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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삽을 들고 **웃음꽃과 이야기 꽃을***가꾸고 있는 소담의 작은 화단입니다
♣ 꽃밭에 앉아/그때 그시절

살구꽃 필 무렵

by 소담* 2018. 3. 9.

봄, 여름, 가을, 겨울

 

! 이상하다.

다른 계절은 다 두 글자인데 봄은 왜! 한 글자로만 이루어져 있을까.

손을 턱에 괴고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봄은 사계절 중 가장 짧다

 

그래서 일까. 은 짧은 계절에 어울리게 한 글자로도 참 멋진 이름을 얻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다른 계절에서는 절대 쓸 수 없는 새 것, 새로움, 새로 시작된다는 뜻을 가진

새봄이라는 이름까지 덤으로 얻었으니. 

 

이런 새봄이 지금 우리 곁에 와 있다.

 

산수유도 , 매화도, 목련도 , 개나리도그리고 아기 진달래와, 살구꽃도.

여기저기서 한창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지금.

 

나는 봄에 피는 꽃중에서 살구꽃을 제일 좋아한다.

 

소싯적 어느 날!

누이들이 나물을 캐기 위해 바구니와 칼을 챙겨들었다

 

곁에서 놀고 있던 나는 누이들을 따라 졸래졸래 뒤를 따라 나섰는데.

 

논두렁과 밭두렁 밭머리, 방천길 등 온 들녘을 한참이나 따라 다녔건만 

어린 나는 나물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밭머리에는 냉이가 많았는데 나는 누이들 보다 더 큰 것을 캐겠다고

앞장서서 돌아다녔다

 

노력한 보람일까. 어쩌다 잎이 갈색으로 변해버린 큰 냉이가 눈에 띠었다

캐어서 보면 뿌리가 아주 굵고 길었는데 흥에 겨운 나는 누나들에게

자랑을 하며 바구니에 담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누이들은 내가 캐 온 냉이가 쇠어버렸다는 이유로 땅에 버렸다.

 

그 순간! 부아가 난 나는 바구니를 땅에 엎어 버리고 도망을 쳤다.

하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금세 잡혀서 등짝을 흠씬 두들겨 맞았다.

 

이럴 때엔 나는 누나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나 그럼 집에 가버린다.”

 

어이가 없었는지 피식 웃으며 누이들이 하는 말.

 

그래! 집에가 누가 잡을 줄 알고.

 

갈테면 가라는 시큰둥한 누이들.......

 

괜스레 심통이 난 나는 한참을 씩씩거렸다

그렇다고 먼 길을 혼자서 되 돌아올 수도 없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나! 집에 안 갈거야.나 배고프단 말이야

 

나물을 캐는 누이들은 내말에 아랑곳 없이 나물 캐기에 바빴다

약이 오른 나는 보란 듯이 보복을 하기 시작 했다.

 

누이들 앞에 있는 나물들을 죄다 발로 힘껏 짓밟고 뛰어 다녔는데.

 

그때 누이가 나를 무섭게 노려 보았다.

 

너 그렇게 못된 짓 하면 나중에 안 데리고 온다

 

 그 순간 " 안 데리고 온다" 는 누이들의 말에 

나도 모르게 그만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었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참 우습다

 

어린 그때는 그 말이 왜 그렇게 무서운 협박(?)으로 들렸는지.......

 

나물 캐기도 싫고 배는 고픈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종달새는 하늘높이 지지배배 울어댔고 저 멀리 철둑 길 위에는

아지랑이가 가물가물 끊임없이 춤을 추며 피어오르고 있었다.

 

누나! 빨리 집에 가자.

 

고함을 지르는 나의 투정에 누이는 귀찮다는 듯 외쳤다.

 

! 조금만 기다려 아직 *오포도 안 불었잖아.

 

배는 고파 죽겠는데 오포소리는 왜 이렇게 들려오지 않는지.

 

잔뜩 심술이 나 있는 그때 때마침 온 천지가 떠나 갈 듯

정오를 알리는 오포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오포가 불자 그때서야 누나들은 바구니를 챙겨들고

집에 갈 준비를 서둘렀다

 

바구니를 들고 골목길에 들어서는 길.

 

아침나절에는 미쳐 몰랐던 살구꽃이 정오를 넘기면서 활짝 피었다.

 

멀리서 보면 붉게 보이다가 가까이 다가가면하얀 꽃으로 변해버리는

오묘하고도 미묘한 살구꽃이어찌나 아름답게 피었든지 .........

 

누나들과 나는 발길을 멈추고 오랫동안 하늘을 보며 살구꽃을 즐겼다

 

 

그러나 살구꽃이 피던 그 시절.

누이와 나물을 캐며 지내던 아름다웠던 이 풍경은 아쉽게도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누이들은 어려운 집안 살림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채 

이 삼년을 집에 머물다 어느 날 돈을 많이 벌어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친구들과 함께 훌쩍 서울로 떠났다.

 

첫째 누나도, 둘째 누나도, 그리고 막내 누이까지........

 

그런더 어느 날. 이따금씩 누이가 집에 돌아와 쉬고 가던 때가 있었다.

집에 오면 한결같이 오래 머물지 못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 갔는데.

 

나는 그 때 누이의 슬픈 노래를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커다란 가방을 마루에 챙겨놓고 열차 시간을 기다리며 눈물 속에 부르던 그 노래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에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 발 영 시 오십분........

 

세월이 흐른 지금.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대전부르스 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거릴 만큼 이 노래는 내게 가슴시린 노래로 남았다

 

그렇게 막내누나까지 떠나버린 그 다음 해 새봄은 또 그렇게 어김없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핀 그 해 봄날.

꽃들 사이로 푸른 하늘에서 언뜻 그리운 누이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골목길.

 

꽃을 찾아 날아 다니는 꿀벌들의 윙윙거리는 날개 짓 소리만 요란한데.

상념에 젖은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옆집에 바둑이도 숨죽이며 다가와 다리를 빙빙 맴돌다 꼬리를 흔들며

이내 골목길 저 멀리로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새마을 운동이 시작 되었.

골목길을 넓히면서 누이와 내 눈을 즐겁게 해주었던 아름드리 살구나무가

그만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어린 내 마음에도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듯 허전한 마음에 골목길을

지날 때 마다 살구나무가  있던 그 곳으로 자꾸만 눈이 갔다.

 

출근길 아침.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타고 가로수 옆 작은  벤치위로 살구꽃이 활짝 피었다

 

살구꽃을 본 순간 어린 시절 누이들과 함께 바라보았던 골목길 돌담 너머 

살구꽃 풍경이 눈에 떠올랐다

비록 소싯적 그 살구나무는 사라지고 없지만 누이들과 함께 나물을 캐고

돌아오던 그 날 파란 하늘에 수를 놓은 듯 흐드러지게 피었던 살구꽃은

아직도 여전히 내 기억속에 또렷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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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 오포란 오정포의 줄임말로 시계가 귀했던 시절

           정오를 알려 주었던 사이렌소리를 일컫는다

           그때는  싸이렌소리를 "오포가 분다"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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