지만 오전에 지쳐버린 나는

어머니의 부탁을 뿌리치고 친구들과 함께 요천수로 달려갔다.

 

봄이되면 요천수 뚝길에는 삐비라고 불렀던 삘기가 지천으로 자랐다.

 

희철아! 너는 지금 무엇하고 있니! 나는 지금 삐비 뽑고 있는데.......

 

삘기의 껍질을 벗기면 솜같은 하얀 속살이 드러나는데 연하고

부드러워서 입에 넣고 씹으면 단맛이 났다

 

어쩌다 욕심을 부리고 큰 삘기를 뽑다보면 억세고 질겼지만

이 삘기가 풀싸움 놀이를 할 때는 대단한 위세를 부렸다

 

상대방의 삘기와 내 삘기의 허리를 가운데로 엇걸어서 풀싸움을 하는데

잡아 당겨서 끊어지지 않는 쪽이 이기면 상대방이 뽑은 삘기를

한 움큼씩 가져오는 행운이 뒤따랐다.

꾀가 많았던 나는 쇠어버리기 직전의 삐비만 골라 뽑았는데

당연히 이길 수 밖에........ 

 

삘기를 양쪽 호주머니에 빵빵하게 채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봄이 되면 신작로 개울가에 왕버들 나무가 물을 흠뻑 머금고 우리를 불렀다.

 

이때가 호드기를 만드는데 딱 적격이었다

 

우리 마을에서는 호드기를 횟대기로 불렀는데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가지를 꺾어서 살며시 비틀다 보면 나무의 겉껍질이 조금씩 돌아가는데

이때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잡아당기면 텅 빈 껍질만 남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껍질은 적당한 길이로 잘랐다.

횃대기는 길이에 따라 짧으면 고음이 나오고 길면 저음이 나오는데

우리들은 짧은 것을 더 좋아했다

봄날 들녘을 쏘다니며 돌아다니다 해가 떨어질 무렵 동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예닐곱 명이 함께 불어대는 횃대기 소리는

개선장군 환영 퍼레이드라도 하는 것처럼 온 골목이 떠들썩했다.

 

이럴 때면 옆집 할머니는 "야 이 놈들아~" 밤에 불면 비얌 나온다."

 

나무라시는 할머니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긴가민가 했지만

우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햇대기를 불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골목길을 뛰어 다녔다. 

 

횟대기를 만들어 부는 순간 동심으로 돌아간 듯 씩 웃음이 절로나왔다.

 

온갖 꽃들이 만발한 봄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잊히지 않고 떠오르는 삘기와 호드기…….

 

딱히 먹을 것과 가지고 놀게 변변치 않았던 그 시절

삘기와 호드기는 추억의 껌으로 추억의 피리로

내 가슴속에 곱게 포장되어 고스란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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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다 :  (동사)  논밭에 잡풀이 많이 나다

*오포 :  오포란? 오정포의 줄임말로 '정오'를 일컫는 말이다

           시계가 없던 조선시대에는 오정포를 쏘아서  정오를 알렸다고 한다

           오포는 요즘말로 이야기 하면 싸이렌에서 울리는 소리를 일컫는데

           시계가 귀했던 그 시절 오포는 정오를 알려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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